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北잇딴 발언, 한·미 정상회담 의식 일종의 정리 작업"
  • 북한이 미국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을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동결 조건으로 내걸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인도 'WION' 보도영상 화면캡쳐
    ▲ 북한이 미국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을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동결 조건으로 내걸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인도 'WION' 보도영상 화면캡쳐

    북한 외교관들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논의하겠다"는 주장과 함께 "웜비어 등 억류자들에 대한 처우는 국내법과 국제적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변명을 내놨다.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는 20일(현지시간) 인도 방송 ‘위온(WIO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동결을 논의할 뜻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미국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면 우리도 잠정적으로 핵·미사일 실험을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계춘영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대화와 군사적 방법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춘영 대사는 “일정한 상황에서 우리의 요구가 충족된다면 무기 실험의 유예를 조건으로 놓고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존립권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춘영 대사는 “새로운 한국전쟁은 핵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만약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는 동족상잔(同族相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춘영 대사의 발언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美워싱턴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했던 발언과 매우 흡사해서다.

    당시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전략자산 철수를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문정인 특보가 처음 내놓은 것은 아니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2015년 ARF 외교장관회의와 2016년 美‘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상투적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계춘영의 발언은) 북한이 한국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논평한 게 아니며 그저 외교관 한 사람이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것”이라고 평했다.

  • 사진은 한태송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 인터뷰 관련 英'로이터' 통신 기사 일부.ⓒ英'로이터' 홈페이지 캡쳐
    ▲ 사진은 한태송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 인터뷰 관련 英'로이터' 통신 기사 일부.ⓒ英'로이터' 홈페이지 캡쳐

    북한에 불법 감금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 문제에 대해서는, 한태송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가 변명을 늘어놨다.

    한태송 대사는 20일(현지시간) 英‘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외국인들에 대한 처우’를 묻는 질문에 “국내법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한태송 대사는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해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을 비난한 것을 언급하며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의 주장은 현실을 왜곡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내가 말한 듯이 그는 북한 적대 세력의 모범적 하수인”이라고 폄하했다.

    북한 외교관들이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주장을 늘어놓은 것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는 “곧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일종의 정지 작업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오토 웜비어 사건은 북·미 관계에 있어 북한에게 굉장히 불리한 사건”이라면서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