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는 국민총소득(GNI)의 0.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0.3%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브랜드지수(NBI) 순위는 33위이고 우리가 주도하고 설립한 국제기구도 아직 없다. 세계1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의 모습이다. 낮은 국제사회 기여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돼왔다. 국제사회 기여도를 높이고 주도권을 잡는 데는 국제기구 설립이 최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이 있어도 주변국가를 설득할 명분과 회원국을 모아 뭔가 일을 벌일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제 그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산림훼손과 사막화 방지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의 공동 이해기반 조성을 목표로 한 국제기구 창설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 초 임시사무국으로 출범할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는 우리가 설립하는 최초의 국제기구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말 창설 추진을 결정하고 올해 6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서 기구 창설에 기본적인 합의를 한 지 3개월 만인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사무국이 주관한 협약문안검토위원회에서 10개국 대표가 합의를 도출했다.

    성공 요인은 지난 10여년 동안의 성실한 준비였다. 아시아 국가들이 진정 바라던 사업이지만 세계은행(IBRD), 유럽연합(EU) 등 어느 누구도 쉽게 손 내밀어 도와주지 못하던 어려운 일들, 즉 몽골의 그린벨트 조성, 중국의 사막화 방지용 조림, 미얀마의 건조지역 조림, 인도네시아의 열대림 관리 그리고 대학 차원의 공동연구사업 등에서 우리의 산림전문가들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현지에 파고들어가 한결같은 성공을 이뤄냈다. 외교통상부를 포함한 정부 내 관계부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서울대학교 등의 노력이 빛을 냈다.
     
    일본과 중국은 당혹해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환경 이슈에 밀착 적응하는 새로운 기구 설립으로 지속적인 지역 내 주도권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던 양국의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발 빠른 행보는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 영역에서 우리와 경쟁관계인 것처럼 일본ㆍ중국의 거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견제로 국제기구 유치ㆍ설립은 이제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1987년 일본이 주도하고 설립한 국제열대목재기구(ITTO)나 1997년 중국이 주도한 국제대나무ㆍ등나무네트워크(INBAR)는 열대 목재의 이용과 무역이나 특정 나무 종류에 국한돼 있다.

    우리에게는 놀랍게도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대표 브랜드는 국가적 차원의 조림녹화 성공이다. 많은 환경전문가들은 아직도 한국의 조림을 '기적적인 성공'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가 최고의 성공국가로 여겨지고 있으니 이제 한국이 아시아의 산림을 위해 그간 쌓아온 기술과 실행력을 나누기 위한 국제기구를 창설하자는 데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선뜻 뜻을 모아주는 것이다. 오는 2011년 AFoCO 정식 출범에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회원국으로 우선 참가하고 이후 중국ㆍ일본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국가에 문호가 개방될 것이다.

    북한 조림을 위한 남북 간 매개기관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 세계적 흐름은 국제환경 보호에 필요한 산림과 같은 집단적 재화(collective goods) 혹은 공공재화가 무임승차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억제하고 공정한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AFoCO 는 아시아 전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권 확보 등의 환경문제 해결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중심국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10.14 서울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