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가이' 신상진 "싸움 끝내자"…'독특한 커리어' 원유철 "민생으로 계파 넘어설 것"
  • 오는 7·3 전당대회에 당대표 선거 후보자로 나선 세 후보. 왼쪽부터 원유철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신상진 의원이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오는 7·3 전당대회에 당대표 선거 후보자로 나선 세 후보. 왼쪽부터 원유철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신상진 의원이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7.3 전당대회가 보름 안쪽으로 다가오면서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자들의 전당대회 선거 필승전략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신상진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원유철 의원은 오는 21일 광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통해 다시한 번 격돌했다. 현재까지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앞서는 가운데, 원유철 의원과 신상진 의원이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처음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우한 것은 지난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다. 세 후보는 자신만의 강점을 토대로 치열한 '기선제압' 싸움을 벌였다. 당 혁신과 재건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호소하기 위한 지역별 미팅에서 신상진 의원은 계파청산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이념 무장을, 원유철 의원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프레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원유철 의원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홍준표 전 지사가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가치를 새롭게 만든다는 판단이 서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하자, 원 의원이 "지금 사퇴하시는게 어떠냐"고 한 것이다. 홍 전 지사는 "지금 보니 원 후보에 맡기기는 힘들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세 후보는 지난 20일 당 초·재선 의원들의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며 사실상 총력전을 벌이기도 했다. 

    3인(人) 3색(色),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뚜렷한 개성을 가진 세 사람의 등장으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불이 붙을 전망이다.〈뉴데일리〉는 현재까지 나타난 세 후보의 컨셉을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 비유해 비교해봤다.

     

  •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더 이상 싸우지 말자'로 요약된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더 이상 싸우지 말자'로 요약된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Good Guy' 신상진… "싸움좀 그만 합시다" 

    '야권의 성지'로 불리는 성남 중원에서 4선을 한 신상진 의원은 전형적인 '굿 가이'다. 사람을 살리는 직업인 의사 출신인 그는 '초선같은 4선'을 내세울 정도로 당내 계파갈등을 모르고 지냈다.

    운동권에서 전향해 국회에 입성한 그는 "당의 은혜를 입었다"며 묵묵히 당이 맡기는 일에 전념해왔다. 스스로 "공천에 잘 보일 필요가 없어 서민을 위한 의정활동과 당 이미지를 위한 입법활동에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계파도 없고, 줄 선 적도 없고, 크게 도와준 것도 없고, 의정활동 위주로만 해왔다"고 주장할 정도다.

    신상진 의원이 이번에 내놓은 메시지도 '더 이상 싸우지 말자'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계파갈등이었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의 분당을 지역에서 무소속 임태희 후보가 출마해 20%를 득표한 것을 예로 들며 "그런 지역은 공천이 100% 잘못해서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갈등을 되풀이해서는 내년에 열릴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우선 당 주요자리를 계파와 완전히 관계없이 사람만 보고 임명할 것"이라며 "초·재선 의원 중 지명직 최고위원을 추천 받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계파갈등은 물론 언론과도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지사가 연일 언론과 각을 세우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다. 그는 "탄핵때 얼마나 편파적이었나. 화가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당 대표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다 잊어버리고 앞만 보고 가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잘 하는 건 잘한다고 부탁도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써주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있기에 협조 안하는 부분이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신 의원이 제시한 "싸우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신념에 가깝다. 성남 중원의 불리한 야세에도 불구, 신 의원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우리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다"고 꿋꿋하게 밀고 나간 바 있다. 야세를 딛고 4선의 기반이 된 '굿가이 전략'을 당 대표 선거에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당 대표도 해보고 대통령 후보도 해봤다"고 했다. 정치에 미련을 갖지 않고 웰빙정당을 바꾸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Bad Guy' 홍준표… "자유대한민국 위해 악역 한 번 해볼 것"

    홍준표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대표적 악역'이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다소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문재인 후보와 극한대립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친문(親文) 패권진영을 거부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홍카콜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비록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전 지사의 '노이즈 마케팅' 속에 24%의 득표율을 확보, 2위를 기록했다. 당초 15%의 지지율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딛고 이뤄낸 결과였다.

    홍준표 전 지사가 비록 '악역'을 자처하고 있지만, 그가 여러차례 밝혔듯 철저히 계산된 발언을 던지고 있음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그는 초·재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다시금 '악역'을 전면에 내세웠다. 홍 전 지사는 "(무너진 당을 위해) 악역이라도 하고 떠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회직을 부업처럼 여기고, 권력과 특권만 누리고 당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이당의 국회의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웰빙정당'으로 불리는 자유한국당에 전투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당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전면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중앙당 조직 문제도 내가 구체적 규모는 모르겠지만 정리해고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도 당에 대한 쓴소리를 곁들였다. 그는 "이렇게 언론 환경을 만든 것이 자당, 친박 정권의 책임"이라며 "그런데 그런 언론이 이 정부가 탄생한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우호적 관계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홍준표가 비호감도가 높다는 말은 갤럽 조사때 나온 결과"라며 "동아일보의 3월 28일~29일 조사를 보면 비호감도 1위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저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 비호감도 제로"라고 꼬집었다.

    다만 홍 전 지사는 "내부총질을 하지 말자"며 당 내 인사들은 하나로 품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의 공세에 단호히 맞서는 과정에서 좌파로부터 '나쁜놈' 소리를 들을지언정, 내부로는 따뜻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친박계를 겨냥, '국정파탄세력'으로 부르면서도 "저는 이 정부가 들어오고 난 뒤 모든걸 협조했다"며 "탄핵 당시 당이 쪼개지지 않도록 전화하고, 2차탈당하려고 할 때 단체장들을 붙잡았다"고 언급했다.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기생정당"이라면서도 "당대당 통합은 맞지 않다. 쇄신만 잘 된다면 돌아올 것"이라 내다봤다.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그는 계파색이 옅은 자유한국당의 5선 의원으로, 넓은 스펙트럼과 포용력을 가진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그는 계파색이 옅은 자유한국당의 5선 의원으로, 넓은 스펙트럼과 포용력을 가진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한국당에 없는 특이한 이력, 원유철… "계파 넘는 외연확장"

    5선의 원유철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는 특이한 이력이 적지 않다.

    원 의원은 수도권에서 만 28세에 최연소 도의원으로 시작해 15대 국회에 무소속으로 입성했다. 최근 16년 간 당선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수도권에서 무소속 의원이 당선되는 무척 드문 일이다. 당시에도 무소속 당선자는 서울에 1명, 경기에 2명에 불과했다.

    이후 새천년민주당으로 입당해 초선의원을 지냈지만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국회를 빼놓고는 연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청년정치인으로 성공한 정치인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특이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인지 원 의원의 입장은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독특하다. 강경하고 전통적인 보수색이 뚜렷한 당내 주류와 가까워 범친박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원 의원 본인은 스펙트럼이 넓고 포용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런 성격은 토론회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시민사회도 폭넓게 우리 당의 우군으로 만들게 할 자신이 있다"며 "공천권도 아예 안 가지려 한다"고 언급했다. 소통방식도 원탁형의 의사결정 구도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정책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수도권에서 약했는데, 18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뉴타운 공약"이라고 짚었다. 지방선거에 승리해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같은자리에서 여의도 연구원 등 당내 싱크탱크 강화도 약속했다. 이념적인 주제보다 서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에 초점을 맞춘 대표가 되겠다는 의미다.

    실제 원 의원은 20대·30대 젊은 층 여성을 만나기 위해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등 빼어난 스킨십 능력을 자랑한다. 대선 경선기간에는 소통을 위해 '쌩쑈'라는 제목의 아프리카 BJ 컨셉으로 네티즌과 진솔한 대화 나눈 바도 있다. '확장성'을 언급할 때 원 의원이 거론되는 이유다.

    원 의원은 "우리 아들에게 '이 아버지도 전당대회에서 역전드라마를 하나 쓴 뒤 찾아가는 당 대표가 돼서 감동을 주겠다'고 했다"며 "젊고 역동적인, 개방적인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