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헌재는 대행으로 가도 돼"… 정계개편 촉발 의도?

"강경화 청문보고서 17일까지"… 승부수의 의도는?

'여소야대 4당체제'였던 88년 대법원장 인준 부결이 정계개편 촉발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6.15 18: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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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부터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는 셈이라 정국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새 정부 출범 불과 36일 만에 협치가 중대 기로에 놓였는데, 어떠한 의도에서 이와 같은 '승부수'가 던져졌는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인사청문회법 제6조 3항에 따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고 있는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17일까지 보고서를 송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에 열렸던 수석·보좌관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회에 17일까지 강경화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보고된 사항"이라고 전했다.

요청된 시점인 17일까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 제6조 4항에 따라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임명 강행의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국민들도 (강경화 후보자 임명에 대한) 지지가 훨씬 높다"며 "나는 국민의 뜻에 따를테니,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임명 강행을 시사했다.

앞서 임명이 강행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는 달리 강경화 후보자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 사이에서 반대 기류가 훨씬 강하다.

게다가 강경화 후보자는 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부동산투기 등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선거운동기간 중 공직 배제의 원칙으로 제시한 '5대 원칙' 중 병역 면탈을 제외한 4개 항목의 의혹에 연루돼 있을 정도로 적잖은 흠결이 노출됐는데도 청와대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과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개정안 등 산적한 현안의 처리가 무산될 위험이 있는데도 새 정부 출범 36일 만에 강경화 후보자를 놓고 때이른 승부수를 띄운 것과 관련해서는 뜻밖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승부수'와 관련해서는 당청(黨靑)이 공감대를 이룬 정무적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베푼 만찬 회동에서는 "헌재소장은 대행 체제로 가도 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 때,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강행을 염두에 두고 김이수 헌재소장후보자 인준 부결을 각오했다는 뜻이다.

당청의 전략과 관련해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북 출신인 헌재소장후보자 인준이 부결되면 국민의당에 역풍이 불면서 오히려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는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강공책을 펼치면서 만찬에서 여당과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헌정의 선례로 지난 1988년 7월에 있었던 정기승 대법원장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를 거론했다.

집권 민정당이 125석의 소수여당으로, 야3당이 각각 평민당 70석·민주당 59석·공화당 35석의 여소야대로 막을 올린 13대 국회는 88년 7월 노태우 대통령이 지명한 정기승 대법원장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 김영삼 총재의 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공화당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진 덕분이었는데, 직후 공화당에 역풍이 불었다. 정기승 후보자가 충남 공주 출신으로 공주고~서울법대를 나온 '충청 인사'였기 때문이다. 지역기반인 충남에서 불만의 민심이 표출된 것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기승 대법원장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충남에서의 역풍 뿐만 아니라 원래 민정당과 공화당 두 당의 뿌리가 같다보니, 결국 이 사건이 3당합당이라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됐다"며 "전북 출신인 김이수 후보자가 부결되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역풍을 맞으면서 유리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야당에 강공을 펼치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계속해서 "국민의 뜻"을 강조하는 것에도 이러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지지를 강조한) 오늘 모두발언은 대통령이 하기를 원해서 한 말"이라며 "국민의 뜻만 바라보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대통령의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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