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할 때, 헌법적 근거 마련"… 靑 추경 언급에 시·도지사들 "국회 처리 촉구"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사진 왼쪽부터)가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맨 앞열에서 걸어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사진 왼쪽부터)가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맨 앞열에서 걸어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도지사 간담회를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도지사 외에도 국무총리·경제부총리와 핵심부처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 실세 참모들이 배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를 중장기적으로 '제2국무회의'로 격상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시·도지사 간담회를 열었다.

    시·도지사로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서병수 부산광역시장·권영진 대구광역시장·유정복 인천광역시장·윤장현 광주광역시장·권선택 대전광역시장·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최문순 강원도지사·이시종 충북도지사·안희정 충남도지사·송하진 전북도지사·김관용 경북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참석했다.

    단체장이 공석인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대표해서는 류순현 경남지사권한대행과 김갑섭 전남지사권한대행이 각각 자리했다.

    정부·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홍윤식 행정자치부차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부위원장, 전병헌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단순히 광역단체장들과 환담을 가지는 자리가 아니라, 총리와 핵심부처 장관, 청와대의 실세 참모들까지 배석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간담회에 무게를 실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엿보였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대선 때 자치분권 국무회의라고 불리는 제2국무회의 신설을 약속드렸다"며 "내년에 개헌할 때, 헌법에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2국무회의의 예비 모임 성격으로 시·도지사 간담회라는 형태로 수시로, 또는 정례화해서 국무회의가 국정 이행 과제나 정책을 심의하듯이 이런 모임을 사실상 제도화하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지방행정을 책임지는 시·도지사들과 함께 중앙정부의 장관, 청와대 참모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실질적인 국사의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향후 개헌 과정에서 헌법적 근거가 마련될 '제2국무회의'의 예비 모임 성격이 된다고 하면, 이 모임에서 결정된 사항에는 정책적인 추동력이 강하게 실릴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도지사 간담회 소집은 대선 공약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다만 국무회의는 헌법 제88조와 제89조에 국정심의기관으로서의 성격과 권한이 명시돼 있는 헌법기관이지만, 시·도지사 간담회는 헌법은 물론 현재로서는 법률적인 근거조차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사가 법률적 근거 없는 기구에 의해서 논의되는 것은 향후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따질 때, 이를 불분명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별관회의' 등 몇몇 선행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헌법·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시·도지사 간담회의 한계를 스스로 잘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 향후 개헌을 통해 '제2국무회의'의 헌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는 다시 선거에 출마할 일이 없는 단임제 대통령과 임명직 국무위원들 간의 회의인 반면, 시·도지사 간담회는 3선까지 도전 가능한 선출직들이 참석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자칫하면 선거를 의식한 시·도지사들이 '자기정치'를 하는 장이 되거나, 사전선거운동이나 다름없는 지역현안 민원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국무회의처럼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심의 안건을 가지고 정례적으로 개최해야 하는 회의가 아직 아니다보니, 정국이 경색될 때 대통령이 임의로 소집해 야권을 압박하는 목적으로 그릇 활용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져갈 때, 박원순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을 강도높게 질타하며 내각총사퇴를 주장한 적이 있다"며 "국무회의라는 곳이 그런 '자기정치' 발언을 하는 곳이 아닌데, 선출직들이 모이면 어디서나 그런 일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여야 간의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는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제출했다"며 "추경이 마련되면 그 가운데 3조5000억 원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형태로 지자체로 내려가게 되는데, 국회에서 잘 통과될지 모르겠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대표 모두발언을 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시·도지사들은 대통령이 구상하는 정책의 동반자이자 파트너이고,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손발이자 집행자가 되겠다"며 "추경에 공감하며 지지를 표하고,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시·도지사들이) 국회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지방에서 어렵게 준비한 추경이 헛일이 될 것이니, 조속한 국회의 처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참석한 시·도지사들 중에서는 야당 소속 단체장도 있었지만, 이견이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박수현 대변인은 "추경 편성에 대해 참석한 모든 시·도지사들이 일치된 의견이었다"며 "정당 구분이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