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강경화 임명하면 김이수 인준표결 장담 못한다"혼란스런 정국 속 농림 김영록 등 4개 부처 장관후보자 추가 지명
  •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을 결정하고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김상조 위원장으로부터 가방을 전달받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을 결정하고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김상조 위원장으로부터 가방을 전달받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등 4개 부처 장관후보자의 추가 지명을 단행했다.

    반면 국회에서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달말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실무 조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등 외교장관의 급박한 임명 필요성이 점차 줄어듬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다시금 '패키지 딜'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정부 조각이 자꾸 늦어져 국정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며 "새 정부 첫 출발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김상조 위원장을 임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상공인·지식인·경제학자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그의 도덕적이고 청렴한 삶을 증언하고 위원장 선임을 독촉해왔다"며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일 김상조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으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세 차례의 전체회의 소집 시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무산됐다.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 등은 국회의 인사청문 외에도 임명동의가 필요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 등 국무위원은 임명동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 배경에는 김상조 위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 기류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이로 인해 이른바 '협치'가 전면적으로 파탄나고 정국이 경색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상조 위원장의 임명이 강행되기 약 2시간 30분 전인 이날 오후 2시를 전후해 원내교섭단체 4당의 원내대표와 이진복 정무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하는 형식의 사전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반발 기류가 훨씬 강한 강경화 후보자도 김상조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데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경화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패키지 딜'의 가능성이 다시 대두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이수 헌재소장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지난 7~8일 청문회를 거쳤지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한 상황이다. 헌재소장은 국무위원과는 달리 국회의 임명동의 표결을 반드시 거쳐야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경화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정국의 경색은 불보듯 뻔하게 된다.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동의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강경화 장관을 그대로 임명한다고 하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인준 표결을 장담하지 못한다"며 "대통령이 강행하면 헌재소장의 본회의 인준 표결이 부결로 유도될 것이고, 앞으로 인사청문회에서 협치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전제로 강경화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에서 '낙마'로 인정해 자진해서 '카드'를 거둬들이는 '패키지 딜'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윤영찬 소통수석도 이날 브리핑에서 "협치하기 위해 야당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며 "정치의 중요한 원칙은 타협"이라고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상조 위원장의 임명은 강행되고 강경화 후보자는 여전히 발이 묶여 있는 혼란스런 정국 속에서 청와대는 이날 4개 부처의 장관후보자를 추가로 지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후보자에는 민주당 김영록 전 원내수석부대표·수석대변인이 지명됐다. 김영록 전 원내수석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광주제일고~건국대 행정학과를 나왔으며,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재선 의원이다.

    통일부장관후보자에는 조명균 전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지명됐으며, 미래창조과학부장관후보자에는 유영민 전 LG CNS 부사장, 여성가족부장관후보자에는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