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명령으로 박근혜, 이재용 구속”...“열사 뜻 받들어 조국통일 이룩하자”
  • ▲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시민단체 공동주최 6.10민주항쟁 기념행사.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시민단체 공동주최 6.10민주항쟁 기념행사.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시가 '6월 민주항쟁 30년 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공동 주최한 ‘6.10 기념 행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사드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이석기·한상균 석방 등 반국가적 구호가 난무한 정치집회로 변질됐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가 10억원의 세금을 지원, 지난 2월부터 추진위 측과 행사 프로그램을 협의해 왔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수도 한 복판에서 사드 반대-(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한미FTA 폐기 등 反美구호가 터져 나온 사실은 정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 이석기-한상균 석방을 요구하는 손피켓.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이석기-한상균 석방을 요구하는 손피켓.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10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민주시민 대동제-6.10 민주난장'은 서울시가 추진위에 시비(市費) 10억원을 지원해 열렸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추진위에는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 민청련동지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전국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

    추진위 측 참가자 500여명은 3.1만세군, 동학농민군, 촛불시민군, 4월 혁명군, 5월 광주군, 6월 항쟁군 등 6개 그룹으로 나눠 탑골공원, 서대문형무소, 명동성당 등에서 출발해 씻김굿 형식의 행렬을 이루며 서울광장으로 집결, 한바탕 굿판을 벌였다.

    광장으로 집결한 이들은 김대중씨 석방하라, 전두환 신군부 타도, 호헌철폐 독재 타도 등,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 담긴 만장(輓章,고인을 기리는 글을 적은 깃발)을 들었다.

    사드 가고 평화오라, 재벌개혁, 한일위안부 합의 무효 등 민감한 정치적 구호가 적힌 만장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 ▲ 6.10 민주항쟁 행사장에 등장한 '사드 반대' 손피켓.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6.10 민주항쟁 행사장에 등장한 '사드 반대' 손피켓.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행사를 공동주최한 서울시는, 행사가 본래 취지를 잃고 정치 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주위의 우려를 인식, 추진위 측에 사드반대 등 정치적 문구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반대를 비롯해) 다소 과격한 정치적 문구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추진위 측은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가져오는 걸 말릴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2015년 11월14일 폭력시위(1차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양심수로 지칭하면서, 석방을 촉구하는 손피켓도 등장해 이날 집회의 성격을 가늠케 했다.

    이 밖에도 행사 현장에는 외세 간섭 없는 남북대화, 사드배치 원천무효 등 북한의 대남선전매체가 애용하는 문구가 인쇄된 유인물이 아스팔트 바닥을 뒤덮었다.

    이어진 본 행사에서는 새정권의 출범을 촛불의 승리로 표현하면서, 유독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조국통일 이룩하자’는 표현이 자주 나왔다.

  • ▲ 함세웅 신부.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함세웅 신부.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함세웅 신부는 "촛불의 결과로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리고 새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세상이 모두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국보법 폐지, 적폐청산, 사회개혁, 조국통일을 이루자"고 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상임대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에 항거해 목숨바쳐 투쟁한 역사를 계승, 촛불로 박근혜,최순실, 김기춘, 이재용을 구속시키고 문재인 촛불정부를 출범시켰다"며, "이 위대한 항쟁은 국정농단세력을 척결하고 친미·친일 수구세력을 청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우리는 사드반대, (한미)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미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남수 공동추모위원장은 "외세에 의해 해방을 맞이하고 결국 친일파 위주로 짜인 이승만 정권이 집권하며 진정한 애국자인 임시정부-독립운동가들이 배제된 구조적 모순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수많은 적폐 속에 정체된 헬조선이었다"며, 우리의 근현대사를 스스로 폄훼했다.

    6월 항쟁을 추모하는 행사장에서, 선정적인 정치 구호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자, 지나가던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행사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나라꼴 잘 돌아간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시민 김모(55·남)씨는 "안 그래도 나라가 어수선한데 과거사도 중요하지만 지금 살아가는 현재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며 "이게 무슨 행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시민 조모(48)씨는 "민주항쟁 기념식에 무슨 사드 철회 문구가 나오냐"고 반문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6월 민주항쟁 30년 기념 국민대회-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라는 이름의 행사가 진행됐다.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부르며 서울광장 특설무대에 오른 박원순 시장은 "지난 겨울 광화문촛불은 30년 전 6월 정신이 이어진 결과"라며, "새 정부를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장민주주의가 다시 승화하고 계승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서울광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여야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6.10항쟁 30주년 국가기념식(행자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주최)'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