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의 소통' 시도는 긍정적 "당부만 말고 귀도 기울여야"
  • ▲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정국 돌파를 위해 시정연설을 직접 하는 등 국회와의 소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원내5당 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정국 돌파를 위해 시정연설을 직접 하는 등 국회와의 소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원내5당 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정국' 정면돌파를 위해,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추경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직접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회동도 연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와의 소통을 통해 추경예산안 처리·정부조직개편안 처리·인사청문회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2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직접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금명간 만찬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추미애 대표·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집권여당 지도부가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주중으로는 국회 상임위원장단과도 별도의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속적인 당·청 최고위급 회동과 국회 지도자 만남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의도하는 바는 명확하다.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 향후 지명될 국무위원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과정에서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이 추경 시정연설을 직접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대통령은 정기국회에 제출되는 본예산의 시정연설도 임기 첫 해 정도만 했을 뿐 잔여 임기 중에는 국무총리에게 대독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임기 내내 본예산의 시정연설을 직접 했으나, 추경예산 시정연설은 역시 총리에게 맡겼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를 설득하는데 필요하다면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추경의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를 실천에 옮긴 셈이다.

    금명간 진행될 여당 지도부 만찬회동, 국회 상임위원장단 회동도 목적은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추경·정부조직·인사청문 등에서 여야 협치에 공을 들이기에 앞서 차례대로 순서를 밟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추경정국 돌파를 위해 국회와의 대화에 직접 나선 것을 놓고서는 긍정적 시선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간 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처럼 의회 지도자 및 의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문해왔다. 대의대표인 국회의원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시정연설을 직접 하고, 또 국회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들을 불러들여 오찬 내지 만찬을 베푸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소통 행보에는 '쌍방향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자신이 당부하고 싶은 말만큼이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심의권은 본래 국회에 전속한 고유 권한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해 불요불급한 항목은 삭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은 새 정부가 출범한만큼 정부를 운영해갈 신정권의 의사를 가급적 존중해 처리해야 하겠지만, 그 결과 설치될 각 부처의 국무위원 인사청문은 국회의 고유 권한인만큼 허투루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회·정당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활발히 소통하는 것은 누구나 다 환영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소통의 자리에서는 당부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국회 측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