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중앙 강연은 “전쟁 나면 필승” 보위부 간부 “美개입하면 필패”
  •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전쟁이 나면 필승한다"고 교육하고 있지만, 보위부에서 나온 "미국이 개입하면 필패한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6년 6월 24일 6.25전쟁을 맞아 전시회를 찾은 북한 노동당 관계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전쟁이 나면 필승한다"고 교육하고 있지만, 보위부에서 나온 "미국이 개입하면 필패한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6년 6월 24일 6.25전쟁을 맞아 전시회를 찾은 북한 노동당 관계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당국은 6.25전쟁을 기념할 때만 되면 매년 정세강연을 하는데, 최근에는 주민들이 강연 내용을 듣고 코웃음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당국의 정세강연과 그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노동당 중앙에서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생활에 임하라고 주민들에게 요구하며, 직장, 사회단체, 인민반 강연회에서 이런 내용의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기록영화는 ‘강철의 영장’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남조선 괴뢰를 무릎 꿇게 했다는 내용으로, 지금도 미제는 조선에 대한 침략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호시탐탐 전쟁 기회만 엿보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강연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강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대부분 엎드려 잠을 청한다”면서 “매년 6.25가 다가오면 비슷한 내용의 강연을 해와서 주민들은 듣지도 않고 강연 내용을 외울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비유하면 한국의 민방위 훈련 안보교육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소식통은 “최근 강연에서는 조선반도 정세가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에 의해 일촉즉발의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최고 사령관 김정은 원수님이 명령만 내리면 반드시 승리하는 전쟁으로 끝날 것임을 거듭 주장했다”면서 “이를 들은 주민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남도 소식통 또한 정세 강연과 6.25전쟁 67주년 전쟁 영화 상영 소식을 확인하면서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이 이길 수 있다는 승리 시나리오가 노동당 중앙에서 나오자 주민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이어 “함흥시 사포 구역에서 퍼지기 시작한 도 보위부 간부의 발언이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노동당 중앙에서는 ‘전쟁이 나도 우리가 반드시 승리하는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보위부에서 흘러나온 전쟁 시나리오는 조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남도 보위부 간부가 퍼뜨린 전쟁 시나리오는 “미국의 개입을 막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면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5시간 동안만 미국의 개입을 막아도 한국을 먹어 치우는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전쟁이 나면 반드시 이긴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개입하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은 물론 보위부 간부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국이 개입하면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은 북한의 군사력과 대남적화의지를 과소평가하거나 전쟁 발발 가능성을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