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탕평' 潘 '인연' 생각하면 110분간 거론조차 안 됐다는 것은 의아
  • ▲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만나 오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110분에 걸쳐 진행된 두 사람 사이의 오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만나 오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110분에 걸쳐 진행된 두 사람 사이의 오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110분 간에 걸친 오찬 회동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당초 강경화 후보자를 발탁할 때 반기문 전 총장 측의 인사까지 품은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 인사'라고 알려졌던 것을 감안하면 부자연스러운 언급 회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총장은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당초 예정된 7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화기애애한 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강경화 후보자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결과에 관한 브리핑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반기문 전 총장과 강경화 후보자 사이의 깊은 인연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본인이 외교부장관이던 시절부터 강경화 후보자를 각별히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뒤에도 강경화 후보자와 유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중용해왔다.

    게다가 강경화 후보자가 38대 외교부장관이 된다면 33대 외교부장관을 지낸 자신의 직계 후배가 되는 셈이다. 자신이 각별히 아낀 인재를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도 거쳐간 외교부장관직에 지명했으니 의례적으로라도 언급을 하는 게 상례일텐데,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게 되레 부자연스럽다.

    또 '탕평 인사'를 자랑삼던 문재인 대통령 쪽에서도 일절 화제로 삼지 않았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전혀 화두에 오르지 않아 오히려 화두를 던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정무(政務)적 측면에서는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총장,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듯이 강경화 후보자를 전혀 화두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가 지난 2013년 4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를 맡게 되면서,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가 지난 2013년 4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를 맡게 되면서,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강경화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흠결이 많이 발견돼 코너에 몰려 있다.

    장녀를 이화여고에 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으며, 거제도 땅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야 장녀·차녀의 증여세를 납부한 점, 박사학위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인용부호와 출처 표시 없이 타인이 작성한 문헌의 문장들을 사용한 흔적 등이 폭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의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중에서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의 4개 의혹에 연루된 것이다. 후보자 본인이 여성이라 병역면탈은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랜드슬램'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의 자세도 미묘하다.

    애당초 지난달 21일 "강경화 후보자의 장녀가 한국 국적을 이탈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으며, 이화여고에 전학하려고 1년간 친척집에 주소지를 뒀다"고 선제적으로 흠결을 공개했던 청와대는, 이후 계속되는 의혹 폭로에 대해 "청와대가 답변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첫 내각의 조각 과정에서 '사석 작전'을 전개하면서, 강경화 후보자를 '버림돌'로 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단 한 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도 낙마시키지 못하면 야당도 체면이 살지 않는 만큼, 가장 의혹이 많이 제기된 강경화 후보자를 '버림돌'로 버리고 나머지 대마(大馬)를 살려가려는 속내 아니냐는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총장이 110분 동안 대화를 하면서 강경화 후보자의 '강' 자도 꺼내지 않았다면 눈빛으로 서로 뜻이 통한 이심전심이었을 것"이라며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많이 발견돼 '버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직감하고 부담스러워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