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진 업무효율성 고려하면, 본관 활용빈도도 어느 정도 늘릴 수도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1관 3층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새로 설치된 일자리상황판을 직접 시연해보이고 있다. 사진 앞쪽으로 회의를 위해 들여놓은 라운드테이블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1관 3층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새로 설치된 일자리상황판을 직접 시연해보이고 있다. 사진 앞쪽으로 회의를 위해 들여놓은 라운드테이블이 보인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곁에 두고 참고하겠다던 일자리상황판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했다.

    미·중·일 3국을 다녀온 대통령 특사단 접견도 본관 집무실을 놔두고 여민관 집무실에서 행했다. 본관 집무실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활용하고, 광화문으로 집무공간을 이전할 때까지 계속해서 여민관에서 집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1관 3층의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마련했다. 일자리상황판에는 △일자리 현황 △고용률 △실업률 △청년 실업률 △비정규직 비중 △근로시간 등 대통령이 일자리와 관련해 신경써야 할 주요 항목들이 상시 표시된다.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부위원장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당선되면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해 매일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며 "상황판이 설치되면서 대통령이 매일 지표를 보면서 대책을 지시할 수 있어, 일자리 정책이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황판을 취재진 앞에서 시연해보인 문재인 대통령은 "시연이 아니라 대통령이 상용하는 것"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해 매일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단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대통령 집무 중 항상 점검하겠다고 약속한 일자리상황판을 본관 집무실이 아닌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한 것은, 앞으로도 대통령 집무를 여민관에서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여민관 집무실을 가리켜 "본관 집무실에 비해 좁지만 일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라며 "앞으로 임명장을 수여하거나 공식 행사상 필요할 때만 본관 집무실을 사용하고, 업무는 여기에서 보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여민관 집무실에 라운드 테이블 형태의 탁자까지 들여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응접용 소파를 들여놓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 자료를 보며 회의하기에는 불편하다"며 "이런 탁자를 두면 아래 위(상석)의 구분도 없고, 자료를 보며 회의하기가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보다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일단 권위주의 문화의 청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해보인다는 지적이다.

    본관 집무실은 51평의 큰 공간에 오직 대통령 책상 하나만 놓여 있는 구조라 그간 비효율과 권위주의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통령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책상머리까지 가서 보고하려면 15m를 걸어가야 한다.

    민간기업 CEO 출신으로 업무 효율을 중시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을 처음 보더니 "테니스 쳐도 되겠다"고 혀를 찬 것도 당연하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여민관 집무실은 26.4평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까지 들여놓아 권위주의 타파와 업무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훨씬 나아졌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여민관 집무실을 언제까지 쓰게 될까.

    일단 내년말에서 후년초까지는 계속해서 여민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공간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이를 위해서는 집무공간 이전을 위한 국회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편성되면 내년 한 해 광화문 청사에서 공사가 진행될텐데, 대통령의 특수성을 감안해 창문의 방탄유리 교체와 지하공간의 벙커 마련 등이 필요하다보니 단기간에 공사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워보인다.

    결국 1년 이상 공사가 소요된다고 보면, 광화문으로 집무공간을 이전할 2018년말~2019년초까지는 계속해서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민관 집무실에서 바로 '광화문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본관 집무실의 사용 빈도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물론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접수라든지 훈장 수여와 같이 격식과 예식이 중요한 행사는 본관 집무실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여민관 집무실은 그런 행사를 하기에는 너무 좁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이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그 외에도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부속실의 비서관·행정관 등과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것이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거리가 가까워지면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민관에 있을 때에도 1관 3층의 집무실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부속실 등 다른 사무실 문을 불쑥 열고 들어가 궁금한 것을 묻거나 즉석 업무지시를 내리고, 때로는 신문을 읽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민관 집무실에 있을 때에도 종종 직접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0번을 누른 뒤 교환원을 통해 비서실장 등에게 연결을 요청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걸어온 전화는 벨소리가 두 배 가량 크게 울리도록 설정돼 있어, 대통령으로부터 교환·연결된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그 사무실 전체 인원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제 불쑥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모른다거나, 일하고 있는데 뒤에 앉아서 신문을 읽는 것은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살 떨리는 일이라, 소통도 좋다지만 너무 잦으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건 전화 벨소리만 유독 두 배 큰 게 사실이라면 이것도 권위주의 문화의 하나이기 때문에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