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유가족 끌어안으며 눈시울 붉혀… 호남 민심 달래는 모습
  •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5·9 대선을 통해 들어선 문재인-민주당 정권이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 모습을 완전히 바꿔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후 4년 만이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두 전직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만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뿐 이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한 해를 거르지 않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한 점도 정권교체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서 보인 행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보수정권에서 상대적 소홀함을 느낀 호남민심을 다독이기 위함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호남은 집권당이 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린다.

    나아가 이번 기념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만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대통령, 기념식서 '유가족 포옹'

    이번 5·18 기념식에서는 명장면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행사 도중 5·18 유가족을 끌어안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힌 것이 그렇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난 후 기념공연으로 '슬픈 생일'이 이어졌다. 이 공연은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광주에 왔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한 김재평씨 얘기를 다룬 행사다.

    이 행사는 김재평씨의 딸 김소형씨가 편지문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소형씨 사연에 문 대통령은 눈물을 보였다.

    고 김재평 씨는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김 씨가 태어난 날 계엄군에 의해 희생됐다. 전남 완도에서 근무하던 김 씨의 아버지가 딸의 출생 소식을 듣고 광주를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소형씨가 퇴장하는 순간 문 대통령이 일어나 소형씨를 붙잡아 포옹을 한 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는 기념식 행사에 예정에 없던 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선보인 이른바 '따뜻한 포옹'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기념식 뉴스를 전하던 KBS1 수어통역사가 문 대통령 포옹 모습에 눈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 '보수정당' 자유한국당·바른정당도 호남 끌어안기

    문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 5·18 기념식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념식 후 취재진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 5·18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라고 말했다"라며 "(또 문 대통령이 열창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기운을 불어넣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열창된 것과 관련 "아주 감격적"이라며 "오늘은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5·9 대선을 통해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역시 5·18 기념식을 위해 광주 땅을 찾았다.

    기념식장을 찾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진 않았으나 "5·18 민주 영령에 대한 추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호남 민심을 달랬다.

    정 원내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며 "진정 민주화 운동을 위해서 희생하신 분들을 위해 삼가 명복을 빈다"고 이같이 밝혔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도 호남 민심 달래기에 집중했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9년만에 제창하게 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진정한 국민 통합과 지역주의 극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5·18 민주화 운동을 지역 분열의 소재로 동원하고 정치적으로 폄훼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1만 인파 모여설까? 일부 미숙했던 행사 진행 과정도

    이번 기념식 진행 과정에서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소리는 문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면서 감지됐다.

    오전 10시쯤 문 대통령이 기념식장에 모습을 보이자 1만 인파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몇몇 관중은 기념식 무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기념식장 뒷편에서는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앉자 좀" 등 원성이 터졌다. 이들의 원성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몰린 관중들은 "대통령이 입장할 때까지만 서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중들 사이에서의 고성은 문 대통령이 지정석에 착석하자 진정됐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진행하던 오전 10시20분쯤 또 한 번의 고성이 나왔다. 이번에는 기념식 진행을 돕는 안전요원들이 문 대통령의 기념사 자리 쪽으로 몰린 것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축사를 지켜보던 일부 관중 사이에서는 "어떻게 안전요원들이 기념식을 방해할 수 있나"라면서 "(요원들을 향해) 자리 좀 이동해달라"고 웅성거렸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중반 김모(여)씨는 "아까 대통령이 입장할 때도 고성이 오고 갔다. 그때 안전요원들은 뭘 했나. 멀뚱멀뚱 서 있지 않았나"라면서 "그러더니 이번에는 본인들이 기념식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볼멘소리는 기념식이 마무리될 당시 욕설로 바뀌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와 관계자들이 퇴장하자 "저 인간이 여기 왜 온거야" "한국당 놈들은 여기 올 자격이 없다" 등의 욕설이 난무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5·18 기념사를 통해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어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