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했다. 당시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다. 20년이 지난 후 프로듀서로서의 데뷔는 그때와 느낌이 너무 다르다. 떨리고 설렌다.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많은 얘기를 했다면 이제는 제작자로서 좋은 작품을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

    류정한은 15일 오후 CJ E&M 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라노'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프로듀서로 데뷔를 앞둔 긴장감과 함께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항상 부탁을 받는 입장에서 배우나 투자자에게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해야하는 입장이 됐다.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니라 상황이 어색했다. 프로듀서는 잘 해도 욕을 먹고, 못하면 더 큰 욕을 얻어 먹는다. 그간 제가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새삼 반성했다. 앞으로 더 착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덧붙였다.

    뮤지컬 '시라노'는 '지킬앤하이드'의 콤비 프랭크 와일드혼과 레슬리브리커스의 작품으로,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1897년)이 원작이다. 2009년 일본에서 초연을 올렸는데, 일본 뮤지컬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로 불리는 극단 토호에 의해 제작되었다. 

    '시라노'의 국내 초연 소식에 화제를 모았던 것은 최정상의 뮤지컬 배우에서 프로듀서로 데뷔 신고식을 치르게 된 류정한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만남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마타하리'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하며 우정을 쌓아왔다.

    류정한은 시라노와 록산, 크리스티앙이 만들어가는 순수하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와 아름답고 극적인 음악에 매료돼 프로듀서로 나서게 됐다. "작년 4월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랭크가 정말 좋은 작품이 있는데 한국에서 공연한다면 제가 꼭 시라노 역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대본을 읽는 순간 제작하고 싶었다. 프랭크가 '너의 도전에 박수를 친다'며 라이선스를 넘겼다."

  • 뮤지컬 '시라노'는 작품 자체가 가진 완성도와 류정한 프로듀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홍광호, 김동완, 최현주, 린아, 임병근, 서경수 등 대한민국의 쟁쟁한 배우들이 뭉쳤다. 또, '맨오브라만차', '지붕 위의 바이올린', '살짜기옵서예' 등의 작품을 연출한 구스타보 자작과 '벽을 뚫는 남자',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등의 변희석 음악감독이 참여한다.

    류정한은 "작년 10월 프랭크, 구스타보와 함께 오디션을 진행했다. 반 이상이 제가 다 아는 배우더라. 같은 배우인데 감히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점수를 매기지 않고 한국 연출가에게 맡겼다. 오랫동앝 알고 지내던 대선배도 오디션에 참여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다음부터는 심사장에 나타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오디션 당시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캐스팅을 자랑하는 만큼 뮤지컬계 내로라하는 스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개런티로 출연해줬다. 작품을 먼저 보고 흔쾌히 수락했고, 개런티는 두 번째 문제였다. 매일 하루하루가 기적처럼 여기까지 왔다"며 "매진 가능성이 높은 완벽한 캐스팅이다. 전 회차 매진이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처럼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류정한은 배우로서도 작품에 참여해 홍광호-김동완과 함께 주인공 '시라노'를 연기한다. '시라노'는 뛰어난 검객인 동시에 아름다운 시를 쓰는 로맨티스트이지만, 크고 볼품없는 코에 대한 콤플렉스로 정작 본인의 사랑에는 소극적인 인물이다.

    "감히 시대정신을 담거나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는 않다. 작품 안에 사랑과 정의, 용기, 희생, 휴머니즘 등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20년 동안 정말 사랑하는 작품 중에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맨오브라만차'인데, 그보다 더 사랑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2017년은 류정한에게 남다른 해이다. 뮤지컬 배우 데뷔 20주년이자 제작자로서의 변신, 그리고 지난 3월 배우 황인영과 결혼식을 올리며 노총각 딱지를 뗐다. "올해 20주년이라 많은 팬들이 콘서트에 대해 물어보더라. 여러가지 이벤트 제안이 왔고 고민하는 사이 '시라노'를 만났다. 이 작품을 온전히 알려드리고 사랑받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배우나 하지 왜 프로듀서를 하는 거야'라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 한다면 잠도 못자고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며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혹평을 할 수 있지만 거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든 더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전했다.

    뮤지컬 '시라노'는 7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 [사진=프로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