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흔들리고 부산·경남(PK) 무너진, 차디찬 야당 다시 시작
  • ▲ ⓒ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 상황
    ▲ ⓒ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 상황

     

    '항우는 고집으로 망하고 조조는 꾀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19대 대선에 나선 보수(保守) 후보들에게 꼭 들어맞는 말이다.

    패인을 요약하면 이렇다.

    좌파는 집결(集結), 우파는 분열(分裂).

    만약 보수대통합이 이뤄졌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보수 유권자라면 한번쯤 머리 속에 그려봤을 법한 가정이다.

    후보들은 대통합을 요구하는 보수의 여망(輿望)을 외면하기 전에 고심하고 또 고심했어야 했다.

    성향이 애매한 안철수 후보는 예외로 치더라도 한솥밥을 먹어온 보수정당 후보들이 꼭 그렇게 등을 돌렸어야만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모두에게 묻고 싶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친박계도 탈당파도 모두 끌어안으려 했다.

    "좌파가 집권하면 우리는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 보수우파 대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책임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국가와 미래를 위해 보수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대전제였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 탈당파의 일괄복당과 친박(親朴) 핵심들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해제를 단행하면서 "그동안 섭섭했던 서로의 감정을 모두 한강물에 띄워 보내고 큰 정치로 보수 대통합정치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홍준표 후보는 "친박이 없어졌는데 무슨 감정을 갖고 그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니편 내편 가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기회만 잡았다면 대구·경북(TK)이 흔들리고 부산·경남(PK)이 무너지는 고통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 후보는 끝까지 완주를 고집했다.

    유승민 후보는 "(완주를 향한) 기존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에는 "몹시도 춥던 지난 1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서 서른세 명의 동료 의원들이 새로운 발걸음을 뗐고, 보수가 새로 태어나겠다고 천명해 개혁 보수 바른정당이 태어났다"고 강변했다.

     

  •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뉴데일리 DB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뉴데일리 DB

     

    유승민 후보 개인에게 있어 이번 득표율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수의 패배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공멸의 씨앗'으로 해석될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다. 

    유승민 후보는 "한 번 품은 뜻은 소신을 갖고 지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수 전체의 승리를 위해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12명의 동료 의원은 어떻까 싶다. 내 뜻은 소신이요, 동료의 뜻은 수구일까. 유승민 후보의 입에서 나왔던 발언을 곱씹어 되묻고 싶다. "유승민 후보는 왜 정치를 하는가."

    참으로 답답한 후보가 또 한명 있다. 바로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다.

    "유승민과 손을 잡으면 홍준표 후보도 배신자."

    앞뒤 없는 주장을 듣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조원진 후보는 "저는 죄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외치는 유일한 후보"라고 했다.

    책임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건은 휘발성이 강한 문제다. 일단 보수 정권을 재창출해야 향후 논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제조건은 물론 보수대통합이다. 이를 거부한 조원진 후보의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된 헛구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각 후보들은 제 목소리만 냈다. 내 말만 정답이라고 외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제 똘똘 뭉친 좌파의 결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게 됐다.

    10년 보수 정권은 막을 내렸고, 다시 차디찬 야당 생활이 시작됐다. 

    어떻게 이뤄낸 보수 정권이었던가. 따뜻한 안방을 제 발로 걷어찬 배부른 보수의 민낯이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이 남아 있다. 이대로 보수는 궤멸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보수 진영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