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인질외교' 가능성…통일부 "향후 상황 더 지켜봐야 될 듯"
  •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추가 억류 사실을 밝혔다. 사진은 김정은 군종합동타격훈련 시찰 관련 北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 일부.ⓒ北선전매체 홈페이지 캡쳐
    ▲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추가 억류 사실을 밝혔다. 사진은 김정은 군종합동타격훈련 시찰 관련 北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 일부.ⓒ北선전매체 홈페이지 캡쳐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을 추가로 억류했다고 밝혀 그 의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평양과학기술大 운영 관계자로 일하던 미국 국민 김학송을 ‘反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한 혐의로 공화국법에 따라 6일 억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현재 해당 기관에서 김학송의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反공화국 적대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英‘BBC’에 따르면 美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평양 주재 스웨댄대사관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로써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은 김학송을 포함해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버지니아 주립大 학생 오토 웜비어, 김동철 목사 등 4명이다.

    웜비어와 김동철 목사는 2016년 反공화국 적대행위와 간첩 혐의로 각각 15년, 10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상덕 씨를 체포·억류했다며 “국가를 전복하려는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했으므로 공화국법에 따라 그를 4월 22일 8시 평양국제공항에서 단속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조선중앙통신’은 김상덕 씨가 어떤 적대행위를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번 김학송 씨 체포·억류 보도는 김상덕 씨 보도 이후 불과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향후 ‘인질외교’를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美‘NBC 뉴스’는 북한 전문가들을 인용 “김정은이 미국인들을 북한에 억류한 것은 그들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겨냥한 美정부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인질외교의 일환으로 이들을 ‘인간방패’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인을 억류한 뒤 석방 협상을 통해 북·미 간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 시도했던 전례가 있다.

    북한은 2009년 3월 북·중 접경지역을 취재하던 美‘커런트 TV’ 소속 중국계 미국인인 로라 링과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를 체포했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에 나섰고 같은 해 8월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前 美대통령이 김정일과 면담한 이후에야 이들을 풀어줬다.

    2009년에는 불법 입국 선교 혐의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체포해 1년간 구금해 오다 2010년 8월 지미 카터 前 美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그를 석방했다.

    북한은 또한 2012년 11월 종교활동을 통해 국가를 전복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를 체포했으며, 2014년 4월에는 反공화국 적대행위로 매튜 토드 밀러를 체포했다. 이들은 북·미 간 협상 끝에 2014년 11월에야 석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북한의 ‘인질외교’ 가능성과 관련 “과거에 그런 선례가 있지만, 현재 상황은 또 과거와 다를 수 있다”면서 “때문에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점이 있으며, 향후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