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보수 표심… 동질감과 감동 그리고 핵심 찌르는 메시지로 막판 역전극 "희망 봤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6일 인천 유세.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6일 인천 유세.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사전투표가 끝났다. 천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몰렸다. 높은 사전 투표율에도 보수세가 강한 영남은 침묵했다.
    광주와 전남·전북은 전국 평균 투표율(26%)를 크게 웃돌았고, 부산·대구 경남·경북 등 영남 지역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광역단체로는 대구광역시가 22.28%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기초단체 단위로 봐도 부산광역시 사상구가 20.11%로 투표율 최저였다.
    보수 유권자들이 숨을 죽이고, 판세를 주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홍준표냐 안철수냐.' 문재인을 이길 사람이 누구인지 재고 있다는 얘기다.
    "사흘 후엔 승리할 겁니다."
    6일 바쁜 유세 일정을 이동하는 홍준표 후보와 함께 차를 탔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당선을 확신했다. '어대문(어쨌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 판치는 정국에도 홍 후보는 '내가 이긴다'고 자신감이 넘쳤다.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들만 보면 홍 후보의 자신감에 물음표가 찍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홍 후보는 단호했다.
    '진보는 분열했고, 보수는 집결하고 있다'는 홍 후보의 막판 당선 전략은 꽤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꽤 오랜시간 인터뷰에의 응한 홍 후보의 말과 표정에는 강한 '근거있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출마 선언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희망 봤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3월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그는 "동원하지도 않았는데 서문시장에서 3만 명이 모인 것을 보고 희망을 봤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실제로 패배감과 무력감에 젖어있던 대구·경북 3만여명의 시민들은 그를 격하게 반겼다. 그리고 이 한마디에 열광했다.
    "우리 숨지도 맙시다. 부끄러워 하지도 맙시다."
    반기문 그리고 황교안. 보수를 대표한 유력 대권주자가 사라질 때마다 지쳐갔던 유권자들에게 홍 후보의 말은 크게 울렸다. 홍 후보는 그 때부터 전통시장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다고 했다.
  • '구글트랜드' 빅데이터의 후보별 일주일 간 관심도 추이. 파란색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빨간색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초록색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보라색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노란색이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구글 트랜드
    ▲ '구글트랜드' 빅데이터의 후보별 일주일 간 관심도 추이. 파란색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빨간색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초록색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보라색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노란색이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구글 트랜드

    "여론조사? 안 믿어! 바닥 민심 믿고 여기까지 왔다."
    홍 후보는 이미 안철수 후보를 추월했고, 문재인 후보도 따라 잡았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빅데이터(구글트렌드) 변화를 든다. 홍 후보는 "바닥 민심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며 "내가 2002년 노무현식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고 했다. 〈구글트렌드〉의 일주일간 관심도 변화 추이를 보면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그는 지난 4월 28일까지는 관심도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었지만, 29일 부터는 줄곧 안 후보를 앞서갔다. 이후 3일간 관심도를 서서히 끌어올린 홍 후보는 마지막 토론회를 앞둔 5월 2일 오전,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협조가 별로 없어서 안희정이 이광재를 데리고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우리 당에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들이 훨씬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호감? 홍준표 스토리에는 동질감과 감동이 있다."
    한자리수 지지율에서 이제는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는 약진(躍進)에 대해 홍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그는 가는 곳마다 서민의 아들임을 강조하는 연설로 시작한다. 홍 후보의 동선을 따르는 기자들은 그의 말을 외울정도다. "경비원 아버지를 둔 아들, 까막눈 어머니를 둔 아들도 대통령이 되는 나라…."
    홍 후보는 초등학교 시절 1년 단위로 학교를 바꿨다. 어려서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던 그는 7살의 나이에 수레를 이틀간 끌고 밀며 대구로 이사를 가야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1년에 한 번 꼴로 이사한 탓에, 친구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난한 시절 어려운 시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홍 후보에게 깊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담백하고 거침없는 입담도 한몫했다는 게 홍 후보의 설명이다.
    홍준표 유세현장에는 중·장년층 여성들이 웃음으로 홍 후보의 유세에 화답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대구 동성로 유세에 당시 홍 후보의 연설을 보러온 한 여성유권자는 홍 후보가 "나 이제 자러 가야하니 연설 그만하겠다"는 말에 연신 웃으며 "그런 사람인줄 몰랐는데 인간적이다"라고 즐거워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노래 잘해… 5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이유."
    홍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대중 가요도 즐겨 부른다. 부산·서울·인천·서산에서는 '추풍령'을, 대구에서는 '홍도야 울지마라', 대전에서는 '대전블루스', 부산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제천에서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각각 열창했다.
    그는 "옛날에는 노래도 잘했다"며 "선거를 즐겁게 축제로 하려고 내가 만 명 이상 모이면 노래를 합니다"고 농담을 건넸다. 
    홍 후보측 관계자는 "급격하게 지지율이 상승된 때도 바로 각 가정에 홍보물이 배달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50대 여성에게도 홍 후보가 인기있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자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 했다. '꿈이 있는 나라'를 강조하는 그의 주장에 호응이 크다는 의미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난 5일 청량리 유세. 서민정책으로 제시된 담뱃값 인하 정책과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보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난 5일 청량리 유세. 서민정책으로 제시된 담뱃값 인하 정책과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보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막말? 핵심을 찌르는 메시지일 뿐."
    홍 후보의 유세 분위기를 띄우는 농담과는 별개로 여기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얕지 않다.
    그는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불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내를 분석하며 "대통령에 취임하면 그 즉시 칼빈슨호에서 미국과 모든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 했다. 홍 후보의 설명에 따르면 '사드 10억불' 발언은 좌파정권이 들어올 때를 대비한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라고 한다.
    이런 발언은 홍 후보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검사시절을 거쳐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두루지낸 4선 의원이자 경남도지사를 재선한 행정가다.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거친 셈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날리는 그에게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도 이같은 경력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홍 후보 측은 "실패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성공한 경남도지사 중 누가 대통령에 더 어울리겠느냐"며 "청년 신용불량자 구제, 서민을 위한 유류세·담뱃세 인하 등이 서민들과 공감대를 이룬 결과가 지지율 급상승의 원인"이라 짚었다.
    "안철수 15% 안돼, 심상정이 더 많이 나올지도…"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 "(득표율)15%가 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는 "수도권은 이번에 박빙. 그런데, 영남, 충청 강원에서는 내가 이긴다"며 "수도권은 박빙이고 호남은 문재인-안철수가 갈라 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좌측에서도, 우측에서도 좀 받고 그렇게는 당선될 수 없다"며 "(안철수 후보와의)실버크로스는 넘었고, 어제부로 (문재인 후보와)골든크로스를 하지 않았나"고 자신했다.
    "문재인, 30% 초중반 득표율이면 많이 간 것."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도 홍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을 밑도는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에 30% 좌파들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며 "문재인 후보가 그걸 박차고 못넘을 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실제로 투표해보면 문 후보는 30% 초중반까지 가면 많이 받은 것일 것"이라고 했다.
    "결론은 이길수밖에 없는 4자 구도."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자신에게 집중 투표를 할 것으로 확신했다. 홍 후보는 "(지지율)1%도 안되는 후보들이 보수 후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는 후보 개인의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하나로 선거 운동, 젊은층 위한 서민정책 많다."
    인터뷰 전날인 5일 홍준표 후보는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며 양화대교 고공농성을 벌인 한 고시생을 찾았다.
    사법고시 폐지를 추진한 문재인 후보를 애타게 찾았지만, 정작 절박한 고시생을 설득해 목숨을 구한 사람은 홍 후보였다.
    홍 후보는 "(신분 상승)사다리가 없어지니까 서민은 힘이 든다"며 "홍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서민들에게도 꿈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래서 계속해서 지지율이 치고 올라 간 것 같다"며 "수도권과 지방도 차이가 있지만, 여론조사와 현장을 직접 보는 것도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JP가 지지하면 당선된다?
    홍 후보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를 예방하고 사실상 지지선언을 끌어냈다. 그는 5일 저녁 김 전 총리 자택을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지금 딱 붙어있다. 4일만 잘 하면 제가 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총리는 "나야 마음껏 돕지"라며 화답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인줄 아나, 빌어먹을 자식"이라 했다.
    김종필 전 총리가 지지한 후보는 모두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는 점은 막판 역전극을 노리는 홍 후보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