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표 “이대로 가면 공멸, 보수 분열 막아야”
  • 권영해(왼쪽)·정광택 새누리당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권영해(왼쪽)·정광택 새누리당 공동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계기로, 이른바 ‘태극기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권영해 새누리당 공동대표와 정광택 상임대표가, 같은 당 조원진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집행부와의 결별을 사실상 선언했다.

    권영해, 정광택 대표는 29일 새누리 당원들을 상대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의 보수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조원진 후보의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권 대표 등은 “조원진 후보를 만난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고, 지난 10여일 간 조 후보 유세를 지원하면서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그의 참된 애국심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권영해, 정광택 두 대표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수는 없다”면서, 보수가 분열로 망하지 않으려면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권영해, 정광택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홍준표 후보가 3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그와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당원들의 뜻을 물었다.

    권 공동대표 등이 홍준표 후보에게 제안한 조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을 당 차원에서 인정할 것 ▲어떤 경우에도 탄핵찬성 및 개헌세력과 연대하지 말 것 ▲대선 이후 양당이 탄핵과정과 관련해 공동 조사단을 구성할 것 등이다.

    권영해 공동대표는 이 3가지 제안을 홍준표 후보가 수용한다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통령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며, 조원진 후보 유세 지원에서도 빠지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권 공동대표는 29일 밤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의 선거대책본부는 오늘로 끝났다”며, “조 후보가 당의 뜻을 받아들였다면 좋았겠지만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권 공동대표는 당 차원에서 조 후보를 물리적으로 사퇴시키는 것은 남은 일정과 절차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당원들에게 “홍준표 후보를 따르거나 조원진 후보를 따르거나 스스로 선택하길 바란다”고 했다.

    두 공동대표가 자기 당 대통령 후보인 조원진 후보에게 사실상 자진사퇴를 ‘권고’하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중심의 보수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조원진 후보를 비롯한 새누리당 집행부는 거꾸로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제안을 거부했다.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정광용 박사모 대표는 물론이고 태극기집회 연사로 활약했던 정미홍, 번희재 대표 등 새누리 집행부는 “배신자와도 손을 잡겠다는 사람에게 보수단일후보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며 조원진 후보로의 단일화를 거듭 주장했다.

    정미홍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도 조원진 후보와 동행하면서 홍준표 후보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정 대변인은 이날 저녁,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홍준표 후보의 망언을 생각하면 같은 보수 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막말로 쪽팔린다”며, “죄 없는 대통령을 억울하게 옥살이 시켰으니 그 죄가 크다.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이 감옥에서도 반성을 모른다’는 개소리를 하는 사람하고 다시 합치겠다고 한다”며, “홍 후보는 국민 앞에서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원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으려고 구걸을 다녔던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렸고, 탄핵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이들과 어떻게 단일화할 수 있겠느냐"며, "내가 새누리당에서 후보로 나온 것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인 만큼 후보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 후보는 이어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말을 많이 했느냐“며, 권영해, 정광택 대표의 조건부 단일화 제안을 일축했다.

    조원진 후보 등 새누리 집행부가 두 대표의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면서, 태극기민심도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사모를 중심으로 조원진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새누리당만이 보수를 대표할 수 있는 정통성이 있다며,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홍준표 후보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종북 혹은 좌편향 정권의 집권을 막고, 자유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뜻에서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사모 중심의 새누리당 집행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새누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아스팔트에서 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태극기집회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시민들은,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국본)를 출범시키고, 집회 장소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옮겨, 매주 토요일 오후 ‘태극기 시민혁명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국본은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및 당 운영에 회의를 느낀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로, 덕수궁 대한문 앞 태극기집회의 선두를 이끌었던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ROTC 출신 예비역 장교들로 구성된 ‘구국동지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권영해·정광택 대표가 조원진 후보에 대한 유세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들이 새누리당 집행부 및 박사모와의 결별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원진 의원을 영입한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 새누리 집행부가 태극기시민들의 민심을 왜곡,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면서 이들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광용 회장 등 박사모 세력이 일부 우파 인사를 끌어들여, 당을 사당(私黨)화 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태극기시민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광용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원진 후보가 있어 참 다행”이라며, 조원진 후보 띄우기에 나섰다.

    정광용 사무총장은 “(조원진 후보 덕분에) 대통령님의 억울함을 잠시 잊고 있던 국민들 눈이 번쩍 뜨게 됐고, 청년들까지도 촛불집회가 악의적 반국가세력의 내란임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총장은 단일화 논란과 관련해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한다”면서도 “비겁한 방법이 아니라 정상적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원진 후보가 사퇴했다는 허위보도를 자유한국당이 하면 되느냐”며, 홍준표 후보로의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권영해·정광택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

사랑하고 존경하는 애국동지 여러분!

5개월 전, 우리가 태극기를 들고 처음 거리로 나왔을 때를 기억합니다. 반 대한민국 세력, 종북 좌익 세력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기획되고 추진된 사기 탄핵, 불법 탄핵 사태를 맞아 우리는 탄핵무효! 대한민국 수호! 헌법 수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들었습니다.

엄동설한 눈보라 속에서 꽁꽁 언 발을 구르며 모두 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불렀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애끓는 염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제도권 정당의 외면 속에서 불법 탄핵은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우리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 와중에 다섯 분의 애국 열사들이 천하보다도 귀한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이에 우리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것을 막아보고자 동지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당원이 주인 되는 새누리 당을 창당한 지 이제야 비로소 삼칠일이 막 지났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애국 동지 여러분들의 뜨거운 애국심과 노력으로 우리 새누리 당은 원내 의석을 보유한 당, 대선 후보를 낸 당이 되었고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준비 없이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곳을 다니면서 지방 유세와 선거 공보물을 통해 탄핵의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선명 우익 보수 정당이 되었습니다.

지난 십 여일 동안 저는 조원진 후보와 함께 여러 곳의 유세를 다니면서 많은 애국 국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탄핵의 불법성과 좌익 종북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 알리면서 저는 오직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신당에 합류한 우리 조원진 후보의 애국심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탄핵의 비극 속에서 우리가 조원진 후보를 만나게 된 것이 참으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믿습니다.

불법 탄핵으로 인해 창졸간에 치르게 된 달갑지 않은 대선입니다. 그러나, 여론 조작과 언론 선동으로 이루어진 불법 기획 탄핵이 잘못 되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역시 이번 대선입니다. 탄핵 세력 대 탄핵 반대 세력의 대결인 것입니다. 지금 자칭 중도를 표방하는 탄핵 세력들의 일부가 반문연대, 비문연대라고 하여 이념과 가치에 상관없이 세를 불리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탄핵 세력은 반 대한민국 좌익 종북 세력이자, 개헌을 통해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세력입니다.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지고 지켜진 나라인데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자들의 손에 이 대한민국을 넘겨 줄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대선 투표일은 십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새누리 당의 주인인 애국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고자 합니다.

자유 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첫째, 불법, 기획 탄핵이 잘못 되었음을 먼저 천명하고

둘째, 그 어떠한 경우라도 탄핵세력, 개헌세력과의 연대는 없을 것이며

셋째,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선 후 우리 새누리 당과 공동으로 불법 탄핵의 진실을 밝히는 진상 규명 기구를 만들어 운영할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한다면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의 탄핵 세력에 대항하여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지 여러분들이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 새누리 당은 대선을 위해 만들어진 당이 아닙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멀리 보고 좌익 종북 탄핵 세력들과 싸워야할 당입니다.

지금 우리 새누리 당은 대선 정국에서 아주 난감한 입장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많은 보수 성향 국민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문재인, 안철수 정권이 집권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수 애국 세력이 하나로 뭉쳐도 어려운데 왜 그렇게 나라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이 분열의 길로 가려고 하냐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예뻐서 힘을 합치자는 것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을 다 떠나서 오직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입니다. 좌파는 교만으로 망하고 보수 우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말씀처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많은 애국 당원 동지들께서 심사숙고 하셔서 각자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현명한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2017년 4월 29일 새누리당 상임대표 정광택, 공동대표 권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