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반대파, 명칭 및 장소 변경 태극기집회 계속
  • 2월25일 서울광장~숭례문까지 이어진 태극기집회 현장. ⓒ 뉴데일리DB
    ▲ 2월25일 서울광장~숭례문까지 이어진 태극기집회 현장. ⓒ 뉴데일리DB


    대선을 보름 남짓 앞둔 상황에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을 중심으로 광화문부터 숭례문까지 도심을 태극기로 뒤덮었던 이른바 ‘애국·보수층’이 분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정국을 뿌리 채 뒤흔든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광화문 촛불집회애 대항해,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손에 태극기를 들고 전국에서 모여 들었던 애국 보수 시민들은, 겉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사회 전복을 꾀하는 ‘어둠의 자식들’과, 정권을 잡겠다는 야욕에 눈이 멀어 이들과 손을 잡은 민주당 등 야당의 타락에 맞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태극기집회의 규모는, ‘촛불’이라면 무조건 우호적으로 보는 좌편향 언론과 정치권마저 놀라게 만들만큼 무섭게 커져 갔다.

    그러나 애국 보수들의 염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대0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태극기집회는 추진력을 잃었다.

    특히 탄핵인용 결정을 계기로, 태극기집회는 둘로 갈라졌다. 하나는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창당파였고, 다른 하나는 아스팔트를 지키면서 태극기집회 본래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집회파였다.

    새누리당 창당을 주도한 국민저항본부와 박사모가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을 영입해 대선후보로 추대하면서, 양 측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게 패였다.

    태극기민심이 쪼개시면서, 집회의 명칭은 물론 성격도 변했다. 광화문 촛불에 맞서, 태극기집회의 상징적 장소가 된 덕수궁 대한문 앞은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지지 집회’로 옷을 갈아입었으며, 이들과 다른 길을 택한 집회파는 ‘태극기시민혁명 구명운동본부’를 출범시키면서, 집회 장소도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앞으로 옮겼다.

    새누리당 창당파는 4월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중앙당을 창당하고 공동대표에 권영해 전 국방장관과 정광택 박사모 대표를, 사무총장에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 겸 박사모 회장을 각각 선임하고, 조원진 의원을 영입해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이 과정에서 대선후보 선출 방식과 절차를 놓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고, 일부 인사들은 당을 떠나기도 했다.

    새누리당을 떠난 이들은 “당원들의 의사와 내부경선 절차도 없이 곧바로 조원진 의원을 후보로 추대하는 것은 정광용 대표 등이 당을 사당화 시키려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는 4월8일 조원진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다음날인 9일 "일체 정치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누구도 태극기를 든 애국민들의 순수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4월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과 국민저항본부의 잘못된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면서, 국민저항본부와 새누리당의 분리 운영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뉴스타운 관계자는 "국민저항본부 측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는커녕 어떤 검증절차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조원진 후보를 내세웠다"며, "이는 새누리당이 공당이 아닌 '사당화'됐음을 보여주며 태극기집회의 순수성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을 한 집회파 역시 '순수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영모 ‘정의로운 시민행동 대표’는 "새누리당 창당 준비는 대통령 파면결정 이전부터 착수했던 일이고, 태극기집회를 통해 계속 후원금을 끌어내고 있었는데 내부 관계자들이 몰랐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변희재 새누리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은 "정치세력화 등을 논한 손 대표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좋은데, 우리가 신당을 만드는 과정을 미리 다 알고 있었고, 또 2월말부터 오해가 풀려서 마지막집회도 함께 했다"고 반박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좌), 새누리당 조원진 대선후보(우). ⓒ 뉴데일리DB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좌), 새누리당 조원진 대선후보(우). ⓒ 뉴데일리DB


    특히 ‘보수 후보 단일화’를 놓고 태극기민심은 들끓고 있다. 친북·反대한민국적 정권의 탄생을 막기 위해서는 홍준표 후보로의 단일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박사모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마지막까지 정치적 의리를 지킨 조원진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며, 홍 후보로의 단일화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변희재 본부장은 27일 "홍준표는 인명진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내세운 최악의 불량상품"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변 본부장은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미홍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보다 나쁜 그 자들에게 부역하고 싶지 않다"며 조원진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행태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는 보수 성향 시민들은 “우군에 대한 총질을 멈추라”며, 새누리당 및 조원진 후보에 대해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익명의 국민저항본부 내부 관계자는 "홍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바로 '부역자' 딱지를 붙이는 새누리당은 현재 '박사모당'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태극기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런 내부 분위기에 실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저항본부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관계자들이 경찰에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올해 2월까지 총 40억 상당의 후원금이 모였으나 운용과정에서 회계처리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태극기집회룰 주도한 박사모 측이 일부 후원금을 새누리당 창당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변희재 본부장은 "새누리당 창당할 때 장충체육관 대여를 위해 국민저항본부에 빌린 돈 500만원은 이미 다 갚은 상태"며 "국민저항본부와 새누리당은 이제는 완전히 별개로 운영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저항본부 측에 문의한 결과 "국민저항본부와 새누리당은 공동으로 운영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영모 대표는 "새누리는 차용증을 쓰고 국민저항본부 돈을 빌려서 갚았다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되면 정광용 대표가 자기 스스로에게 차용증을 쓰고 갚아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