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2주 연속 급락… 조정기라기엔 낙하폭 커방송기자 출신 최명길 합류로 남은 토론회서 반등 기회 만들까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7일 경주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나섰다. ⓒ경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7일 경주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나섰다. ⓒ경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지난 23일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나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발언이다. 이같은 발언은 인터넷 실시간검색어 순위에도 오르는 등 세간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조정기'에 들어간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완전국민경선 이후 지지도가 급속하게 오르며 '안철수의 시간'이 찾아오는가 싶었으나 지난주 10%p가량 떨어진 지지율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4.4%, 안철수 후보는 22.8%로 두 후보 간 격차는 20%p 이상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3.0%로 3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4월3주차부터 홍준표 후보의 지지도가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4월2주차에서 9.0%던 홍준표 후보의 지지도는 3주차 10.5%를 거쳐 4주차 13.0%로 오름세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34.4%에서 28.4%로 내려가더니 22.2%로 2주 만에 12%p가량 급락했다.

    <지난 24~26일 전국 성인남녀 1,520명 대상으로 응답률 11.8%.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심위 참조>

  •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7일 발표한 19대 대선후보 지지도 주간·일간 변화. ⓒ리얼미터
    ▲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7일 발표한 19대 대선후보 지지도 주간·일간 변화. ⓒ리얼미터

    여기서 34.4%까지 올랐던 안철수 후보 지지층의 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변함없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은 10% 전후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해 총선 이후 떨어지는 지지율 가운데서도 안철수 후보를 3~5위에 유지하게 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그리고 그 위에 더해진 지지층의 대부분이 중도 혹은 보수층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지지한 보수층,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향했던 중도층이 '문재인은 안 된다'는 일념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 하락은 이같은 보수층이 다시 짐을 싸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성 및 당론변경, 한미동맹 강화, 북한을 주적으로 인정하는 등 안보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지지도 급등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진 조정기라는 시각도 있지만, TV토론회에서 보인 안철수 후보의 화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는 보수진영에서 제기하는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 '박지원 초대 평양대사' 논란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면서 보수층에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보수진영의 '안찍박' 공세는 지난 21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제가) 초대 평양 대사를 하고 대북 관련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하면서 발단이 됐다. 

    박지원 대표의 이 발언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는 등 한반도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현시점에 북한과 대화의 창구를 넘어 대사관까지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자 안철수 후보는 "그만 좀 괴롭혀달라. (평양대사 발언은) 관중들 앞에서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함"이라며 "박지원 대표는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대표가 스스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공세를 멈추라는 것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7일 경주역 앞 유세에서 시민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7일 경주역 앞 유세에서 시민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만약 안철수 후보가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고 북한은 주적이기에 대사관을 만들 생각이 없다"면서 "박지원 대표는 햇볕정책의 대표적인 인물이니 그러한 꿈을 가질 수 있겠지만, 특사와 같은 대화창구 이상의 역할은 지금 단계에서 불가하다"고 단호하게 부정했으면 어땠을까. 3인칭 화법과 1인칭 화법이 듣는이에게 가져다주는 신뢰도의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대화를 병행해 결국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든다는 궁극적 목적에 동의한다"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그 방향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대북송금에 대해선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햇볕정책에 대해 공과(功過)론으로 접근하며 어중간한 입장을 보인 것도 보수층에 확신을 주지 못할뿐더러 진보층에도 의구심만 안겨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둘 다 놓쳤다는 것이다.

    5월9일 대선까지 오는 28일과 내달 2일 두 번의 TV토론회가 남았다. 때마침 방송기자 출신이자 전 민주당 소속이었던 최명길 의원도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최명길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3차 TV토론을 보면서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콘텐츠와 무관하게 담대함 같은 게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그걸 고치고 수습하는 일은 아주 심플하다. 작은 심리적 요인만 극복하면 될 일"이라고 조언했다. 

    박지원 대표는 최명길 의원에 대해 "당대 최고 정치부 기자, 최고 방송기자 출신"이라고 추켜세우고는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하는 등 토론회에 자신감을 나타냈던 안철수 후보가 남은 토론회에서 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지지도 반등의 기회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