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특혜채용 의혹 파장에 자신의 아들 대신 안희정 아들 내세워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온 가족을 총동원해 치열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문준용씨를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안설희씨는 27일 대전 동구 다기능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며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딸 유담씨는 전날 서울 신촌 유세 현장에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옷소매를 걷었다. 유담씨는 "제가 아는 저희 아버지는 매우 정의롭고 정직하고 현 시대에 필요한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할 능력이 있으신 분"이라며 응원을 당부했다. 유 후보는 딸의 선거운동 덕분에 '국민 장인'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문재인 후보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아들 문준용씨를 선거운동에 내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최근 특혜채용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문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아들과 전직 대통령의 아들 등 다른 가족의 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안 지사 아들 안정균(25)씨는 이날 중앙캠프 유세단인 '엄지척유세단'의 일원으로 인천을 방문해 문재인 후보 홍보유세 활동을 벌였다. 문 후보는 이를 두고 "경선과정에서 경쟁했던 후보의 아들, 부인들이 나서서 저를 돕고 있다"며 통합에 의미를 두고 있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정작 문 후보의 아들은 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아들은 어디에 숨겨놓고 남의 집 아들만 내세우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준용씨 어디 계시나요"라며 "아버지 선거운동 도우세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아버님이 대선 선거운동에 열중이신데 도와드려야죠"라며 "안희정 지사 아드님만 보이고 안 보이시네요"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은 또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후보는 왜 남의 아들들만 선거운동에 앞장세우는가. 안희정 지사의 아들 안정균 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씨 이것은 현대판 볼모정치"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는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에 취직한 뒤 2008년 3월 미국 유학차 휴직한 바 있다. 2010년 1월 퇴사한 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가 직접 아들을 내세워 이번 특혜채용 의혹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문 후보가 아들을 공개석상에 내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병역비리 의혹에 휩싸인 아들을 외국으로 보낸 뒤 소재를 모른다고 주장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판박이라는 비난을 가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원순 시장이 당시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아들 내세워 공개검증을 했던 것을 거론하며 문 후보도 아들 검증에 즉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문준용씨는 취업특혜, 휴직특혜, 월급 특혜 의혹까지 '3종 세트 특혜 왕자'라는 별칭까지 얻었다"며 "아버지 문재인 후보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문준용씨는 지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과 같은 신세"라고 주장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이어 "문준용씨는 더 이상 아버지의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나와 진실을 밝히고 '특혜왕자'의 오명을 벗길 바란다"며 "이 엄중한 대선정국에 한 사람이라도 더 손을 보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