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방송영상 공개… 방송 직후 '비정상적 해결' 흐름도 석연찮아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 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입사한 직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해고당한 직원들이 호소했다는 억울함은 어떤 내용일까. 또, 이러한 호소가 있은 직후 벌어졌던 여러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어찌된 일일까.

    문준용 씨 고용정보원 특혜취업 의혹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방송됐던 한 지상파 방송 영상의 발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준용 씨가 입사한 직후인 2006년 12월 29일의 종무식날, 재계약이 되지 못하고 고용정보원으로부터 해고당한 비정규직 직원들이 KBS 2TV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한 영상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KBS 2TV 방송 영상에 따르면, 고용정보원으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한 강모 씨는 "12월 29일 종무식날 즐겁게 식사를 한 뒤에 1시쯤에 자리로 돌아와보니, 재계약 대상자들을 발표하는데 명단에 내 이름이 없더라"며 "생각해보니 명단에 없으면 내가 해고를 당한 것이구나……"라고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재계약 대상자의 명단은 이메일을 통해 일괄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을 여러 차례 훑어보다가 마침내 절망적인 심정으로 컨트롤-F를 눌러 자기 이름을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으면 비로소 해고를 실감하게 되는 비인간적인 방식이었던 것이다.

    4년 넘도록 고용정보원에서 일하고 있다가 어느 한 순간 해고에 직면하게 된 김모 씨도 "울음 밖에 안 나오더라"며 "4년 넘게 일했는데 이런 식이라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참담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에게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 씨가 입사했던 정규직 전환 채용은 연말 계약 만료를 앞둔 시기에 마지막 희망이었다.

    고용정보원은 그해 12월 1일부터 6일까지 내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채용을 공고했다.

    이 채용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계약이 만료되는 연말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공고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이례적인 방식으로 실시됐다. 공공기관이 채용을 할 때에는 15일 이상 공고해야 하나, 이 때는 토·일요일을 포함해 6일을 공고하는데 그쳤다.

    9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내부 비정규직 직원 37명이 지원했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 씨 등 2명이 외부에서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내부에서 7명, 외부에서 문준용 씨 등 2명이 합격하면서, 내부 비정규직 중 2명의 정규직 전환은 좌절됐다.

    이들 중 일부는 비정규직 신분을 유지한 채 연말에 재계약됐으나, 14명은 종무식날 결국 계약이 만료되면서 해고됐다.

  •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25일 충북 음성의 한국고용정보원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25일 충북 음성의 한국고용정보원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해고된 비정규직 직원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등 조직적으로 부당함을 호소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계약해지자 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2006년 12월 당시 고용정보원 내에는 이미 문재인 씨의 아들, 고용정보원의 상급기관인 노동부 고위관료의 친척 등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방송 영상에서 이들은 해고 직전에 서둘러 실시됐던 내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채용 심사가 이미 내정자가 있는 가운데 요식행위로 치러진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 씨는 "면접 당일날 3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봤는데, 질문을 하지 않더라"고 했으며, 또다른 계약해지 비정규직 이모 씨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심사였는데, 결과적으로는 해고를 위한 심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석연찮은 정황을 느꼈던 피해자들은 방송에 출연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아한 것은 그 직후 이 사태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됐다는 것이다.

    고용정보원은 해고된 비정규직 직원 14명 중 타사에 이미 재취업하는 등 복직 의사가 없는 6명을 제외한 8명을 불러 급거 재계약을 했다. 이같은 재계약은 이듬해인 2007년 2월 8일에 이뤄졌으나, 계약서 상의 날짜는 1월 1일로 소급해 작성됐다. 마치 해고 사실 자체가 없이 애초부터 재계약이 됐던 것처럼 형식을 만든 것이다.

    더욱 수상한 것은 황모 당시 고용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이같은 소급 계약사를 작성하면서 "문건 유출 시에는 합의를 무효로 한다"는 비밀 각서를 별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유출되면 안 되기에, 방송이 나가자마자 이런 비정상적인 계약과 합의가 이뤄진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제의 소급 재계약과 비밀 각서 작성을 주도한 황 기조실장은 현재 고용정보원의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노무현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후 함께 청와대에서 일했던 권재철 씨가 고용정보원장으로 부임하면서 고용정보원에 1급으로 채용됐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충북 음성에 소재한 고용정보원에 문준용 씨 특혜취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에는, 검찰 출석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바 있다.

    국민의당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일련의 비정상적인 흐름에 대해 "(당시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문준용 씨의 프로필을 요청하는 등 고용정보원에 암묵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자고 논의한 적도 있다"며 "문준용 씨의 특혜채용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화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화하는 모습.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