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경력 자랑했던 文, 성소수자 인권은 '나몰라라'
  •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성소수자들의 항의를 직면한 모습. ⓒ공준표 기자
    ▲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성소수자들의 항의를 직면한 모습. ⓒ공준표 기자

     

    '동성애 반대'를 강조했던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성소수자들을 두 번 외면했다.

    문 후보의 성소수자 외면 상황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발생했다. 당시 문 후보는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문 후보의 기자회견 연설이 끝날 때 쯤 10여명의 성소수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문 후보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성소수자들이 문 후보에게 강경한 행보를 보인 데는 전날 TV토론회가 한 몫 했다. 문 후보는 'JTBC-중앙일보-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했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에게 "군 동성애가 굉장히 심각하다. (문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하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재차 "(동성애에) 반대하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의 대답은 변함없이 "그렇다"였다.

    즉 문 후보가 못박은 '동성애 반대' 발언에 성소수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문 후보 역시 자신을 향해 거센 항의를 표하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을 터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성소수자들은 문 후보를 향해 "동성애자도 이 나라의 국민"이라며 외쳤으나, 빠른 시간 내 문 후보 경호원들 벽에 차단됐다. 문 후보는 이들의 외침을 외면한 채 현장을 빠져나오기 바빴다. 

    당초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문제는 찬반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게 페미니즘계와 인권활동계의 중론이다. 이는 전날 토론회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심 후보는 "아까 동성애 논의가 있었는데, 동성애는 찬성·반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전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라고 문 후보 발언을 지적했다.

    성소수자들의 존엄을 묵살시킨 문 후보는 지난 2월 성평등 정책을 밝히면서 "페미니즘 대통령"을 외친 바다. 문 후보의 "페미니즘 대통령" 발언은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문 후보는 자신들의 존엄을 촉구하는 성소수자들의 외침을 한 번 더 묵살했다. 이날 문 후보에게 항의했던 성소수자들과 인권활동가 10여명은 시위를 벌인 뒤 영등포경찰서에 연행됐다.

    이들의 경찰서 연행은 전날 문 후보가 '동성애 반대' 발언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와 민주당 측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선지 문 후보의 성소수자 외면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외정당 녹색당은 이날 긴급규탄성명을 통해 "성소수자 존재를 부정하는 문 후보는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녹색당은 "문 후보는 전날 발언으로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존엄을 파괴했다. 이에 이날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 10여명은 문 후보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다가 경찰서로 연행됐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이들의 행동은 짓밟힌 자신들의 존엄을 되찾고자 한 정당한 항의였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정의당도 문 후보의 성소수자 문제 인식을 질타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는 동성애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동성혼 합법화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차별에 대한 반대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다른 사회의 구성원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문 후보의 말은 형용모순이다.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언급한 '동성애 반대' 발언은 유감"이라며 "대선에 있어서 성소수자의 표가 적기 때문에 간단히 배제를 한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 후보는 인권변호사로 정평이 난 분 아닌가. 또 '페미니즘 대통령'을, '국민통합 대통령'을 언급하신 분"이라며 "문 후보의 이번 발언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