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업체등록’과 사업자등록 혼동...변호인 측 특검 주장 오류 꼬집어
  •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씨. ⓒ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씨. ⓒ 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영수 특검이 ‘박근혜-이재용 독대’의 결과물 중 하나로 예시하고 있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과 관련,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인단은, “동계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후원계약 체결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센터의 배후에 ‘장시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피고인들은 알지 못했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동계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 측의 후원은 그 금액이 16억원 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기금 출연이나, 정유라 승마지원, 독일 코어스포츠와의 컨설팅 계약 체결 등 박영수 특검이 포괄적 뇌물죄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다른 항목에 비해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동계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 측의 후원을 전후로 해서, 이재용 부회장 등이 ‘장시호’의 존재를 알고 있었느냐 여부는, 이 부회장의 포괄적 뇌물죄 혐의 입증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뇌물공여 등 혐의 7차 공판이 열린 26일 오전, 동계 스포츠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 측의 후원과정을 시간 순서별로 밝히면서, 이 부회장이나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장시호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론을 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특검이 진행한 서증조사를 통해서도, 장충기 피고인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장시호의 존재’를 미리 알았음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온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검은 동계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 측의 후원이, 계약서 날인 전 입금부터 이뤄지는 등 매우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이런 사정을 보더라도, 이 사건 피고인들이 ‘장시호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란 논리로 변호인단을 압박했다.

    변호인단은 역으로, 특검은 부정확한 문서를 근거로 무리한 논리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후원 계약 당일 정해진 금액을 지원했을 뿐, 특검의 주장처럼 날인도 하기 전에 입금부터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맞받았다.

    특검은 영재센터 목적사업계획서와 사업수지예산서, 후원계약서 상에 나오는 삼성전자의 권리 및 의무 조항, 삼성과 영재센터 간 체결된 후원계약 변경합의, 삼성전자 실무진과 동계 영재센터 실무진간 오고간 전자메일의 내용, 장시호와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이규혁과 김재열 빙상연맹회장(제일모직 사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잇따라 증거로 제시하면서, 삼성이 동계 영재센터에 매우 부실한 후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특검은 “삼성과 동계 영재센터의 후원계약서는 실제 삼성의 1차 후원이 이뤄진 2015년 10월2일보다 약 1주일 전인 같은 해 9월25일부터 31일 사이에 작성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사실만 봐도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은 매우 부적절하고 부실한 지원검토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계약서 초안을 후원을 하는 삼성 쪽이 만들어 센터 실무진에 보낸 점, 삼성이 영재센터 캠프 일정 등 프로그램을 일부를 기획한 정황, 삼성 관계자가 센터 실무진에게 “금일 오전 중 업체등록을 해 주면 감사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사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가 센터 실무진에게 “후원금 지급기한과 계약 기간은 적정한 날짜로 수정 부탁한다”고 한 점 등을 사례로 꼽으면서, 이런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이 동계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을 졸속으로 결정·집행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의 내용을 근거로 안 전 수석이 동계 영재센터 운영까지 챙긴 정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두 차례 후원 중 두 번째 후원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사실은 특검이 서증조사에서 밝힌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3월3일 두 번째 후원이 급하게 진행된 것은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변호인단은, 동계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 문제를 검증하는데 있어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박재혁 전 동계 영재센터 회장의 진술을 보면 김종 전 차관이 센터 설립 당시부터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동계 영재센터는 철저하게 유명 매달리스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그 배후에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알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영재센터 관계자들조차 장시호와 최순실의 연결고리를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이고 이 사건 피고인 어느 누구도, 자신을 ‘센터 사무총장’으로 소개한 장시호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변호인단의 변론 중 일부.

    “동계영재센터 발기인은 매달리스트들이다. 박재혁 이규혁 조형재, 변종훈. 등이고 장시호는 없다.
    장시호는 실제 영재센터 배후에서만 활동하고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재센터 관련자들도 장시호와 최서원(최순실)의 연결고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진성(영재센터 사무국장)이 장시호에게 받은 문자를 보면, 장시호는 본인을 영재센터 사무총장으로 소개하면서 변경된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준다. 단체문자메시지인 것 같은데, 삼성 측 임직원은 이 문자를 받은 사람이 없다. 삼성은 장시호에 대해 알지 못했다.”

    변호인단은, 후원계약서에 날인도 하기 전에 금전부터 먼저 지급했으니 졸속이라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 “특검은 4월2일 지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해 놓고, 실제 지급은 3월3일날 했다고 하는데, 특검이 내놓은 증거는 날인이 없는 사본”이라며, “삼성은 조사과정에서 날인본을 제출했는데 왜 그걸 사용하지 않고 날인 안 된 문서를 증거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변호인 측은 “실제 후원계약이 체결된 건 3월3일이고, 바로 이날 돈이 지급됐다”며, “특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과 달리 센터는 실제 사업을 진행했으며, 삼성 역시 후원계약에 따라 광고권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영재센터 홈페이지를 보면 1회 빙상영재캠프, 체험교실, 스키캠프, 2회 빙상캠프, 해외전지훈련 등 계획한 행사들이 진행된 점을 알 수 있고, 삼성이 후원했다는 부분이 홈페이지에도 표기돼 있다”며 특검의 졸속 후원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장시호가 이진성에게 보낸 문자를 보더라도, 삼성이 돈만 퍼주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특검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장시호는 이진성에게 “영재선수들이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과 활동표 이번 주까지 삼성에 제출해야 하지 이사님들 직원들 정신 바짝 차리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특검 측 주장대로 삼성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의 존재’를 알고 묻지마 후원에 나섰다면, 장시호가 삼성 측의 ‘감독’을 의식해 이런 문자를 센터 임직원에게 보냈다는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삼성 회계 시스템상의 업체등록’과 ‘사업자등록’의 개념을 혼동하는 실수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특검은 삼성과 센터 실무진간 이메일 내용을 근거로, 삼성이 센터 직원에게 당일 오전 중 ‘업체등록’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약 1시간 뒤 센터가 삼성 측에 사업자등록증을 보낸 사실을 ‘부실·졸속 후원’의 한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론.

    “특검은 여기서 나오는 업체등록을 사업자등록으로 해석했다. 사업자등록도 안된 업체에 하루만에 돈을 줬으니 졸속이 아니고 뭐냐는 논리인데, 업체등록은 사업자등록을 말하는 게 아니고 삼성 내부 회계시스템상 업체등록을 말하는 거다.”

    특검은 이날 오후 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주로 차명폰을 이용해 자주 통화를 한 사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제재를 가한 사실 등을 언급하면서, ‘이 부회장 측과 박 전 대통령이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에 대한 합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집중했지만, 눈에 띠는 새로운 증거나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