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진 찍으며 "3번, 3번"… 지난해 총선 '마법' 재연될까
  • 26일 오후 전남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장에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 일행이 들어서자, 한 자원봉사자가 최명길 여사에게로 달려가 덥썩 끌어안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를 보며 웃는 김한길 전 의원. ⓒ완도(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26일 오후 전남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장에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 일행이 들어서자, 한 자원봉사자가 최명길 여사에게로 달려가 덥썩 끌어안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를 보며 웃는 김한길 전 의원. ⓒ완도(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조정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구해내기 위한 '어벤저스' 김한길·최명길 내외가 호남에서 본격 지원유세의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 내외, 주승용 원내대표와 윤영일 의원 등은 26일 오후 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완도를 찾아, 전국 팔도에서 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국민들을 만나며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박람회장에 온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단연 최명길 여사였다.

    한 자원봉사자는 김한길 전 의원 일행이 박람회장 정문으로 입장하자마자, 최명길 여사를 보고 "명성황후 아니냐"며 일직선으로 달려가 덥썩 껴안았다. 곁에 있던 김한길 전 의원과 주승용 원내대표는 "우린 관심도 없다"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민들은 "최명길이다" "어머, 진짜, 어머… 너무 예쁘다"라며 탄성을 질렀다. 최명길 여사가 흔쾌히 동반 사진 촬영에 응하자, 너무 좋아서 스프링이 튀듯 연신 동동 발을 구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우리 완도까지 다 오셨다"며 최명길 여사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은 한 안내요원은 신나서 동료들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 "최명길하고 사진 찍었다"고 자랑했다. 최명길 여사와 악수를 하고난 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최명길과 손을 잡아봤다"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박람회장 참여관 실내가 혼잡해지면서 최명길 여사의 동선이 불분명해지자, 일부 시민들은 앞서가는 수행원들에게 "안철수 정말 팬인데, 지금 3번을 찍을까 말까 고민 중"이라며, 최명길 여사 일행을 이리로 이끌어달라고 위협 아닌 위협(?)을 하기도 했다.

    이날 출동한 '안철수 구하기 어벤저스' 중에서 최명길 여사의 인기가 외견상 단연 독보적인 것은 1년 전 4·13 총선을 앞뒀을 때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 주승용 원내대표 일행이 26일 오후 전남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장을 찾아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완도(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 주승용 원내대표 일행이 26일 오후 전남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장을 찾아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완도(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지난해 4월 10일, 전북 전주병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평화동 유세에서 김한길 전 의원 내외가 모습을 드러내자 "어부인 최명길 여사를 어서 길 건너보내시오"라며 "김한길보다 최명길 인기가 훨씬 높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김한길 전 의원은 연단에 올라 "조금 전에 정동영 후보가 사실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며 "김한길보다 최명길이가 더 인기가 좋다는 말은 김한길이에게 큰 상처가 되는 말"이라고 웃었다.

    김한길~최명길 내외가 움직이고 난 뒤, 결국 호남 28개 선거구 중 23석이 전부 국민의당으로 떨어졌듯이, 이날 최명길 여사가 걸기 시작한 '시동'이 '안철수 바람'을 호남에서부터 활활 재점화시킬지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여수의 아들, 호남의 아들' 주승용 원내대표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남해안 각지에서 해조류박람회를 보러 몰려든 시민들 사이에서 주승용 원내대표의 인지도는 매우 높았다.

    특히 여수에서 온 일단의 관광객들은 멀리서 주승용 원내대표를 발견하자마자 몰려와 둘러쌌다. 이들은 "옛날 (여수)시장할 때부터 전부 다 찍어줬는데, 그렇게 자주 보이더니 요즘은 왜 보기가 힘드냐"며 애정 어린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주승용 원내대표는 "(여수 전체 시장을 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여수을 국회의원이라) 거기(전남 여수갑)는 이용주 의원 지역구"라고 해명하며 여수에서 온 시민들과 정담을 나눴다.

    지난해 총선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최근 언론 인터뷰와 함께 정치적 운신을 시작한 김한길 전 의원은 이날 정장 웃도리마저 벗어던지고 오랜만에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며 '대선 지원유세 몸풀기'에 나섰다. 박람회장 참여관 안에 들어서서는,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 나온 '동의보감' 한방크림 무료체험을 받는 등 상인·시민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어벤저스'의 출현은 전남 완도 뿐만 아니라 국제해조류박람회장에 몰려든 전국 팔도의 시민들 사이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 여론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말이지만 때이르게 무더워진 날씨에 파라솔 달린 벤치 아래에서 축 쳐져 있던 어르신들은 김한길~최명길~주승용 일행 등장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안철수"를 연호하기도 했다.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 주승용 원내대표 일행이 26일 오후 전남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장을 찾아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완도(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김한길 전 의원과 최명길 여사, 주승용 원내대표 일행이 26일 오후 전남 완도 국제해조류박람회장을 찾아 안철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완도(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들과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하는 인파가 너무 몰리다보니, 한 명씩 사진을 찍어서는 '대기줄'을 다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전혀 모르는 일행들끼리 김한길 전 의원 내외와 주승용 원내대표를 중간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을 찍은 시민들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이제 3번이다" "3번, 3번"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고난 뒤 현장을 떠나는 시민들에게 주변 선거운동원들이 확인차 "대통령은 안 서방"이라고 거듭 강조하자, 시민들은 "알어, 알어"라며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국제해조류박람회에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날 김한길~최명길~주승용 일행이 만난 사람들은 전국 팔도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시민들이었다.

    한 남성은 일단의 일행과 함께 "우린 경상도서 여기까지 놀러왔다"고 하자, 김한길 전 의원은 "어디서 오셨느냐? 마산? 멀리서 오셨네"라고 관심을 보였다.

    이 남성은 일행과 함께 김한길 전 의원 내외 주변으로 둥글게 모여들며 "마산서 관광 왔는데, 안철수 찍는 것으로 하고 이래 함 (사진) 찍어주이소"라며 자신의 핸드폰을 선거운동원에게 건넸다.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일행 중 한 여성은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다른 남성은 "광주에서 왔다. 건투를 빈다"더니 역시 핸드폰을 건네며 "안철수 찍기로 하고 사진 찍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여성은 이들의 등장에 조금 떨어져 있는 배우자를 "어머, 어디 갔어, 이리 와봐"라고 애타게 찾으며 "우린 안철수 찍을 것"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그는 "바깥사람이 안희정 동창이라 안희정을 지지했었는데 안 나왔잖느냐"며 "우리는 이제 무조건 안철수"라고 부연했다.

    일부 시민들은 되레 안철수 후보를 먼저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람회장 참여관 내에서 해조류 부스를 맡고 있던 한 상인은 "안철수 씨도 왔느냐"고 물었다. 이에 주승용 원내대표가 "대신 왔다"고 하자, "요즘 보면 왜 지지율이……"라고 깊은 수심 어린 표정으로 먼저 시름을 하는 모습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