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문재인 후보 해명, 거짓말일 수 있다는 것 실토한 셈"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의원 ⓒ 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의원 ⓒ 뉴데일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TV토론단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전 의원이 이른바 '대북결재' 논란과 관련해 "북한에 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게 뭐가 문제냐"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자료를 공개해 문 후보가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진 단장이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진 단장은 2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 번을 양보해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북한 당국에 물어봤다고 치자.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이 상대가 있는 거라면 상대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나올지 미리 예측해 보게 된다. 연애든 싸움이든 거래든 다 그렇다"며 "그 예측이 적중할지 어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상대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北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2007년 11월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 과정을 폭로한 바 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에 의견을 묻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비서실장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송민순 전 장관이 전날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남측이 진심으로 10·4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문서를 우리 측에 보냈다.

    진성준 단장은 이에 대해 "정보전을 편다거나 탐색전을 벌이는 것은 모두 다 이를 위한 것"이라며 "그런 정보전이나 탐색전 없이 막바로 행동에 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런 사람을 가리켜 무대뽀라고 한다"고 대북결재 논란 사태를 정당화했다.

    그는 나아가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그 정확성을 면밀하게 점검해 입장과 방침을 정해야 마땅하다"며 "만일 정부가 이를 게을리하거나 소홀히 했다면 직무유기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라고 문 후보를 두둔했다.

  • 진성준 민주당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진 전 의원은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반나절 만에 삭제했다.
    ▲ 진성준 민주당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진 전 의원은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반나절 만에 삭제했다.

      

    진 단장은 정치권의 비판과 해명요구에 대해선 "비열하고 악랄한 색깔론 공세이자 제2의 NLL 북풍공작"이라며 "북한에 물어보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저들의 저의는 '북한이 바라는 바대로 결의안에 기권한 것이다'라는 억지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단장의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다른 당은 물론 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파장이 커지자 진 단장은 결국 반나절 만에 글을 삭제한 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수많은 분들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북한 인권결의안 논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은 글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이 문제를 이념 대결로 몰고 가 선거에 악용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양필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진성준 단장의 말은 '북한에 묻지 않았다'는 문재인 후보의 해명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진 단장에게 묻겠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안 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양 대변인은 이어 "진성준 단장은 거짓말 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를 색깔론으로 몰아붙여 보수-진보 북풍 논란으로 바꾸려는 얄팍한 꼼수를 중단하라"며 "문재인 후보는 비겁하게 진 단장을 앞세워 본질을 흐리지 말고 본인이 직접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