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싶나?

    보수 분열의 사례와 홍준표-안철수 연대의 가능성, 그리고 박지원 거취 문제.

    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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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1월10일 월간조선 편집장이던 나는 여의도 한나라당 黨舍에서 李會昌 후보와 투표 전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당시 그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독주하고 있었다. 여유만만했다. 대통령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거침 없이 대답했다. 요약하면 이러했다.
     
      '황장엽 선생을 풀고, 對北현금지원은 끊되, 국방비는 늘리며, 남북기본합의서로 돌아가겠다.'  
      '불법 폭력 시위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 조치를 취하고, 정부내의 초법적 위원회는 정리하며, 6.15 선언 2항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대통령 명령이 부당하면 거부할 수 있도록 검찰을 독립시킬 것이다.'
     
      나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鄭夢準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그의 대답은 차고 짧았다.
      '그 분에게 한번 여쭤봐 주시지요. 이쪽으로 올 의향이 있다면 물론 저희들은 환영합니다.'
     
      이때 李會昌 후보가 한반도의 본질적 대결구도는 김정일 세력과 대한민국 세력의 대결이며, 정몽준 후보는 대한민국 세력일 수밖에 없고, 反대한민국 세력인 친북좌파에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할 상대임을 깊이 인식했더라면 정몽준씨가 좌파 편으로 달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大選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한반도의 가장 큰 전략은 이념인 것이다. 이념은 누가 敵이고 누가 同志인가를 알게 해준다. 이념은 또 공동체의 이해관계에 대한 自覺이다. 이런 自覺에 이르면 행동하게 된다. 大同團結, 白衣從軍, 分進合擊.
     
    *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좌파는 자충수로 망한다.'

    19대 대통령 선거판에서는 보수 분열 현상과 좌파 자충수 현상이 공존한다. 보수 후보군(群)은 홍준표, 유승민, 조원진, 남재준인데 지지율을 합쳐도 10% 내외로서 보수 단일화는 의미를 상실하였다. 문재인의 당선을 막기 위한 次惡의 선택으로서 안철수 지지를 결심한 보수층에선 이들의 분열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지지율을 올리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어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한다. 과거의 보수 분열은 유력 후보의 당선을 방해한 점에서 문제가 되었지만 이번엔 중도 후보의 당선을 보수 후보가 방해한다고 해서 보수가 걱정까지 해주니 우습기도 하다. 과거, 보수분열이 선거 패배로 귀결되 예는 아래와 같다.

    1. 1997년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8.74%의 득표로 40.27%를 얻은 김대중 후보에게 1.53% 포인트 차이로 졌다. 김종필 씨가 김대중과 연대하고, 한나라당 이인제 의원이 탈당, 출마하여 19.20%를 가져 간 때문이었다.
    2. 2010년 서울시 교육감 후보 선거: 이른바 진보 진영의 곽노현 후보는 불과 34.34% 득표로 당선되었다. 보수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이원희 후보 33.22%, 김영숙 후보 12.18%, 남승희 후보 11.82%로 분산되었다.
    3.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이른바 진보진영의 조희연 후보는 39% 득표로 당선되었다. 보수진영이 단일화되지 않아 문용린 30.65%, 고승덕 24.25%로 분산되었다.
    4. 2014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 이른바 진보진영의 이재정 후보가 36.51%로 당선되었다. 보수진영의 조전혁 후보는 26.11%를 얻어 2위를 했다. 3위는 11.31%, 4위는 9.6%로 표가 분산되었다.

    *이런 과거를 기억하는 보수층은 투표 직전에 가서도 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들을 버리고 안철수로 막판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후보의 단일화가 아니라 보수 유권자에 의한 단일화이다.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15% 정도로 오르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져 서로 연대하지 않으면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투표 직전에  영호남 화합(영남 기반 한국당과 호남기반 국민의당)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구도 타파와 집권 후 대연정 및 改憲(4차산업혁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의 정치재편)을 명분으로 하여 극적 단일화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중도-보수 연합 구도가 되는 셈이다. 이런 안철수-홍준표 연대에 대한 비판 공세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변수는 안철수 후보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정계에서 은퇴하거나 일선에서 후퇴시키는 극약처방을 내어놓아 보수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는 방법을 쓸 것인가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