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몰표' 두고 엇갈린 분석… 세 강한 文, 샤이지지층 많은 安
  • 다른 곳 바라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뉴시스
    ▲ 다른 곳 바라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뉴시스

     

    정당별 첫 호남권 경선에서 '몰표'를 얻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두 후보 측 모두 '호남의 맹주'임을 자부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후보가 얻은 '몰표'를 뜯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선 경쟁자를 호남에서 압도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27일 호남권 순회경선에서 총 60.2%(14만2343표)의 득표율을 확보했다. 이 수치는 문 후보를 제외한 민주당 경선주자 안희정 후보(20.0%), 이재명 후보(19.4%), 최성 후보(0.4%)의 득표율을 합친 것보다 우위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26일 양일 간 진행된 광주·전남·제주·전북 순회경선에서 총 64.6%(5만9731표)의 득표율을 확보했다. 안 후보가 획득한 득표율 역시 국민의당 경선주자 손학규 후보와 박주선 후보의 득표율을 합친 것보다 우위다.

    두 후보 측은 호남에서 비슷한 몰표를 얻자 아전인수격 해석을 남발하고 있다. 송영길 문재인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 후보는 확실히 정권교체를 하도록 힘을 모아주신 것이고, 안 후보는 일종의 보조타이어 격으로 지지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의 반혁신적인 불법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대학생 동원 등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또 자제 분에 대한 의혹도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두 후보 측 공방전을 보면 누가 진정한 호남의 맹주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당 투표 방식을 비교하면 어느 후보가 진정성 있는 몰표를 얻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두 당의 투표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는 '사전 선거인단' 여부다. 민주당의 경우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했고, 국민의당은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하지 않았다.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한 민주당 투표엔 '당심'이,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하지 않은 국민의당 투표엔 '민심'이 각각 높게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호남권 순회경선 결과는 당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민심도 그럴지는 미지수"라면서 "호남의 전체 민심 중 60%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국민의당 안 후보에게도 60%가 가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당내 문 후보의 세가 많은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호남 경선) 결과를 보면, 당원들의 경우엔 '그렇다'고 봐야하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민주당 투표 결과에서 '당심'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일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양자대결을 할 경우, 두 사람의 격차가 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키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지난 28일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는 44%를, 안 후보는 40.5%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ARS(유선전화49%+휴대전화51% RDD 방식)식 조사가 진행됐다. (응답률 3.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3주 전 같은 조사에서 두 후보의 양자대결 차이는 12.1%p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안 후보가 빠른 속도로 문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지난 27일 지지율 조사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20일부터 24일 닷새간 전국 성인남녀 2553명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 후보는 전주보다 2.2%p 하락한 34.4%를 기록했다. 반면 안 후보는 0.6%p 상승한 12.6%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전화면접(CATI)과 유·무선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임의전화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다. (응답률 8.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9%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 보이지 않는 '샤이안철수'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당협위원장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안철수 후보랑 붙어봐서 안다. (안 후보에겐) 이상하게 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지지층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가 호남에서 양자대결을 펼친다면 안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문 후보가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으로 호남지역에서 일주일 새 지지율이 14%p 급락했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갤럽의 지난 2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전주 대비 14%p 떨어졌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문 후보가 지난 19일 언급한 '전두환 표창' 발언에 호남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조사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으로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해 진행됐다.(응답률 19%.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