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출신 성윤환~박완철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 변수바른정당 김진욱·민주당 김영태 공천… 5파전 각축 양상
  • 상주축산농협 인근에 있는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 선거사무소의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상주축산농협 인근에 있는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 선거사무소의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대선을 한 달 앞둔 민감한 시점인 내달 12일,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에서는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다. 아직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이라 거리에는 펼침막도, 유세차량도, 로고송도 없지만, 지역구민들은 드러나지 않게 이미 선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상주 서문사거리에서 만난 택시기사 임모 씨는 '선거가 열리는 것을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는 대선 말고 4월 12일에 의원 선거가 있다"며 "아직은 현수막이 안 붙어 있지만, 30일 0시 '땡'하면은 붙을 것"이라고 선거 스케쥴을 줄줄 꿰고 있었다.

    상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기사 심모 씨도 "그걸 모르면 어떻게 해. 지역구민인데"라고 되레 타박을 줬다. 심 씨는 "김재원 씨가 박영문 씨와 경선을 해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았고, 나머지는 무소속으로 옮겨가 출마를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김영태 씨가 나왔고, 울진경찰서장을 했던 공무원 한 분(김진욱 후보)이 바른정당 공천을 받았다더라"고 읊었다.

    선거전 초반 판세는 안갯속이지만, 자유한국당 후보 공천을 받은 김재원 전 의원이 인지도 측면에서 눈에 띈다는 여론이 다수 있었다.

    심 씨는 "자유한국당에서 안 되겠나. 된다고 보는데"라며 그 근거로 후보 인지도를 들었다. 그는 "청송 같으면 여기(상주)에서 엄청 멀기 때문에 그 출신 사람들은 여기서 잘 모르고, 그 사람들도 관심이 없으면 우리를 잘 모른다"라며 "그런데 김재원 씨는 워낙 매스컴을 많이 타고,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많이 일을 했기 때문에 다들 안다"고 설명했다.

    임 씨도 "의성 사람들은 욕해도 김재원이를 찍어주게 돼 있고, 상주는 표가 노나질(나눠질) 것 아닌가"라며 "(다른 후보들이 김재원 전 의원을) 이길 수가 없잖아"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전 의원에 대항해 출사표를 던진 타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자들도 김재원 전 의원에 대한 주목도를 인지하는 분위기였다.

    무소속 박완철 후보 선거사무소에 있던 지지자는 "주식으로 따지면 김재원 (전 의원)이 현재 가치가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촌로(村老)들이 사정을 잘 몰라 김재원을 지지한다"고 분개했다.

    무소속 성윤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지역구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동정적이지만 친박 핵심들에게는 냉소적"이라며 "김재원 후보가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 측 관계자는 "서울이나 대도시라면 출마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지역민들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한 짙은 향수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김재원 전 의원 측 관계자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하고 있었다. 다만 이 같은 판세가 '오만'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되는 일이 없도록, 계속해서 몸을 바짝 낮추고 겸손한 선거운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29일 개소식에 이어 내달 2일에는 상주시와 의성군에서 출정식을 거행하는 등 세(勢) 몰이를 병행해 '굳히기'에 돌입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친박 핵심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선거사무소 격려 방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출정식에는 대규모 지원 유세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굳히기'에 돌입하려는 김재원 전 의원을 향해 집중견제의 십자포화를 날리기 위해 경쟁 후보 측 캠프에서 겨냥하고 있는 '화살'은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화살'들은 오는 30일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내달 12일에 있을 투표까지 2주간 집중적으로 난사될 것으로 보인다.

  • 상주종합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 선거사무소의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상주종합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 선거사무소의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화살 I : 선거구 책임론

    그 첫째는 선거구 책임론이다.

    지난해 4·13 총선을 치를 때부터 그랬지만, 이번 4·12 재선거를 앞두고서도 상주는 상주대로, 군위·의성·청송은 각 군(郡)대로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생활권이 전혀 다른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인위적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은 2012년 19대 총선까지 각자 의원을 1인씩 선출했다. 그러다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북 의석이 2석 줄어들면서 전격 합병됐다.

    이 합병 작업을 배후에서 주도한 것이 당시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이던 이한성 전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이라는 게 경쟁 후보 측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잘못된 선거구 획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실제로 생활권이 전혀 다른 시(市)와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 것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불만은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심 씨는 "인구가 빠져나가니까 (선거구가) 합쳐졌는데, 맞지 않다"며 "청송하고 여(상주)하고는 하등의 뭐, 저게 없는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문경하고 (국회의원을 같이) 뽑는 게 맞다"며 "청송은 안동·예천과 붙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상주 서문사거리 인근에 걸려 있는 이른바 태극기집회 참석 독려 펼침막.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상주 서문사거리 인근에 걸려 있는 이른바 태극기집회 참석 독려 펼침막.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화살 II : 탄핵 책임론

    둘째가 탄핵 책임론이다.

    자유한국당이 당초의 무공천 방침을 뒤엎고 김재원 전 의원을 전격 공천하자, 중앙정치권은 '친박 핵심'이 공천을 받는 것이 옳으냐는 주제로 정쟁에 돌입했지만, 지역의 민심은 전혀 다르다.

    상주시만 해도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열리면 전세버스 20여 대가 출발한다. 이날 상주의 중심가인 서문사거리를 찾은 결과, 실제로 '태극기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펼침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도 강하다. 상주축협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70대 여성은 "박근혜가 가족도 없고 아무 것도 없으니, 의지할 곳이 어디가 있었겠느냐"며 "그래갖고 최순실을 믿고 따른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국정농단을 욕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은, 여자 대통령인데 미용시술 같은 것으로 욕하는 것은 안 된다"며 "사생활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인데 당연히 젊게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역정을 냈다.

    이처럼 민심 자체가 친박 성향이 강하다보니 '친박 핵심'이라는 것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잘 통하지가 않는다. 오히려 공격의 포인트는 그런 '친박 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이 탄핵 정국에서 무엇을 했느냐에 맞춰져 있다.

    경쟁 후보 측의 논리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여당 의원들을 결집시켜 국회의 탄핵소추를 부결시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정무수석을 사표 내고 지역에 내려와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상주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한 무소속 성윤환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상주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한 무소속 성윤환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화살 III : 담뱃값 인상 책임론

    셋째가 담뱃값 인상 책임론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가던 2014년 연말, 여야 원내지도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그리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사이에서 관련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 당시 김재원 전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수석으로 법안 협상에 관여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애초부터 김재원 전 의원이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는 지역구의 특성상 고령층 농업근로자가 많은데, 이들의 흡연율은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담뱃값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인 셈이다. 경쟁 후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이를 확실히 문제제기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상주 동영빌딩에 자리잡은 무소속 박완철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상주 동영빌딩에 자리잡은 무소속 박완철 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상주(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상주 후보들, 단일화 논의 '솔솔'

    이상 세 발의 '화살'이 김재원 전 의원을 향한 '네거티브'성의 투발 수단이라면, 네 번째 '화살'은 자체 역량의 강화를 위한 무기다. 근래 선거전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후보단일화'가 상주 출신 무소속 후보들 사이에서 논의가 솔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시·군이 복합선거구를 이룬 가운데, 유권자의 수는 △상주시 8만7709명 △군위군 2만1890명 △의성군 4만9251명 △청송군 2만3701명이다. 상주의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것이다. 선거 막판 소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 상주 출신의 단일후보가 의성 출신인 김재원 전 의원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둘 수도 있다는 기대감의 근거는 여기에서 나온다.

    구체적인 단일화 대상으로는 무소속 성윤환 전 의원과 무소속 박완철 후보가 거론된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김재원 전 의원과 같은 의성 출신이라 단일화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상주 출신이기는 하지만 지지층의 기반이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한 성윤환~박완철 후보와는 전혀 달라 단일화의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일화 대상으로 꼽히는 성윤환 전 의원과 박완철 후보도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상주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인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성윤환 전 의원 측이 단일화에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윤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결국 김재원 후보와 상주 단일후보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만이 문제"라고 자신했다.

    반면 박완철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에 반대를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역선택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 유관단체의 주도가 아니라, 시군민 전체의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단일화여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협상의 난항을 예고했다.

    단일화가 유력시되자, 상호 간의 신경전 양상도 엿보이고 있다. 박완철 후보 측 지지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성윤환 후보의 의원 시절 평가야 '숨쉬는 것 빼고 뭘했느냐'는 것"이라며 "잘했었더라면 이미 재선·3선을 하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성윤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의정 활동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가 좋았다"며 "4대강 사업이 진행될 때, 1000억 원대 국비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유치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반박했다.

    후보단일화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내달 7일부터 시작될 사전투표 이전에 단일화를 이뤄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연 실제로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상주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비관론도 회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상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엇갈린다. 심 씨는 "상주 출신이 유리하지만 '표가 분산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선이) 안 된다"며 "한 명이 단일화로 나오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상주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남모 씨는 "상주 지역 출신을 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인물이 없다"며 "우리도 그동안 뽑는다고 뽑아봤는데 뭐하노"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남 씨는 "(단일화가 되더라도) 투표할 생각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 씨는 "상주도 상주 사람 아닌 사람이 국회의원을 한 번 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주의 옛날 어르신들이 안동의 36사단이 여기(상주)로 오려던 것을 '처녀들 배린다(버린다)'고 막아서 원주로 쫓아보냈다"며 "상주 사람들이 아주 고리타분해서 상주가 발전을 못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재원 전 의원 측도 이같은 바닥 민심을 충분히 체감한 듯 단일화 여부에 관계없이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김재원 전 의원 측 관계자는 "3년 뒤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상주 출신보다도 더욱 상주를 위해 일을 잘해야 인정받을 것이 아닌가"라며 "상주시민들도 이번 선거에서는 상주 출신 후보자 중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의성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자리잡은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 선거사무소의 전경. ⓒ의성(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의성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자리잡은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 선거사무소의 전경. ⓒ의성(경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선관위 "지역주의 떠나 정책 따져 투표해달라"

    4·12 재선거는 오는 30일부터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내달 11일까지 13일 간 후보자 상호 간의 격렬한 공방전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선거운동기간 도중인 내달 7~8일에 사전투표가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선거운동기간은 더 짧은 셈이다. 본투표는 12일에 이뤄진다.

    수면 위는 조용하지만 물밑에서는 이미 각 후보자들 간에 사생결단에 가까운 치열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지역구민들도 후보자의 이력과 선거 스케쥴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재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거 막판 과열이나 혼탁 양상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주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본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일삼는 구태의연한 관행을 버려야 한다"며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금권선거는 특히 근절할 것"이라고 후보자들에게 당부했다.

    나아가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금품이나 향응을 요구하지도 말고 휘둘리지도 않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선거 막판 기승을 부릴 소지역주의를 경계한 듯 "연고주의나 지역주의를 떠나서 오로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꼼꼼히 따져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