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에 몰표 준 호남, '대세론과 대항마' 이중 포석 구축
  • 27일 민주당 경선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압승을 거둔 문재인 후보. ⓒ공준표 기자
    ▲ 27일 민주당 경선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압승을 거둔 문재인 후보. ⓒ공준표 기자

     

    "기대 밖으로 아주 큰 승리를 거뒀다. 압도적 지지를 모아주신 광주·전남·전북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민주당 경선주자 문재인 후보가 27일 오후 광주 광주여자대학교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호남권역 선출대회 후 언급한 발언이다. 문 후보가 민주당의 첫 순회경선지인 호남에서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타 후보들을 기선제압한 것이다.

    경선 선두주자 문 후보가 구축한 '대세론'은 매우 견고했다. 앞서 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소 지지율 선두자리를 유지했던 바다. 문 후보가 득표한 이날 총 득표수는 전체 23만6358표다. 이는 투표소 투표와 ARS투표, 순회현장 투표를 합산한 수다. 그는 투표소 투표에서 총 투표수 1만2524표 중 65.2%인 8167표를 획득했다. ARS투표에서도 총 투표수 22만2439표 중 59.9%인 13만3130표를, 순회투표에서도 총 1395표 중 75%인 1046표를 확보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문 후보가 거둔 호남에서의 대승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호남은 야권의 성지이자 다수의 민주당 당원들의 표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이 이를 방증한다. 당시 '이인제 대세론'이 당 내부를 뒤덮었으나, 호남은 이인제 후보가 아닌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이후 노 후보는 기적을 썼다.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고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반면 '2002년 노무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 후보의 대항마로 꼽히던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 2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문 후보를 추격할 발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당 안팎의 전언이다. 나아가 호남에서 25% 이상 득표율을 확보해야 역전 가능성이 있다는 풀이다.

    그래선지 경선 현장에 있던 안 후보와 이 후보 측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안 후보는 이날 총 4만7215표를 얻어 유효투표 기준 20%의 득표율을, 이 후보는 총 4만5846표를 얻어 19.4%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대승 때문인지 강한 자심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투표 결과 후 취재진과 만나 "아무래도 호남에서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강한데, 제가 도덕성에 흠결이 없고 가장 잘 준비되어 있고 모든 지역에서 지지받을 수 있고 '지역 통합 국민통합 후보'로 평가해 주신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욕심 같아선 수도권에 올라가기 전에 조금 대세를 결정짓고 싶은 그런 욕심이다. 앞으로 충청권역은 우리 안희정 후보님의 지지가 강한 곳인데 또 열심히해서 극복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민의당의 유력 경선주자 안철수 후보를 향하는 모양새다. 호남민심이 민주당에선 문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면,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후보에게 몰표를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가 감지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문 후보와 대척점에 선 유일한 후보로 안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본선이 '야권 대 야권'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기도 하다

    지난 25일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 지역 경선에서 안 후보는 60.69%(3만7735표)의 득표율을, 지난 26일 전북 경선에서 72.63%(2만1996표)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국민의당 경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정치권은 호남민심이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과반을 넘긴 득표율을 선사한 데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그중 호남민심이 문 후보의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문재인 대항마'로 안 후보를 지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호남민심판 이중 포석이 작동한 셈이다.

    한편 문 후보의 민주당 호남경선 압승 소식을 접한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고 제가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KN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토론회 뒤 취재진과 만나 "지난 1월 초부터 '안철수 대 문재인 구도'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