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교사는 승냥이”...대북 선교활동 중 납북·피살 등 피해 사례 늘어
  • '북한의 종교실상' 표지. ⓒ북한정의연대 제공
    ▲ '북한의 종교실상' 표지. ⓒ북한정의연대 제공
    '세계인권선언' 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북한이 가입한 UN '자유권 규약' 18조 역시 종교의 자유가 인간의 기본권임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가….

    북한인권단체가 "북한 내 지하종교인이 50만 명"이라며 "이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정의연대는 24일, 탈북민과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등을 토대로 집필한 저서 〈북한의 종교 실상〉 발간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종교 실상〉은 북한의 종교탄압과 북한주민의 신앙생활, 대북선교사 등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24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본적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태어나는 순간부터 통치자만을 유일한 신으로 섬기도록 강요받고 세뇌 당하고 있다"며, "북 주민들은 2~3인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 종교 경전을 읽고 기도하거나 찬송을 부르는 등의 활동으로 종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북한의 종교탄압 책임자인 김정은을 국제법정에서 단죄해 인권유린과 종교탄압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제사회는 종교박해 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기록보존·공유해야 하고, 나아가 박해받는 신앙인을 구출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가운데). ⓒ뉴시스
    ▲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가운데). ⓒ뉴시스
    ◆ 종교 탄압 북한, '주체사상 연구소'는 전국에 10만 곳

    美국무부에 따르면 북한 내 기독교 신자는 20만~40만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이 종교 활동을 하는 주민을 고문하고 사형에 처하는 등 처벌을 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 우려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사실상의 종교 탄압국가로 지정한 것은 올해로 15년째다.

    美국무부는 이날 '2015 국제 종교자유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이런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유엔 인권위원회(UNHRC)에 종교별 신도 규모를 천도교 1만5,000명, 기독교 1만2,000명, 불교 1만명, 카톨릭 800명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유엔은 북한에 20~40만 명의 기독교 신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美국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거의 모든 종교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사형과 고문, 구타, 체포 등 가혹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 8~1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정치범 가운데 종교적인 이유로 체포된 이들도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외딴 지역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끔찍한 조건 속에 있다고 美국무부는 설명했다.

    美국무부는, 평양에 5개의 교회가 존재하며, 개신교는 봉수교회, 칠골교회, 제일교회 등 3곳이고 카톨릭은 장충성당 1곳, 러시아정교회 1곳 등이라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다만 이런 종교시설은 북한 정권의 관리 아래 대외 선전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의 사상적 기반인 주체사상 연구소는 전국적으로 10만 개에 달한다.

  • 김정은 보도영상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 김정은 보도영상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 김일성 "집사 이상 처단"… 김정은 "선교사는 악랄한 승냥이"
    종교는 일종의 미신이다. 예수를 믿든 부처를 믿든 그 것은 근본적으로 미신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종교인들을 데리고 공산주의 사회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독교, 천주교에서 집사 이상의 간부들을 처단해 버렸고, 그 밖의 일부 종교인들 중에서도 악질들은 모두 재판했다. 일반 종교인들은 개심하지 않으면 수용소에 가뒀다. 

    - 김일성 1962년 연설 中

    남반부에 수많은 종교인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우리가 종교인들을 다 죽인다고 생각을 하면 그들도 우리를 반대하는 데 합세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중앙종교조직(조선그리스도연맹·봉수·칠골교회 등)을 만들게 된 것.

    - '김일성저작선집' 제1권 내용 中


    〈북한의 종교 실상〉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부터 이어진 종교탄압은 김정은의 등장 이후 더욱 강화됐다. 최근 보위성 등 북한의 공안기관은 주민들에게 "선교사는 악랄한 승냥이며 종교는 사회주의를 좀먹는 미신"이라고 교육했다. 북한 공안기관원들이 직접 종교인으로 위장, 지하교인 및 외국인 선교사, 지원단체 등을 색출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북한정의연대는 "북한 주민들은 종교활동을 하다 적발될 경우 대부분 보위성에 체포돼 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된다"며, "주민들이 종교를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될 경우 더욱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고, 북한은 종교인을 처형할 땐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죄명을 '조국반역죄' 등 정치적 죄목으로 바꾸거나 비밀 처형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선교사들에 대한 납치와 억류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인(조선족) 한충렬 목사는 2016년 4월, 중국 지린성에서 대북 선교 및 탈북민 지원활동을 하던 중 북한 보위부 반탐(간첩색출)요원에게 피살됐다.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는 2015년 1월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목적으로 방북했으나 '反공화국 전복음모' 혐의로 체포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당한 상태다.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12월 중국 단둥에서 대북 선교활동 중 탈북민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됐으며, 이듬해 6월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국기 선교사도 2014년 10월 중국 단둥에서 대북 선교활동 중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창환 선교사는 2011년 8월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과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등 대북 선교활동 중 북한 공작원의 독침 공격으로 피살됐다. 김동식 목사는 2000년 1월 중국 옌벤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북돼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의문사했다. 안승운 목사는 1995년 7월 중국 옌벤에서 선교활동 중 납북돼 현재까지 생사를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