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7차 TV토론회, 핵심 이슈 빠진채 네거티브 공방전...일각 "토론 방식 바꿔야"
  • 4일 오후 광주시 남구 광주 MBC 공개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호남권 경선토론에 앞서 최성(왼쪽부터)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 4일 오후 광주시 남구 광주 MBC 공개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호남권 경선토론에 앞서 최성(왼쪽부터)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를 두고 '맹탕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호남에서 열린 7차 TV토론에서도 기존 주제를 벗어나지 못한채 똑같은 공방만 되풀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광주MB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네거티브 책임'을 놓고 공방전을 거듭했다. 정책과 비전에 집중한 생산적인 토론보다는 상호 비방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또다시 연출한 것이다.

    당초 이번 토론회는 야권의 전통 텃밭이자 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호남 대전(大戰)을 불과 3일 남겨둔 시점에 광주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야권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동안의 6차례의 토론회보다 훨씬 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발언했던 대연정·적폐청산 등의 주제에 대해서만 되풀이 할 뿐 특별히 주목할 만한 새로운 발언은 별로 없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전두환 표창' 발언 논란, 지지자 동원 의혹, 현장투표 결과 유출' 등에 대한 공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다소 공격적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 측의 '부산 대통령' 발언 논란에 대해 "지역주의가 이 나라를 망친 것은 누구나 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고생하며 보고 싶은 게 지역주의 청산이었다"며 "많은 분이 실망했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우리가 호남 경선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맥락의 발언인지 뻔히 알면서도 호남 민심을 건드려서 경선에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태도는 유감"이라며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치는 네거티브에 의존하는 정치"고 응수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에게 "호남에서 지지하지 않으면 대선 불출마하겠다는 발언이 유효하냐"고 물었다. '호남 정계은퇴 약속 번복'이라는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이 시장은 "과거에 호남이 어떻게 되면(4·13 총선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말씀이냐"며 "정치에서 말은 천금과 같고 말하면 지켜야 한다"고 거듭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이 후보의 말은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주제에서 벗어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재명 시장은 나아가 문 전 대표의 말바꾸기 지적에 대해 "문 후보가 저보고 말을 바꾼 게 아니냐고 했는데 같은 진영 후보 입장에서 뜻이 같은데 표현이 다른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하겠다고 했다가 혁명하겠다고 하는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이야기하다가 탄핵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그렇다(진짜 말바꾸기)"고 반박했다. 누가 말 바꾸기의 대가인지를 놓고 거친 공방을 벌인 셈이다.

    안희정 지사와 문 전 대표는 '대연정' 주제와 이른바 '반혁신' 발언을 놓고 또다시 난타전을 벌였다. 안 지사는 "문 후보가 말한 것처럼 탈당한 사람은 다 반개혁(반혁신)적이고 본인은 개혁적이라는 구분법으로는 당과 국가를 통합할 수 없다"며 "나는 개혁이고 당신은 반개혁이라고 하면 우리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넘어 분열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혁신과정에서, 전국정당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달랐던 사람도 있었고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이 다른 대안을 모색한 것이 국민의당"이라며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해낸다면 (당적이) 따로 있을 이유가 없다. 저는 연정을 말하기 이전에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충분히 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역공을 폈다.

    최성 고양시장은 "안 후보의 대연정은 돌이키기 힘든 실책"이라며 "호남의 개혁적인 분들은 적폐청산 대상이자 국정농단을 한 분들과 연정하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이날 저마다 '호남의 아들'을 자처하며 각종 공약으로 호남 민심을 구애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토론회가 갈수록 산으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토론회에서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어떤 후보가 나라를 이끌 비전과 국정수행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이슈에 대한 질문도 다뤄지지 않아 유권자들의 불만도 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매 토론회마다 특정 주제를 한정해 재탕 발언이 없도록 구성함과 동시에 중요 이슈에 대한 후보 간 상호 토론을 늘리는 등 토론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