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환경공약이지만 속으로는 외교·안보 공약
  • 자유한국당 소속 경선 후보인 김진태 의원. 그는 '미세먼지 해결'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걸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경선 후보인 김진태 의원. 그는 '미세먼지 해결'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걸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후보가 비전 발표대회에서 '미세먼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환경공약이지만, 외교·안보 공약으로 해석될 수 있고, 동시에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차별화도 꾀할 수 있어 묘수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후보는 23일 대전 시청 앞 광장에서 '충남권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우리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몇 십 조의 사회적 비용을 낸다"며 "(중국이) 나몰라라 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환경문제인 미세먼지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중국을 향해 강도높은 발언을 낸 셈이다.

    그의 중국을 향한 강경발언은 계속됐다. 김 후보는 "사정이 이런데도 야당 사람들은 뭐만 하면 사드를 배치해도 될까를 중국에 묻는다"며 "저는 변상금이 됐든 환경 부담금이 됐든 중국에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이 비용을 내라고 당당히 외치겠다"고 주장했다.

    ◆ 외교·안보 공약이 된 미세먼지 해결 공약

    김 의원이 '미세먼지 해결'공약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우리 대한민국에 미안하다고 한 적이 전혀 없다"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국과 여러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서해안 불법조업 문제와 사드 문제는 물론 이어도 문제까지 폭넓은 부분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이 '중화사상'을 내세우면서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고, 이에 주변국과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대국임을 내세워 주변국을 압박 일변도로 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은나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하는 대만의 태도와 '사드 배치'논란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두고 대만의 태도는 엇갈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 독립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만 내에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 입장도 나오면서 국론이 분열돼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 위협에 맞서 '사드 배치'를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사드 배치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일 "사드 배치를 철회로 경제를 지키자"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사드 배치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론은 분열됐다. 사드 배치지역으로 검토된 성주는 사드 반대 시위를 열었고, 결국 정부는 배치지역을 옮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노골적으로 위협적인 언행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8일 "한중 수교 25주년 성과가 소중하다"면서도 "사드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 안보를 더 위험하게 하는 행위"라 했다.

    부친이 HID 출신, 본인은 공안검사로 안보관이 철저한 김진태 후보로서는 중국의 이같은 태도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이에 김 후보가 환경 문제를 지렛대 삼아 실제로는 반중 외교 공약을 내걸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진태 후보가 중국과 각을 세우는 이유는 역사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수교를 하긴 했지만, 지난 6.25 전쟁에 북한 편에 참전, 인해전술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는데 앞장선 나라다. 이후에도 중국은 여러 차례의 북핵실험에도 북한을 두둔하거나 핵 무기 개발을 방조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 전날 소녀상 방문한 '홍준표'와 '반중'으로 차별화

    그의 이같은 반중(反中) 행보는 같은 당에서 경선을 치르고 있는 홍준표 후보와도 차별화된다. 홍 후보는 지난 22일 부산에 있는 소녀상을 방문해 "정부가 10억 엔이 아니라 10조 엔을 준다고 해도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일 위안부 협정을 파기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차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반일 정서가 짙은 점을 홍 후보가 고려한 발언이라고 해석되지만, 향후 일본과 외교관계를 엿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같은 잣대를 김진태 후보에 적용한다면, 김 후보는 일본보다는 중국과 각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지지하는 한미일-북중러 구도를 생각한다면 김진태 후보로서는 '홍준표 후보가 반일이라면 김진태는 반중이라는 메시지는 전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중국보다 일본을 우선 견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서 또 한번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확실하게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전날 예고한 자갈치 시장을 따로 방문했을 뿐, 소녀상에는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