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성도·이병기 목사의 석방을 위해 외교부는 적극 대응해야"
  • '온성도·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 '온성도·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뉴데일리 이길호 기자

    북한인권단체가 중국에 구금된 온성도·이병기 목사와 관련해 "외교부의 심각한 무능력이 자국민을 지키지 못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국인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해당 영사관이 3일간 문서 확인만 요청할 뿐 이렇다할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북한정의연대와 북한인권증진센터는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온성도·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석방을 위한 외교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북한인권단체는 아울러 ▲주중 선양 부총영사는 가족들에게 가한 언어폭력을 사과하고 물러날 것 ▲외교부는 즉각 자국민의 구금상황을 파악하고 외교적 대응을 강화할 것 ▲정부와 국회는 두 목사의 석방을 위해 나설 것 ▲외교부는 탈북난민 보호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각성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온 목사의 아내 이ㅇㅇ씨, 이 목사의 아내 김ㅇㅇ씨, 이 목사의 장녀 이ㅇㅇ씨 등이 참석했다.

  •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뉴시스
    ▲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뉴시스

    정베드로 대표는 "북한인권 활동가들과 탈북 난민을 돕는 국제사회 NGO가 대한민국 외교부의 조력이 왜 이렇게 미약하느냐는 말을 할 때마다 창피하다"며, "2013년 '라오스 꽃제비 9명 북송' 때도 현지 영사관이 20일 가까이 현장을 찾지 않았고 결국 그들은 북송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 정 대표는 이어 "이번 사건 역시 '이병기 목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디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이 신고했음에도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기다려봐야 한다'는 식의 답만 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외교부가 영사 업무와 해외 자국민 보호에 대해 비엔나 영사협약에 따른 매뉴얼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외교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외교부 제공
    ▲ ⓒ외교부 제공

    온성도 목사의 아내 이씨는 "한국사람(탈북민)이 중국에서 북송되는 실상과 인권침해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안이 우리 가족을 붙잡아 취조하는데도 한국 정부는 왜 중국 정부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지 묻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 이 씨는 "남편이 중국에 잡힌 후에 주위 사람들이 '한국 정부를 믿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한국 정부를 믿고 싶다"며, "남편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중국이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외교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병기 목사의 아내 김씨도 "탈북자들도 우리 국민인데, 그들을 도운 것이 죄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당시 영사관들은 우리에게 '왜 여기 왔느냐', '(한·중 외교) 시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하더라"며 우리 외교관들의 냉담한 반응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씨는 "여태까지 자국민이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영사관이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오지 않았다"며, "나와 남편이 조사받는 위치를 딸에게 알렸고, 딸이 영사관에 전달했을 때 영사관이 와줬다면 남편은 구금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변호사를 선임할 때도 영사관은 서류준비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를 하는 등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고, 시간은 계속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5월, 집단 탈북 사건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이 중앙조선TV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5월, 집단 탈북 사건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이 중앙조선TV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외교부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재외동포영사과 관계자는 "가족이 요구한 변호사 선임 조력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직접 해야하는 부분임에도 최대한 지원했다"며, "변호사 위임장은 중국이 팩스가 고장났다면서 늦게 준 데다가, 처음에 받은 위임장은 형식이 잘못돼서 재요청 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 이 관계자는 '이병기 목사 가족의 최초 신고를 받고도 3일간 현장에 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현장까지 6~7시간 거리였고, 문서를 보내 체포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며, "중국이 우리 국민을 체포할 경우엔 협약대로 영사관에 알려줘야 하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당국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이 연락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항의 표시를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다음 주에 총영사관 차원에서 관계 당국자를 면담할 때 인도주의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공정·신속한 재판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보호하던 온성도 목사는 지난 2월18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으며, 24일 간수소에 구류됐다. 탈북자들을 기차역에 데려다 준 이병기 목사도 같은 달 19일 칭다오 공항에서 체포돼 3월4일 구류된 상태다. 당초 두 목사의 가족 등 8명이 체포됐지만 나머지 6명은 풀려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