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대선 전에 당 합치기엔 시간 부족… 후보는 단일화해야 옳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2일 부산에서 취재진을 만나, 지난 15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회동해 보수합동과 후보단일화를 제안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2일 부산에서 취재진을 만나, 지난 15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회동해 보수합동과 후보단일화를 제안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바른정당의 맹주(盟主) 김무성 의원을 만나, 대선을 앞두고 보수양당의 합동과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돌멩이를 던진 사람은 한국당 소속 홍준표 지사이지만, 파문은 바른정당이라는 연못에서 격심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놓고 바른정당의 경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유승민 의원을 몰아붙이고 있었는데, 김무성 의원이 단일화 논의에 가세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구도가 급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홍준표 지사는 22일 부산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무성 대표를 만나 '대선 전에 당을 합치기는 시간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후보는 단일화하는 게 옳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세계일보〉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이날 바른정당 의원을 인용해, 홍준표 지사와 김무성 의원이 지난주 수요일 회동해 후보 단일화와 선거공조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홍준표 지사는 "15일 둘이 만나서 식사했다"고 말해, 보도 내용과 같은 날짜에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김무성 의원과의 친근감을 과시했다. 홍준표 지사는 "김무성 의원과 나는 15대 국회에 함께 들어온 동기"라며 "김무성 대표가 나이가 좀 많아서 내가 '형님'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쭉 같은 노선을 걸어왔다"며 "지난 번에 당을 나갈 때에도 '오죽 힘들었으면 나갈까'라는 생각에 참 안타까웠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걸림돌만 정리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후에 집권을 해서 당을 통합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지사는 비박계로 분류된다. 경남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던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친박패권주의 세력의 극심한 공천 배제 공작에 시달렸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천신만고 끝에 항소심에서 뒤집어엎은 '성완종 리스트'의 공작 배후에도 친박계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친박패권주의 세력과 공천을 놓고 대결하는 와중에 수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던 김무성 의원과 동병상련을 느꼈을 법 하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지사는 이 때문인지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 한국당 내의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을 가리켜 '양아치 같은 친박', 이른바 '양박'이라 지칭했었다.

    측근인 윤한홍 의원은 구 새누리당 시절 비박계 임시 지도부였던 비상시국회의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다만 탈당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린 끝에, 결국 탈당하지는 않고 한국당에 잔류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보수합동을 위해 '정리해야 할 걸림돌'이란 결국 '양아치 친박'을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핵심 중진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홍준표 지사와 자주 통화를 한다"며 "홍준표 지사는 '내가 후보가 돼서 몇몇 나쁜 친박들만 쫓아내면 당을 다시 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종종 말했다"고 전했다.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1년 새누리당 시절 국회에서 열렸던 의원총회 도중에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1년 새누리당 시절 국회에서 열렸던 의원총회 도중에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다만 홍준표 지사는 본경선이 진행 중인 와중에 당내에서 내홍 요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듯 "(걸림돌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김무성 대표와 한 이야기 중에서는 일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되면 내홍은 한국당보다는 바른정당에서 불거져나올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역시 본경선 중인 바른정당은 이른바 보수후보 단일화를 놓고 남경필 지사가 유승민 의원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형국이다. 지난 20일 지상파3사와 YTN을 통해 생방송된 TV토론에서도 남경필 지사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보수후보 단일화를 주장할 것이라면 대체 왜 탈당했느냐"고 공박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이 홍준표 지사와 만나 '보수후보 단일화'를 논의한 사실이 밝혀져버렸다. 물론 홍준표 지사도 이 사실이 공개될 경우, 바른정당에 내홍이 일게 된다는 것을 의식해 "김무성 대표는 (내 제안에) 가타부타 하지 않았다"며 "(김무성 대표가 뭐라고 답했는지) 이야기하면 (바른정당의) 당내 문제가 생긴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한 사람만 구체적인 제안을 포함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밥만 먹으며 듣고만 있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회동 날짜를 포함해 구체적인 사실이 보도된 〈세계일보〉 기사에서도 "두 사람은 선거연대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안다"고 서술됐다.

    결국 유승민 의원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남경필 지사의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남경필 지사는 김무성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학용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 외에도 박순자·홍문표·이진복·장제원·이은재·정운천·박성중 의원이 남경필 지사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김무성 의원이 홍준표 지사를 만나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경필 지사가 이 문제로 유승민 의원을 공격한다는 게 앞뒤가 안 맞게 돼버렸다. 당장 23일에 열릴 대전·충청권 바른정당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문제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의 후보가 될 것이 유력시된다면, 유승민 의원의 측근 의원들이 김무성 의원이 홍준표 지사를 따로 만나는 등 후보 단일화 논의를 배후에서 주도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이른바 유승민계와 김무성계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의 내홍 여부와는 관계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보수합동과 후보단일화의 논의는 계속해서 자체적인 추동력을 가지고 굴러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홍준표 지사는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도 (김무성 의원을) 계속 자주 만날 것"이라고 말해, 보도 여부에 관계없이 접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무성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바른정당 김성태 사무총장도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 누구든 다 만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구(舊)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의 집권 저지야말로 보수 진영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이 과제를 위해 서로가 힘을 합치자는데, 배신자니 뭐니 해서 그걸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야말로 문재인 대표의 세작(細作)이고, 가짜보수이며, 보수정치의 배신자"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