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신경전, '李의 사과' 요구한 文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상윤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정상윤 기자

     

    민주당 경선 4차 합동토론회에서 선두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 연출됐다. 문 후보는 타 후보들로부터 '친재벌' 비판을 받다가도 마지막엔 '황희 정승'이란 칭찬을 듣게 된 것이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4명의 후보는 17일 오후 105분 간 서울 퇴계로 인근 미경미디어센터(MBN)에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경선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다만 이번 토론회는 앞서 3차례 진행된 토론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이전부터 언급됐던 '대연정'과 '적폐청산', '사드배치', '개헌' 등이다. 주제의 성격상 매우 예민함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은 서로를 헐뜯기 바빴다. 각 주제들이 가진 문제의 대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모습은 후보들이 이전 토론회에서도 보여줬던 모습이다.

    더욱이 이번 토론회가 이전 토론회와 보인 차이점이 있다면 후보 간 신경전 수위가 높아졌다는 게 정치권 전반의 견해다. 날선 발언이 오고 갔던 '주도권 토론'이 이를 방증한다.

    주도권 토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친재벌 후보'라고 몰아붙였다. 이 후보는 "(문 후보) 캠프에는 재벌에 우호적 기득권자들이 있다. '악성노조' 발언하는 분들도 있고,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방해한 사람도 있다. 기득권자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어떤 지향을 가질지 국민들이 의심되거나 걱정할 수 있다. 어디로 갈 지 모르잖은가. 최근 김광두·김상조 등 상반된 인사들을 동시에 영입했다. 뭘 하시는 건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후보는 "캠프 구성은 장관 인사청문회 하는 게 아니잖은가"라면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권교체를 돕기 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의 공세는 계속됐다. 이 후보는 "(문 후보는) 전에 이렇게 표현했다. '재벌들이 최순실에 뜯겼다'고 했다. 재벌들 입장에 서 계신 것 아닌가"라면서 "또 '법인세는 맨 마지막에 증세하겠다'고 하는데 재벌 비호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법인세 인상 부분은 우리 당 당론"이라며 "참여정부 시절의 법인세로 돌아가서 말하자면 법인세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받아쳤다.

    주도권 토론 후 진행된 '상대 후보 칭찬 릴레이'에서는 달아오른 신경전의 분위기가 완전히 꺾인 모습이 연출됐다. '친재벌 후보'라고 문 후보를 지적했던 이 후보는 "문 후보야 '황희 정승' 아니겠나. 모두를 끌어안을 훌륭한 분이다. 닮고 싶다"고 밝힌 것이다. 황희 정승은 조선시대 때 관료로 '청렴결백'의 대명사로 불린다.

    '친재벌'이 됐다가 '황희 정승'이 되는 문 후보 모습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토론회가 '뒤죽박죽 토론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토론회가 끝난 후 문 후보와 이 후보 간 신경전은 다시 불거지는 모습이다.

    이 후보 측 김병욱 대변인은 "문 후보의 재벌편향적 경제관이 드러났다"며 "재벌의 황제경영 차단과 법인세 정상화 등 일관된 행보를 해온 이 후보가 가장 안정감있는 후보임을 증명한 시간"이라고 이번 토론회를 평가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공세에 유감을 표함'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토론 후 문 후보에게 '철학과 신념이 부재하다'며 비난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으로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이 후보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