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업체 연락처는 中베이징, 상세주소·팩스번호·담당자 등은 모두 북한
  • 1954년 3월 1일(현지시간) 미국이 실험한 '캐슬 브라보' 핵폭탄 폭발장면. 이 실험에 쓰인 폭탄 안에 '리튬 6'이 사용됐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1954년 3월 1일(현지시간) 미국이 실험한 '캐슬 브라보' 핵폭탄 폭발장면. 이 실험에 쓰인 폭탄 안에 '리튬 6'이 사용됐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북한이 2016년 수소폭탄 제조에 꼭 필요한 물질을 해외에 밀수출하려 한 정황이 있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0일 유엔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 인터넷을 통해 ‘리튬 6’이라는 물질을 해외에 판매하려 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보고서를 인용, “농축된 ‘리튬 6’과 관련 장비들은 유엔 안보리의 핵 관련 금지물질로 등재돼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리튬 6’을 삼중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中베이징에 본사를 둔 ‘GPM’이라는 회사가 ‘리튬 6’의 판매를 맡았으며, 이 회사는 EU에 의해 북한기업 ‘그린 파인’으로 밝혀진 곳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GPM’이라는 회사는 광고에서 기본 연락처로 중국 전화번호를 남겼지만, 휴대전화와 팩스 번호에는 북한 국가번호인 ‘85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소재지 또한 공식적으로는 中베이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주소에는 ‘통일로’라는 북한 주소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연락 담당자의 이름 또한 ‘윤 철’이었는데, 이는 中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3급 서기관 이름과 동일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들은 ‘GPM’이 수출 관련 웹사이트에 낸 광고를 보고서에 첨부했는데 “매달 10kg의 ‘리튬 6’를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들이 문제 삼은 ‘리튬 6’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일종으로 평소에는 안정적인 상태를 띈다. ‘리튬 6’의 원자핵 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3개씩 들어 있는데 이 가운데 중성자는 통제된 핵반응을 통해 헬륨과 삼중수소를 만들어내는데 사용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리튬 6’은 또한 중성자가 많은 탓에 핵폭탄의 위력을 높일 수 있어 적은 양의 플루토늄, 우라늄으로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게 해주는 물질이라고 한다. ‘리튬 6’을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 때에는 리튬-6을 대량으로 분리해 중수소화물(6Li2H)을 만든 뒤 사용하기도 한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보리 전문가 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美국방정보국(DIA)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 주립大 교수의 의견도 전했다.

    브루스 벡톨 교수는 “10kg이라는 구체적인 양을 정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점으로 볼 때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처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도한 유엔 안보리 전문가들의 보고서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자체 생산 단계를 넘어 해외 확산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어서, 향후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매우 거세질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