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한국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쓰릴 미'가 더욱 대담하고 노련하게 돌아왔다.

    2007년 3월 국내 라이선스 초연 이후 네 번의 재공연을 거친 '쓰릴미'는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를 이뤄내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명문대학 로스쿨에서 변호사를 꿈꾸는 스무살 두 동성애자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탄탄한 음악과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명확한 갈등 구조가 돋보인다. 그 동안 류정한, 김무열, 강하늘, 이지훈, 지창욱, 송원근 등이 등이 출연하며 스타 등용문으로 통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쓰릴미'를 이끌었던 박지혜 연출이 함께하고, 박용호 프로듀서가 총괄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초연부터 함께했던 강효진 프로듀서가 이끄는 달 컴퍼니가 제작을 맡는다.

    박지혜 연출은 9일 오후 삼성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초연과 달리 무대 양쪽에 창문이 들어왔다. 창문은 주인공들의 심경을 대변하며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마지막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나'라는 인물의 자유와 희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 특히, 10주년 공연은 초연 배우들의 합류와 그 동안 '쓰릴 미'를 이끌었던 배우들의 출연으로 더욱 의의가 있다. 2007년 멤버 최재웅, 김무열, 강필석, 이율을 필두로 김재범, 에녹, 정상윤, 송원근, 정동화, 이창용, 정욱진이 캐스팅됐다.

    박 연출은 "작년까지 공연할 때는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배우들을 입히려고 했다. 모든 배우들이 '쓰릴미'를 경험했다. 틀 안에 가두기보다는 각각의 색깔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 각 페어마다 다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초연 당시 '그'를 연기한 원조 김무열은 2010년 이후 7년 만에 '그'로 무대에 선다. '나' 역을 소화하며 지금의 '쓰릴 미'를 있게 한 최재웅 역시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김무열과 호흡을 맞춘다.

    이날 최재웅은 "10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초연만 하고 없어지는 공연이 너무 많은데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 역의 초연 배우 류정한을 소환하더니 "형은 꼬셔도 안되더라. 일단 결혼을 축하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무열 역시 "류정한 형 결혼 축하한다"고 너스레를 떤 뒤 "같이 축하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초연 멤버가 다시 모이는 것도 큰 이유가 됐다. 다른 배우들 공연을 봤는데 굉장히 달라지고 새로워졌더라. 예전에 갇혀있던 것들을 많이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쓰릴 미'의 경우 두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이 밀도 높게 표현되는 만큼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해 재관람을 이끌었고,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큰 인기를 누렸다. 
    최재웅은 "대부분의 뮤지컬은 예쁘게 잘 꾸며져 있거나 모난 부분은 다듬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작품은 그 동안 뮤지컬에 사용하지 않은 가사를 일부러 쓰고, 대화체의 말을 그대로 넣기도 하는 처음부터 등 날스럽고 거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쓰릴미'는 5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며, 티켓은 예스24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다.
    [사진=뉴시스, 달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