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의원실 “채택과정 적법했는지 확인 차원, 학교이름 공개 않을 것” 서울교육청 협력 얻어 교과서 신청 학교 조사…신청 부수·활용 용도 등 기재 요구
  • ▲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은혜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 서울 관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 활용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7일 드러났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국정교과서 채택 학교를 압박하기 위한 자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국회 교문위 소속 유은혜 의원의 요청으로 지난 3일 지역 관내 중·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에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신청했는지 여부를 밝혀 달라는 내용이었다.

    시교육청은 별도의 양식을 첨부해 국정 교과서 신청 학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쳤는지, 신청 용도가 무엇인지, 신청 부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했다.

    교육청이 공문을 발송하자마자 학교 현장이 술렁였다. 국정 역사교과서 신청 학교에 대한 좌파 단체의 극심한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 내용이 공개될 경우, 해당 학교들은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속칭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에서 유일학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신청을 낸 경북 문명고의 경우,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좌파단체 회원들이 학교를 무단으로 침입해 이 학교 교장 등에게 욕설을 퍼붓고, 교과서 채택 철회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 ▲ 좌파단체 소속 회원 10여 명은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문명고에 무단 침입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 조선일보 캡처
    ▲ 좌파단체 소속 회원 10여 명은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문명고에 무단 침입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 조선일보 캡처

    교육부는 전교조와 민노총 등 일부 좌파단체와 진보교육감들의 방해로 일선 학교들이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을 포기하자,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 학교가 직접 국정 교과서를 신청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전국의 83개 학교가 국정 한국사(역사) 교과서 활용 신청을 냈다고 밝히면서도, 학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우려가 있어 학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은혜 의원실과 서울교육청은 교육부 결과 발표보다 한발 앞서, 국정교과서 활용 학교를 밝히기 위한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이에 대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를 공개해 압력을 넣으려는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유은혜 의원실은 자료 제출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교재 선택은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사 협의를 거치게 돼 있다"면서 "학교 측이 적법하게 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실은 "학교 이름을 공개할 마음이 없다. 언론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이름이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악용될 소지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진보를 자처하는 조희연교육감이 시교육청 차원에서, 해당 학교들에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위험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은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면서, 서울지역 학교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을 앞장서 방해했다. 때문에 일선학교 입장에서는 인사·재정·감사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신청 학교를 조사해 밝힌다면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철 대변인은 "원론적으로는 신청 학교를 밝혀야 하지만, 현실을 고려할 때 학교 명단을 발표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어떤 경로로든 조사 자료가 유출될 경우, 학교가 외부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대변인은 "각 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선택했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국회의원이 나서서 학교들을 조사한다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은 이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는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다만 학교명이 노출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 "자료를 제출할 때 학교 실명 공개를 막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