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관광업을 총괄하는 부서가 한국여행상품 판매 중단을 베이징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를 우리정부와 맞교환한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 내에 있는 롯데마트 3곳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단다.

    중국 매체에서는 ‘준(準) 단교 가능성’과 사드가 들어설 성주골프장에 군사 타격 암시 까지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제품 불매와 반한 시위 등의 보복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도를 넘는 조치에 대해 ‘자위적 방위를 포기하라고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적극적 대응은 동맹국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한국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도 남는다. 특히 관광지 상인들은 “잡으려면 북한 핵을 잡아야지 왜 우릴 잡느냐”고 분개하면서 “사드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만큼 정부는 절대로 중국에 끌려 다니지 말고 원칙을 고수하라”고 강권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 압박은 한 마디로 언어도단이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한국을 핵으로 선제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데도 중국이 한국의 자위적 조치를 막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인가? 때문에 중국의 그 같은 작태는 오로지 한미동맹과 한미일의 대 중국 견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중국은 북한 핵에 대한 유엔의 제재 결의가 있었는데도 그 때마다 김정은 체제 유지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만 제재를 가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이 안심하고 핵무장을 강행하도록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든지 대북 압박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이를 비핵화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던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자구책 강구를 시비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사드가 자국의 이익에 배치된다고 우리 보고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아낼 방도를 세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을 능멸하는 것이며 대국의 오만일 뿐이다.

    한중 수교는 1992년 8월에 이뤄졌다. 그동안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양국의 무역액은 6년째 2000억 달러를 넘었고,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말 현재 800만 명 선을 넘어섰다. 수교 당시 ‘우호협력 관계’였던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까지 격상됐다. 2014년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배치 발표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전략적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한중은 경제적 유대는 있었지만 정치. 군사적 신뢰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했고, 한국의 천안함을 폭침했으며, 연평도 포격, 김정남 암살 등 숱한 도발과 테러를 자행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앞서 말한 것처럼 유엔의 대북 제재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시늉만 낼뿐이었다. 그런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은 북한을 바꾸려했고, 중국은 한미동맹이 가장 고리가 약하다고 판단하여 그 틈새를 노렸다. 하지만 둘 다 북중 관계 및 한미동맹의 역사적 특수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사드배치를 미중간 힘겨루기 차원에서 대 중국 봉쇄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사드 배치를 미국이 동북아지역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는 2단계라고 본다. 제1단계는 대만과 일본에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면, 2단계는 한반도에 방어체계인 사드를 배치한 후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기를 쓰고 저지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요구가 거절당했다고 보고, 이것이 권력을 강화 중인 시 주석의 체면을 구겼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한국 방문 당시와 2016년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중국이 지금 한국을 압박하는 데는 한국의 야당에서 사드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중국의 롯데에 대한 보복처럼 ‘사드 배치를 위해 골프장을 제공한 롯데는 물러가라’며 롯데마트로 몰려가 시위를 하는 주민들을 보고 고무된 바도 있을 것이다.

    특히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더불어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 가운데 누구든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드배치를 철회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할 것이다. 또 한국이 2000년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10배 이상 올렸다가 중국이 휴대전화 등의 수입을 중단하자 황급히 꼬리를 내린데 따른 ‘학습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중국의 보복은 어떤 양상을 띨까?

    중국은 사드의 실전 배치와 한국의 대선 결과 등 변수에 따라 6월말까지 최소 3개월간은 경제, 외교, 군사 분야로 대 한국 보복 수위를 높여나갈 것 같다. 우선 사드 실전배치 전까지는 국민정서를 앞세워 지금처럼 한국기업 등에 대한 제재를 묵인하는 방식으로 한국 여론을 흔들 것이다. 사드가 실전배치 된 이후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경제, 외교, 군사적 압박을 전면화할 것 같다. 현재도 중국 내 한국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을 방조하고 있으며, 중국 법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롯데마트 3곳에 대해 한 달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보도다.

    통상제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규정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진행될 것이다. 왜냐하면 시 주석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자유무역 대변자로 나선만큼 WTO 규정 위배는 중국에도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지식재산권, 상표권 침해를 묵인하는 방식도 가할 수 있으며, 한중간 합의한 통화 스와프를 중단할 수도 있다. 특히 사드 실전배치와 동시에 주한 중국대사 소환 등 외교 단절 조치와 군사적 압박까지 공식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명운과 직결된 사드문제를 놓고 한국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중국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중국은 한국을 과거 속국처럼 여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뒷받침한 한미동맹에도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나 야권 대선주자들도 정파와 이념을 넘어 하나가 되어서 중국의 부당한 압력에 당당히 맞서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이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의 전 방위적 보복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 사태를 가라앉혔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일본은 즉시 대 중국 견제를 위해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도 증강하는 방안을 강구했었다.

    그렇다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중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먼저 우리가 중국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다. 즉, 사드배치는 북한 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라는 것이다. 사드배치 여부를 정할 때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드배치가 군사적 효용성을 넘어 주변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띤 사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당면한 선택의 본질은 단순하다. 그것은 명백하고도 실존하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책이라는 점이다.

    사드는 방어용 무기이므로 군사적으로는 중국에 해를 끼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거슬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최우선 외교안보 정책목표가 한미일 3국간의 안보협력을 막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드의 한국배치가 결코 한미일의 통합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외적인 돌파구도 있다. 오는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담판을 할 경우 중국의 정책이 변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는 중국이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직접 설득할 수 있고, 시진핑 주석도 한발 물러서서 북한 핵미사일을 저지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같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사드문제를 한중 양자 구도만으로 해결할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사드 배치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도 나서서 한중관계와 미중관계 차원에서 동시에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 때문에 사드배치 결정이 나온 것인 만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협의채널도 다시 가동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국내 정치적 의도로 사드배치에 속도를 낸다고 보는 모양인데,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북한핵문제를 가지고 중국을 한국 혼자서 직접 상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중, 미중간  전략적 협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국이 원하는 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에 연연할 가치가 없다, 물론 관계가 악화된다고 잃을 것도 없다. 만약 사드배치가 북한의 핵 무장보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큰 해악이 된다면 중국은 사드 철수를 위해서 북한의 비핵화에 열의를 보여야 한다. 그게 북한 체제의 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다손 치더라도 말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당장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보복조치들을 멈춰야 한다. 한국의 굴종을 강요하여 한국정부의 결정을 번복시키려든다면 그것은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