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타임즈 "외교관 추방, 짧은 시간동안 외교관계 단절하는 가장 가혹한 조치 중 하나"
  •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외교부 관계자(오른쪽)가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관계자에게 공문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 홈페이지 캡쳐
    ▲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외교부 관계자(오른쪽)가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관계자에게 공문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 홈페이지 캡쳐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 철 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단교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언론 ‘더 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외무부가 강 철 대사를 4일 오후 6시까지 초치했지만, 강 철 대사는 물론 북한 대사관 관계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오후 9시 30분경 강 철 北대사가 ‘외교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됐음을 북한 대사관에 전달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일에는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강 철 北대사 추방 조치는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강 철 北대사가 말레이시아 외무부의 초치 통보에 불응한 4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48시간 안에 말레이시아를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그 어떤 모욕이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에도 강력 대처 할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과의 관계를 재검토하는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 철 北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김정남 암살 수사 과정에서 ‘한국-말레이시아 결탁설’ 등을 주장하면서 말레이시아를 일방적으로 비판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에 앞서 강 철 北대사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줬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월 28일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 철 北대사의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설명을 같은 날 오후 10시까지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대사관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말레이시아 정부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 대사관은 어떤 사과나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후 4일까지 소환 통보에도 불응하자 결국 추방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월 20일 모하맛 니잔 駐평양 말레이시아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이어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 단교를 제외하고는 북한 당국에게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내각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단교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한다.

    美‘뉴욕타임즈(NYT)’는 “‘외교관 추방’은 짧은 시간동안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가장 가혹한 조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美‘뉴욕타임즈’는 “일부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북한과의 무역 교류도 적고, 북한을 찾는 자국민들도 거의 없는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왜 북한에 자국 대사관을 두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 철 北대사 추방과 관련된 북한의 공식 반응이나 관영 매체의 관련 보도는 아직 없다.

    다만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월 28일 스위스 제네바 군축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VX가스’를 이용하는 등 화학무기 위협이 현실화 됐다는 발언을 겨냥해 비난을 쏟아낸 적은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5일 ‘멍텅구리 외교관의 생화학 무기 위협 타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윤병세 장관이) 그 무슨 ‘화학무기위협이 현실화됐다’고 우리를 악의에 차서 헐뜯었다”면서 “나중에는 ‘유엔 회원국 자격중지’라는 정신병자 같은 망발까지 쏟아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