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 티 흐엉, 부은 눈으로 법정 출석…중국보 "피고인 방탄조끼 착용, 사상 처음"
  • 김정남 암살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이 말레이시아 검찰에 기소됐다. 사진은 관련 英'BBC' 기사 일부.ⓒ英'BBC' 홈페이지 캡쳐
    ▲ 김정남 암살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이 말레이시아 검찰에 기소됐다. 사진은 관련 英'BBC' 기사 일부.ⓒ英'BBC' 홈페이지 캡쳐

    김정남 암살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이 현지 검찰에 '고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말레이시아 ‘더 스타 온라인’, 英‘데일리 익스프레스’, 美‘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말레이시아 검찰에 의해 형법 제302조 고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형법 제302조에는 '고의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사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고 한다.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지난 1일 말레이시아 세팡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美‘AP’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아이샤는 다소 덤덤한 표정이었고, 노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흐엉은 많이 울었던 듯 부은 눈과 초췌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암살 등의 공격에 대비한 듯 방탄조끼를 입은 채 법정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 중문판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용의자들이 방탄조끼를 착용한 것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얼마나 중시 여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피고인이 방탄조끼를 입고 법정으로 호송된 것은 말레이시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보’는 “이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라면서 “최근 13년 동안 (피고인이 방탄조끼를 입고 법정에 출두한 경우는) 콜롬비아, 태국, 대만, 노르웨이 뿐”이라고 설명했다.

    英‘BBC’ 방송에 따르면 도안 티 흐엉은 법정에서 공소장이 낭독된 뒤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냐’는 질문에 “이해는 했지만, 나는 죄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김정남을 살해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김정남 암살에 ‘VX가스’가 사용된 것을 입증했고, 피고인들이 공항에서 여러 번 예행연습을 했던 증거를 제출한 상태여서 이들의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13일에 열리며, 샤 알람 고등법원으로 이관돼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정남 암살 사건 배후 규명이 미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정남 암살의 주범으로 보이는 북한 남성 용의자 4명이 이미 평양으로 도피한 탓에 신병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용의자 리정철이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강제추방됨에 따라, 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도 일단락 되어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