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월드 투어 '음악과 함께한 47년 인생'…3월 4일 예술의전당
  • "언젠가 은퇴하는 날이 오겠죠. 당연한 시간의 순리지만 생각만 해도 우수에 젖고 벌써부터 감성적이 된다. 47년 동안 노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운이었다. 은퇴를 하게 된다면 행복한 날이지 슬픈 날은 아닐 것 같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꼽히는 호세 카레라스(70)가 마지막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아 이 같이 말했다.

    호세 카레라스는 2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76년 처음 한국에 '토스카'를 공연하러 왔고, 이후 여러 번 내한했다. 매번 한국 관객들의 열정과 성원에 감탄하고 있다"며 2년여 만의 내한 소감을 밝혔다.

    카레라스는 오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과 함께한 인생'이라는 테마로 지휘자 데이비드 히메네스,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오페라 아리아부터 카탈루니아 민요, 뮤지컬 넘버까지 47년간 그를 있게 한 명곡들을 들려준다.

    그는 "뻔한 말이지만 데뷔 때 가졌던 마음가짐과 지금 변함이 없다. 항상 제가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공연 때마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새로운 노래들을 추가하려고 한다. 저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곡의 다양한 스타일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이어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했던 곡 등 프로그램에 담긴 모든 곡들이 역사적으로 다 중요하다. 특히,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를 스페인어로 노래한다. 노르웨이 곡이지만 모국어로 노래하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 깊이가 있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 1946년 스페인 카탈루니아에서 태어난 호세 카레라스는 1970년 24살의 나이에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에게 발탁돼 데뷔했으며, 이듬해 베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데뷔 4년 만에 24개 오페라의 주연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1997년 생존 확률 10%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찾아오면서 위기를 겪었으나 1년의 힘든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1990년 이탈리아 로마월드컵 전야제에서 '쓰리 테너'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세 사람의 실황음반은 1200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를 지칭하는 '쓰리 테너' 콘서트는 15년간 전 세계 무대에서 30번이나 이어졌다. 

    "완치된 뒤 고향 바르셀로나 무대에 다시 섰을 때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고 전한 카레라스는 "은퇴를 한다고 해서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 재단'의 자선콘서트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카레라스는 2014년 11월 세종문회회관에서 이틀간 예정된 공연 중 두 번째 공연을 급성 후두염으로 돌연 취소한 바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유감이다. 최근 20년 동안 공연을 취소한 것은 3~4번이다. 서울에서 다시 공연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호세 카레라스의 마지막 월드 투어는 서울 공연 이후 독일, 오스트리아, 터키에서 계속되며, 5~6월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투어는 2년~3년 정도 걸릴 것 같다. 최근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그가 이렇게 말하더라. '신께서 내게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남겨주시는 한 계속 노래하겠다'고. 그 대답이 참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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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