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사퇴하라" 행사 전 일부 참가자와 경찰 간 작은 충돌…불상사는 없어
  • ▲ 1일 서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일 서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17년 제98주년 3.1절, 서울 광화문과 종로, 서대문 일대가 태극기로 가득 메워졌다. 태극기를 든 수많은 시민들은 “태극기여 영원하라”를 외치며 98년 전 태극기 만세 운동의 감격에 젖었다.

    종로부터 동대문,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소문 일대까지를 태극기가 가득 메운 이날 오후 2시, ‘3.1절 태극기 국민운동 준비위원회’는 서울 외교부 청사 앞 세종로 소공원에서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대회 주최 측인 이희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집회에 앞서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많은 분들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 ▲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 행사 진행 중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간 한 시민이 경찰에 의해 끌려내려가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 행사 진행 중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간 한 시민이 경찰에 의해 끌려내려가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행사는 ▲3.1절 노래 ▲대회선언문 대회사 ▲호소문 ▲주제발언 ▲헌법재판관에게 보내는 메시지 ▲만세삼창 ▲시가행진 순으로 이뤄졌다.

    대회선언문 대회사는 엄신영 목사가 맡았다. 엄신영 목사는 “우리는 기미독립선언 100년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재정립하기 위한 제2의 3.1만세운동,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를 선언한다”면서 “1919년 3.1운동은 대한민국의 염원이었다. 이 때 비로소 백성이 국민이 됐고, 이것이 민족의 각성과 분발의 이정표가 돼 애국가의 가사대로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됐다”고 주장했다.

    엄신영 목사는 “(이렇게) 지켜지고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분열과 타락에 빠지고 흔들리고 있느냐”고 지적한 뒤 “국가가 제대로 성립하려면 대외적으로는 자주권이 확립되고 대내적으로는 통치권이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신영 목사는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분열하면서 악용당하는 상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분열과 흠들이 국가를 대처할 수준에 이른 현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온 지광응천 스님은 “특검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과 대학 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관철했다”면서 “이는 용의자 무죄추정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광응천 스님은 “세계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볼 것”이라면서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는 가까이 왔으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광응천 스님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할 대기업이 휴면 상태”라면서 “군중을 등에 업은 세력이 사법부를 능멸하는 사태를 저지르는데 이를 제지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이에 편승해 '대선 놀음'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비판했다.

    지광응천 스님은 “언론노조가 언론계를 호도하고 촛불 민심을 국민의 뜻이라고 몰고 있다”며 “북한 추종 세력에 의해 조종받는 세력이 국가 정통성을 흔들고 대한민국 존립의 기강을 흔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 ▲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 행사가 진행 중인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 행사가 진행 중인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형구 신부는 이어 대회사를 낭독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북한 위협에 대처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체제, 국가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모든 국가 전력은 여기에 근거를 두며, 여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여형구 신부는 “한·미 동맹을 흔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명운을 좌우한다”면서 “지금은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체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여형구 신부는 “3.1만세 운동은 전 민족이 하나가 됐기에 가능했다”면서 “이제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으로 총궐기해야할 때, 남녀노소 없이 태극기를 들고 국민의 결집된 의지로 (대한민국 체제를 흔드는 움직임에) 맞서 나가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이하 애총)’ 상임의장도 대회사를 통해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주주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애총 상임의장은 “98년 전 오늘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민국 만세’ 소리가 울려퍼진 날”이라면서 “지금 우리 보수세력은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상임의장은 현재 국론 분열의 원인으로 국회를 지목했다. 그는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 여소야대가 되면서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로 진출했다”면서 “현재 야당이 국회를 장악했는데 여기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애총 상임의장은 “우리가 6.25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고 북진한 것처럼 오늘을 기점으로 현재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상임의장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확고한 안보를 유지하는 그런 정권을 반드시 세워야 할 것”이라면서 “여당이 갈라서는 바람에 야당이 세를 떨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이기백 前국방장관.ⓒ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기백 前국방장관.ⓒ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983년 10월 아웅산 테러의 생존자인 이기백 前국방장관은 ‘호소문’을 통해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기백 前국방장관은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안보 위협에 처해있다”면서 “북괴는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백 前국방장관은 “북괴는 이복형마저 ‘VX가스’로 살해하는 집단”이라면서 “우리는 이처럼 막장에 다다른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백 前국방장관은 “모든 국민이 합심해 북괴에 대응하는 완벽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애국시민 여러분께 안보를 위해 노력해 주시고 또한 나라를 지키는데 보호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덧붙였다.

    집회에 참석한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도 참가자들에게 애국심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민족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며 “오늘날 전쟁의 포성은 잠시 멈춘 듯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재 총재는 “북한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의 핵실험을 했으며, 또 핵탄두를 지구 어디에든지 날릴 수 있는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핵무기는 한반도 유사시 국제사회의 개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에게 안보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재 총재는 “지금 대한민국은 강대국 정치의 냉엄한 현실 속에 처해있다”면서 “지금은 전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재 총재는 “그러나 현재 우리 내부 상황은 우려스럽다.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과 분열이 너무 많다”면서 “촛불, 태극기로 양분된 작금의 사회는 해방 직후 극심한 좌우대립의 혼란과 데자뷰 같다”고 우려했다.

    김경재 총재는 “우리가 남북으로 나뉘어진 것도 참담하다”면서 “우리는 통합과 단결을 이뤄내는 DNA가 없는 민족인가, 끝없는 자괴감을 주체할 수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 ▲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홍문종 의원은 “태극기는 어떠한 걸림돌도 돌파해 나갈 것”이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홍문종 의원은 “201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나라를 뒤흔들고 앞장서 나갈 것”이라면서 “애국 시민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바로 잡고 (바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촛불시위에 참석한 문재인 前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듯 “대한민국 역사는 태극기를 든 우리를 기억할 것”이라면서 “인공기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나라를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발언 기회를 가졌다. 그는 “특검이 짐을 싸서 집으로 갔다”면서 “(야권에서는) 지금 정권이 (자기네한테) 다 넘어간줄 안다. 우리가 정권을 넘겨줬냐.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고무시켰다.

    김진태 의원은 “무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니”라고 반문하면서 “웃기지 말라”고 코웃음 쳤다.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참가자들에게 들어보이며 “나는 이걸 애지중지 하고 다닌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청렴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어 연사로 나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우리가 태극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안 되겠다'는 세력들이 있는데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이 맞냐”고 지적한 뒤 “그들이 이제는 태극기에다가 노란 리본을 새겨 넣겠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 태극기가 맞느냐”며 촛불집회 주도세력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변희재 대표는 “우리 국기에다가 이상한 문양을 그려넣고 다니면 반란세력으로 채포해야 한다”면서 “태극기에 노란 리본 꽂은 사람들을 다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희재 대표는 “우리가 내전을 시작한게 아니다. 촛불 시위를 주도하는 저 세력들이 거짓 선동을 하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아 반격을 시작한 것”이라며 태극기 집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연사로는 고등학생인 이진영 군이 나섰다. 이진영 군은 “촛불집회에서 제가 마주했던 것은 국가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들의 함성이었다”면서 “그들은 집회의 주제만 계속 바꾸고 있고, 주제가 나오면 자기들 입맛대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사들의 말이 끝난 뒤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사직터널-독립문-서대문-민노총- 광화문을 도는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에 참석한  50대 이 모 씨는 “남양주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왔다. 여태껏 TV로만 봐왔다”면서 “한 번 쯤은 작은 힘을 보태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겠다는 생각과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야 겠다는 의무감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진 참석자 60대 조 모 씨는 “탄핵에 반대하기 위해서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행진은 감동적이다. 대한민국이 살아있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행사 시작 전 경찰의 '과잉차벽'으로 인해 경찰 측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한차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 참가자 일부는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1절 태극기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 집회 진행 장소 바로 앞에서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한다며 2중으로 버스 차벽을 세웠다.

    이에 행사 주최 측 인사인 이희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촛불집회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2중 차벽을 치는 것은 너무하다”면서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다. 경찰은 차벽을 1개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이희범 사무총장은 “경찰 지도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경찰청장은 사퇴하라”고 경찰 측의 '과잉차벽'을 비판했다.

    또한 오후 4시부터는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태극기 집회 측과 촛불집회 측이 서로 엠프 소리를 키우며 신경전을 벌였다. 다행히 시가행진까지 마무리된 오후 5시까지 태극기-촛불시위 간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