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떴다. 지만이가 잔뜩 근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려 하자, 대번에 괜찮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야구 방망이로 얻어맞은 왼쪽 어깨가 너무 쑤시고 아팠다. 붓기도 많이 부었겠지만, 뼈까지 상한 게 아닌가 싶었다. 발길질 당한 허리와 등짝도 결리긴 하였지만, 어깨만큼 쑤시고 아프지는 않았다.

    나는 지만이의 부축을 받고서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성규는 한 두 세 걸음 떨어진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성규의 실루엣이 마치 환영처럼 붙박여 있었고, 빨간 담뱃불만이 무슨 도깨비불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서너 걸음 더 떨어져서 본다면 성규의 실루엣은 사라지고 빨간 댐뱃불만이 남아 진짜 도깨비불처럼 착각될 게 분명했다.

    나는 지만이에게 너는 어떠냐고 괜찮으냐고 물었다. 지만이는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괜찮다고 말하는 지만이의 볼과 눈두덩은 퍼렇게 멍들어 보기 흉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이렇게 선명한데 내일 아침이면 지만이의 얼굴은 온통 멍에 점령당해 더욱 붓고 더욱 흉하게 변해 있을 게 틀림없었다.

    아마도 나의 얼굴도 지만이에 못지 않게 보기 흉하게 부어올라 있을 거였다. 아니, 나의 얼굴은 지만이의 얼굴 같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얼굴에는 별반 아픔을 못 느꼈고, 별 타격을 받지 않았던 듯 싶었으니까.

    대신 나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서 있기조차 힘이 든다는 게 당장의 상태였다. 지만이는 그 정도는 아닌 듯 싶었다. 성규도 그런 듯 했다. 두 세 걸음 떨어져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성규의 모습은 그닥 힘겨워보이지 않았다. 성규가 내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급히 담뱃불을 끄고 나와 지만이의 곁으로 왔다. 성규의 얼굴은 지만이와는 달리 말짱했는데, 나처럼 얼굴에는 별 타격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성규가 내게 물었다.

    "당숙, 괜찮아요?" 나는 지만이에게 했던 대답, 역시나 괜찮다는 대답을 성규에게 했다. 그리고는 성규에게 되물었다.

    "너는, 괜찮니?"
    "몸은 괜찮은데, 기분이 좃 같아요. 이런 꼴을 당하다니...."

    기분이 좃 같다는 성규의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이었다. 몸도 만신창이가 되긴 하였지만, 기분은 훨씬 더 크게 다친 게 사실이었다. 기분이 크게 다치고 멍든 것에 비하면, 실상 몸이 만신창이가 된 건 별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긴, 몸이 이렇게 쑤시고 아픈 건 더 크게 다치고 멍든 기분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 자식 싸이코 같더라. 싸이코는 힘도 세지.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곧잘 괴력을 내는 거니까. 똥 밟은 거라고 생각하고 털어버려야지."
    "어디 쉽사리 그럴 수가 있겠어요. 이런 일이 흔한 일도 아니고...."
    "게다가 당숙 차도 끌고 가버린 것 같은데요."

    알고 있었다. 정신을 잃어가면서 나는 누군가가 내 차를 끌고 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차를 끌고 간다면, 그 누군가는 당연히 케이사모, 그 싸이코 자식일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확인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내 차가 사라진 걸 성규의 입을 통해 듣고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의 상실감은, 알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지도 경감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상실감은 더 커질 뿐이었다.

    그게 어떤 차인데. 그 차는 내 분신과도 같은 차였다. 내 분신을 가져가버렸으니 나는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분신을 잃어버린 나는 상실감에 사로잡히고 허탈해지고, 정신이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차, 내 분신을 가지고 간 그 싸이코 자식에게 속으로 저주에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그 저주를 입 밖으로 내어뱉지는 않았다. 사람이란 상실감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말수가 적어지고 침묵하는 경향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당숙. 나 때문에 차도 잃고."
    "너도 차를 잃었잖니."
    "제 차는 잃어도 상관없는 차예요. 하지만 당숙 차는 다르잖아요."
    "괜찮아. 사람을 찾다 보면 뭐 이런 일도 생기고 하는 거지. 사람을 찾는다는 게 좀 힘든 일이겠냐. 세상에 사람을 찾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은 없는 거야."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내 솔직한 심정은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 차를 지금 당장,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규에게 내 차를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 차를 가져간 건 어떤 황당한 싸이코 자식이었지 성규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어둡고 미로같은 막다른 골목길을 빠져나와, 인근 지구대를 찾아갔다. 우리가 싸이코에게 당한 사연을 대강 얘기하고, 차 도난신고를 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정릉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그 때의 시각이 대강 새벽 두 시쯤이었다.

    차 도난 신고를 하였지만, 사실 나는 내 차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녀석은 이런 일을 한 두 번 하는 게 아닌 것 같았고, 도난 차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훤히 꿰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녀석은 자동차 장물애비에게 내 차를 헐 값에 넘길 테고, 내 차를 입수한 장물애비는 번호판을 바꾸고 도색도 다시 하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 아니면 녀석이 온 몽골 같은 데에다 팔아넘길 게 뻔했다. 그러니까 내 차는 중고차를 필요로 하는 해외의 어딘가로 팔려나가고, 나는 다시는 내 분신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동안 우리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고시원에서, 성규는 묵고 있는 모텔에서. 지만이는 그의 원룸에서. 몸조리를 하느라 그랬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절망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일이 가능하냐 하는 것이었다.

    지만이와 성규가 나보다는 상태가 낫기는 했다. 매일 점심식사 후에 나에게 들렀다 가고는 했다. 지만이와 성규는 나만큼 다친 것 같지는 않았고, 또 나만큼 절망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매일처럼 나를 찾아오는 번거로운 수고를 하지 않았을 터였다.

    지만이와 성규가 왔다가면은, 몸져 누운 상태에서 꼭 이런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이젠 찾아야 할 게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라는 것이었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와 잃어버린 나의 차였다.

    물론 나는 나의 차를 체념하고 있었다. 되찾을 수 없다고, 되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렇게 밖에는 결론내지리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결론내리고 나면, 아주 참담하고 절망스러웠다. 내 차를 끌고 간 케이사모라는 그 몽골 녀석이 더할나위없이 미워지고, 또 미워지고, 미워지다 못해 급기야는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내 자신마저 어처구니없게 느껴지고는 했다.

    내 잃어버린, 도난당한 차를 되찾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나를 현실적이 되게 했다. 나의 도난당한 차를 되찾을 수 없는 것처럼,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도난당한 차를 되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도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그랬던 거였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는 애초부터 찾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불가능한 일을 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우리가 너무 성급하고 생각이 짧았던 것이었다.

    우리는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고, 그 반대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은 커녕 머릿 속에 떠올리지조차 않았다. 그게 현실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동안 우리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운이 좋아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게 될 수도 있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게 된다 하더라도, 그게 다가 아니었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가 다시 성규에게로 돌아올 거냐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다시 성규에게로 돌아올 여자 같았으면, 그녀는 처음부터 성규의 곁을 떠나 야반도주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부부 사이란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이미 떠나버린 마음이었든 아니면 애초부터 정략이었고 떠난 마음 뿐이었든, 마음이 떠난 아내를 되찾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몽골 아내라고 해서 예외일 리 없었다.

    지만이와 성규가 점심나절 왔다 가면, 나는 어김없이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지만이와 성규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섣불리 그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지만이한테야 상관 없었지만, 성규가 걸림돌이었다. 네 도망간 아내를 찾는 일은 내 차를 찾는 일처럼 불가능한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므로 더 이상 헛수고 말고 찾지 말자고 하면, 성규는 크게 충격을 받고 상심하여 어떻게 나올지 심히 우려되는 일이었다. 그 우려 때문에 나는 선뜻 말을 꺼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말을 꺼내긴 꺼내야 할 일이었다. 언제까지나 덮어둘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불가능한 걸 도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고, 어리석은 짓을 일삼으면 어리석은 일만 생겨날 일이었다. 내 차를 도난당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 말이다. 나는 더는 내 차를 도난당하고 싶지 않았고, 도난당할 수 없었다.

    어깨의 통증이 좀 가라앉고 몸을 움직이는 데 별 지장이 없게 되었을 때, 드디어 나는 입을 열기로 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점심식사를 마친 지만이와 성규가 찾아왔는데, 나는 지만이와 성규를 데리고 고시원 인근 치킨집으로 갔다. 맨 정신에서보다 술기운에 더 잘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그리 한 것이었다.

    소주와 후라이드 치킨을 시키고 먼저 나온 소주를 안주없이 먼저 한 잔씩 들이켰을 때, 내가 안주삼아 입을 열었다.

    "성규야, 이제 네 아내를 찾는 일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너도 생각이 있으니까 알 거라고 본다. 네 도망간 아내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내 도난당한 차를 찾는 게 불가능한 일처럼 말이야."

    나의 말에 성규가 크게 충격 받았다는 건 찬찬히 성규를 살필 필요도 없이 얼핏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성규의 낯빛이 어두워져가고, 성규의 실루엣이 심하게 흔들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설령 운이 좋아 요행히 네 도망간 아내를 찾는다 해도 그게 다가 아니야. 그 여자가 다시 네게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야. 네가 싫다고 야반도주한 여자가 네가 찾는다고 감동해 새삼스럽게 너에게 돌아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십중팔구는 얼빵한 생각이 아니겠니. 누구한테나 물어봐 봐. 그런 일은 안 일어난다고 보는 게 현명하다고 할 테니까 말이야."

    "?....."

    성규는 나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말이 없었다.

    성규가 말이 없는 건, 내 말이 틀리지가 않아서일 거였다. 성규도 내 말이 맞다는 걸, 그러니까 그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거였다. 다만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고 수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걸 거였다. 성규가 그걸 알면서도 인정않고 수긍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걸 인정하고 수긍할 때에 들이닥칠 상실감과 절망감을 저어하기 때문이었을 거였다.

    말이 없는 성규가 나는 답답했고, 그래서 지만이에게 대답을 요청했다.

    "지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넌 성규의 도망간 아내를 찾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글쎄요. 제 생각에는...."

    지만이가 잠시 말을 끊었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인 듯 했다.
    "제 생각에는 중요한 건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게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물론 현실적으로 그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성규가 도망간 자기 아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느냐 안 하느냐 하는 거라고 생각이 돼요. 성규가 여전히 도망간 자기 아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있다면...."

    지만이는 또 한 번 말을 끊었다. 이번에는 쉽사리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내 보기에 성규는 여전히 그 여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 같아요."
    "그야 그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겠지. 하지만 사람이 사랑만 가지고 사는 건 아니잖아. 불가능한 사랑이라면 깨끗이 포기할 줄도 아는 게 현명한 거 아니겠어."
    "하지만, 당숙. 희망을 가져보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요. 그 일이 비록 불가능하고 헛 돼 보인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지만이의 얘기에도 일리가 있었다. 인생살이에서 희망을 갖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헛된 희망은,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나쁜 일이었다. 어쩌면 절망보다 더 나쁜 일이었다. 흔히 절망이 사람을 상해케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실제 사람을 상해하고 죽이는 것은 절망이 아니고 헛된 희망이었다. 헛된 희망의 끝이 사람을 그렇게 내어모는 것이었다.

    지만이의 나이 또래에서 할 만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내 연배의 사람들이 할 주장은 아니었다. 지만이의 연배까지에는 나도 그랬다. 희망과 헛된 희망을 구별할 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만이가 내 연배가 되면 그도 희망과 헛된 희망을 구별할 줄 알게 되고, 지금 그가 나에게 한 말을 잊지 않았다면 철회하거나 후회할 테고, 잊었다면 잊은대로 떠올릴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었다.

     "당숙."

    성규였다. 잠잠하던 성규가 무슨 말을 할 필요를 느꼈는지 갑자기 나를 불렀다. 나를 부르는 성규의 목소리가 침울했다. 그 침울함 때문에 나는 갑작스런 성규의 부름에, 조금 뜨끔했다.

    "당숙의 도난당한 차는 내가 변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난당한 차와 똑같은 차를 사드리겠습니다. 결국 나 때문에 차를 도난당한 거니까요."
    "?...."

    성규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성규의 엉뚱한 소리에 나는 한 순간 당황했고, 급기야는 몹시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차를 사 내라고 했어.'
    "당숙한테 너무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차까지 도난당하시고요. 요행히 차를 찾게 되면 다행이지만, 차를 못 찾게 될 경우 내가 당숙 차를 변상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에요. 당숙 뿐만아니라 지만이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예요. 나 때문에 피해를 봐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지금도 사실 나로 인해 많은 물적 시간적 희생을 하고 있는 데 말이에요."
    "?......"

    성규는 내가 그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그만 찾자고 하는 게 내 차를 도난당해서 그래서 화가 나서 그러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성규의 오해였다. 내가 그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그만 찾자 하는 것은, 그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일 뿐이었다. 불가능한 일이니 불가능한 일은 해도 도로이니,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물론 이 일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 나의 도난당한 차가 큰 영감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영감일 뿐이었고, 그 일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다. 원래 가능한 일인데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든가, 원래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가능하게 만들었다든가 하는 데에 관여된 바는 하등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