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국민은 남북이 평화롭게 지낸다면 굳이 통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과 그래도 통일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확히 반반씩 갈리는 것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고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윤영관)이 20일 밝혔다.
    연구원은 '통일과 북한이주민에 대한 남한 주민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남북한이 서로 평화롭게 지낼 수만 있다면 굳이 통일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문항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를 0점, '완전 동의한다'를 10점으로 놓고 봤을 때 평균 응답 점수가 5.54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0점에서 10점까지의 11개 선택지의 중앙값 5.5와 거의 일치해 통일에 적극적이지도, 소극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태도를 의미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 조사는 지난 6월5일 전국 19-59세 남녀 1078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실시됐으며 95% 신뢰수준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전우택 연세의대 교수는 "이 결과는 향후 통일에 대한 국민의 태도나 의견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가 앞으로 더 통일 지향적이거나 더 통일 거부적으로 변화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각 문항에 대한 응답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문항에 긍정적인 반응을 의미하도록 설계된 이번 조사에서 '굳이 통일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은 여성(5.95)이 남성(5.15)보다 높게 나와 통일에 더 소극적으로 나타났다.
    '통일되면 더 좋은 나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는 20대(6.18)와 50대(6.31)가 다른 연령대(30대 6.88, 40대 6.59)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의적이었다.
    특히 20대는 탈북자에 대한 관심도 가장 낮게(3.90) 보이는 등 설문 전반에 걸쳐 `탈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가운데 "통일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으나 통일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개인적으로 경제적 손해가 되지 않는 이상 굳이 반대하지도 않겠다"는 의식을 보여준다고 전 교수는 말했다.
    지역별로, 통일되면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통일 인식'이 가장 긍정적인 곳은 대전/충청(7.18)과 대구/경북(6.89) 지역이었다.
    이에 비해 `통일 행동' 측면에서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인 곳은 광주/전라/제주 지역으로 나타났다.
    즉, 통일을 위해 수입의 30%를 낼 용의(4.48), 탈북자들을 위한 자원봉사 참가 의지(5.55), 미혼일 경우 탈북자와의 결혼 고려 (5.46) 등 항목에서 이들 지역이 가장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통일을 위해 수입의 30%를 낼 용의에 대한 응답의 전국 평균 점수는 3.87이었다.
    정치성향과 관련, '굳이 통일되지 않아도 된다'는 항목에서 보수층(5.99)이 진보층(5.12)보다 높아 진보층이 인식면에선 좀더 통일지향적이었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 수입의 30%를 세금으로 낼 용의, 북한 이주민들을 위한 자원봉사 참가 의지 등의 문항에선 진보층(4.03)과 보수층(3.77)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 탈북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남한사회에 훨씬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의식의 전환이 여성에 비해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여성들에게는 남한 사회의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한 데 비해 남성들에게는 남한 사회에 대한 이해 등의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전우택 교수는 제언했다.
    전 교수는 탈북자에 대한 교육과 지원에서 "북한 이주민들이 (동질적인) 단일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별, 연령별 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대 탈북자에 대해선 남한 사회에서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도움과 지원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30-40대에 대해선 이들의 삶에 대한 긍정과 자존심을 갖출 수 있는 격려를, 50대 이상에 대해선 남한 사회와 언어,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