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과 여성정책 토론회 참여했지만, '표정관리'에 급급
  • 안희정 충남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 안희정 충남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우클릭' 행보로 지지율 상승세를 맞이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페미니즘계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안희정 지사는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여성정치연맹 초청 '2017년 대통령 후보 유력주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의당의 대선후보 심상정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안희정 지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상당했다. 안 지사가 모습을 보이자 곳곳에서 카메라 플레쉬가 터진 것. 이른바 '매직넘버(지지율 20%)를 달성한 안 지사의 현재 분위기가 현장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를 향한 청중의 시선은 오래가지 못했다. 안 지사는 페미니즘(여성인권)계가 다수 참석한 토론회에서 '여성정책'이 아닌,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청중의 집중력을 흐렸다.

    마이크를 잡은 안희정 지사는 "새롭게 단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만들기 위해 (당 경선에) 도전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의회는 좀 더 높은 수준의 협치를 이뤄야 한다. 전 이 협치를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아니면 과반 넘기는 소수파 연합이든, 높은 수준의 협치를 만들겠다. 이것이 제 약속"이라고 밝혔다.

    안희정 지사는 현장 분위기를 인식한 듯,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7년 동안 충청남도 지방정부를 이끌면서 양성평등 기본법에 따라 도의 조례와 정책, 예산을 성인지 젠더 관점에서 재구조화 시켰다. 제가 이끄는 차기 정부는 국가 입법 활동과 예산이 젠더와 성인지 기준에서 재정립시키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지사의 뒤늦은 페미니즘 구애는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다. 섬세한 페미니즘 정책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대방은 안 지사가 언급한 '성인지 예산제도'의 대표발의자인 심상정 대표다. 

    안희정 지사의 안색을 어둡게 하는 심상정 대표의 발언도 이어졌다. 심 대표는 "제 첫 대선공약은 수퍼우먼방지법"이라며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심 대표가 언급한 수퍼우먼방지법은 현행 90일인 출산휴가를 120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배우자(남편) 출산휴가도 30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런 (수퍼우먼방지법 등) 세심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저 심상정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 여성의 권리는 획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대표의 발언과 손짓에 청중에 시선은 움직였고, 안 지사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민주당 경선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안희정 지사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한편 페미니즘계 앞에서 작아진 안희정 지사 모습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명암을 달리한다. 그래선지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정치적 이념이 어느 정도 거리감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야권 안팎의 전반적인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