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5·18 폄훼발언 놓고 호남서도 입장 엇갈려황주홍 "당원자격 심사인지, 공직후보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확 낮추겠다'는 국민의당 문턱은 누구에게나 공정했을까.

    국민의당이 22일 한 달 넘게 끌어온 장성민 전 의원(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의 입당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의혹도 아닌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논란이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고위 결과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을 불허키로 결정했다"라며 "방송통신심의위 심의내용을 토대로 논란이 된 5.18 폄훼 발언을 장성민 전 의원이 직접 작성하였고 본인 의사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 조직국이 문제로 지목한 부분은 장성민 전 의원이 진행했던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중 "북한의 특수 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조직국은 이에 "광주정신의 계승자인 국민의당으로서는 장 전 의원의 대선출마를 위한 입당이 5·18 주요 단체들의 반발과 호남 민심의 이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당규에 따라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 허용 여부 결정을 최고위원회에 위임했고 최고위는 이날 입당 불허를 결정한 것이다.

    다만 발언 전체를 보면 입당조차 거부할 정도인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당시 장성민 전 의원은 프로그램 마무리 발언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의지가 군부 정권에 의해서 때로는 빨갱이 때로는 폭도 때로는 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할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역사는 반드시 이 부분과 관련된 진실을 밝혀야 하고, 그 진실은 객관적이고 입증할 수 있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락에 따라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장성민 전 의원의 발언을 놓고 5·18 유관단체들도 다른 입장을 내놨다. 

  • ▲ 장성민 전 의원이 지난1월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장성민 전 의원이 지난1월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20일 국민의당 지도부가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후식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장성민 전 의원이) 마무리에서 얼마만큼 북한군이 깊이 개입했는지 진상을 조사해야한다고 했다"라며 "그런 사람이 민주정당이라고 표명하는 국민의당에 입당해서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또 다른 유관단체인 5·18 항쟁 구속자 동지회 등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5·18 폄훼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서울시당에 제출한 바 있다. 박남선 회장 등은 "광주 5·18에 대한 장성민 전 의원의 생각과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에 추호의 의구심이 없다"며 지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황주홍 최고위원을 비롯해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원로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호남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 셈이다.

    논란이 길어지자 박지원 대표는 "우리 당은 당헌·당규에 의거해서 공직에 출마하려고 하는 사람은 입당자격심사위원회가 있다"면서 "5.18 발언 때문에 지금 보류를 하고 당에서 조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국민의당 당규 당원규정 제11조에 따르면, 입당은 접수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처리하고 7일 이내 통지해야 한다. 기한 내 가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입당원서를 제출한 때에 입당이 허가된 것으로 본다.

    당규상 입당이 허가됐고, 의혹만 갖고 입당을 보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굳이 입당을 거절한 이유는 왜일까.

  • ▲ 지난 17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입당식에 참석한 손학규 전 대표에게 당 점퍼를 손수 입혀주고 있다. ⓒ국회 공동취재단
    ▲ 지난 17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입당식에 참석한 손학규 전 대표에게 당 점퍼를 손수 입혀주고 있다. ⓒ국회 공동취재단

    지난해 총선 리베이트 의혹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기억에 추후 논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민·박선숙 의원 등 관련자 전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의 '새정치'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것"이라고 규정했던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성민 전 의원의 발언이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경선 과정에서 거르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입당에는 박지원 대표가 설 연휴마저 반납하며 발 벗고 나서는 등 지도부가 적극적이었던 반면 장성민 전 의원에게만 엄중한 당헌·당규를 대입한 것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대표 통합선언 이후 열흘 만인 지난 17일 세력 간의 통합을 이뤄냈다. 당명변경을 놓고 잠시 의견차이도 있었지만 큰 차질없이 손학규 전 대표와 이찬열 의원, 박우섭 인천동구청장의 입당을 허가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그가 이끌었던 국민주권개혁회의의 입당은 신속하게,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은 한달 넘게 지지부진하더니 결국 불허하면서 이중잣대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황주홍 최고위원도 입당 불허 결정 직전 회의에서 "이렇다 할 명분과 근거도 없이 차일피일 지연시키고 있다"며 "당원자격 심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공직후보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장성민 전 의원을 아예 정치적 미아로 만들어놓고 말겠다는 어떤 책무가 있는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국민의당의 이 현실과 수준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이후 입당 불허 결정이 나자 장성민 전 의원은 입장자료를 통해 "안철수 의원은 경선을 두려워해서 당의 문을 닫았고 박지원 대표는 대선 중반에 국민의당과 호남정치 그리고 안철수 후보를 동시에 친노에 팔아넘겨 자신의 정치장사를 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나의 입당을 막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