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거점 '세월호 천막', 평소 모습은?… 태극기 '숨은 그림 찾기'
  • 태극기가 애국·보수 진영의 상질물이 되는 것이 싫다며,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배포했던 촛불집회 측의 '태극기 찾아오기 운동'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세월호 천막이 설치돼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나부끼는 '박근혜 체포단'이라는 문구가 담긴 깃발.  ⓒ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 세월호 천막이 설치돼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나부끼는 '박근혜 체포단'이라는 문구가 담긴 깃발. ⓒ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제15차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태극기가 애국·보수 진영이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의 상징물이 돼 가고 있는 현실에 반발해, 태극기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리본을 달아 배포한 것.

    노혜경 시인은 제15차 촛불집회 하루 전날인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버이연합들이 태극기를 더럽힌 것 같아 속상하시죠? 속상해하지 마시고 그냥 되찾아요. 딱 한 번만 광화문 촛불광장이 태극기로 뒤덮여도 저 음습한 무리들의 태극기모독은 힘을 못씁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5차 촛불집회에 이어 지난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에도 노란 리본 태극기가 등장함에 따라 일부 매체는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태극기가 (특정)집회의 전유물로 고착화 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해 태극기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 세월호 천막 근처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태극기.  ⓒ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 세월호 천막 근처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태극기. ⓒ 뉴데일리 강유화 기자



    그러나 실상은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틀 뒤 '노란리본 태극기'를 배포했던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방문했지만, 문제의 노란 리본 태극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광화문 광장에 보이는 것이라곤 '박근혜 체포단' '세월호를 하루빨리 인양하라' 같은 구호가 담긴 깃발 뿐이었다.

    다만 세월호 천막 주변에 태극기가 달린 입간판 하나가 나뒹구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연세대학교 학생이던 이한열씨가 유월항쟁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그림 위에 태극기 일러스트가 붙어 있는 입간판이었다.

    노혜경 시인의 말에 따르면 태극기에 리본을 매다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집회 현장에서 일일이 완성품을 건네주기가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란 리본 태극기 제작에 앞장섰던 노혜경 시인은 21일 페이스북에 '25일 집회 태극기리본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월호 천막에서 노란 리본 태극기를 나눠주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속내를 밝혔다.

    이에 노 시인은 "대단히 아쉽지만, 각 단체나 개인들께서 각자 태극기를 마련하셔서 리본만 노란리본공작소에서 받아서 직접 다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 노혜경 시인은 21일 페이스북에 더이상 세월호 천막에서 '노란 리본 태극기'를 배포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 노혜경 시인 페이스북 캡처
    ▲ 노혜경 시인은 21일 페이스북에 더이상 세월호 천막에서 '노란 리본 태극기'를 배포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 노혜경 시인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