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언론이 특권·권력기관화, 막강한 영향력 행사하고도 책임의식 없어"
  •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그는 이 달 들어 세번째 탄핵 반대 토론회를 열면서 탄핵 반대에 힘을 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 그는 이 달 들어 세번째 탄핵 반대 토론회를 열면서 탄핵 반대에 힘을 싣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대통령 탄핵 국면 내내 지적 받아온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일 오전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대통령 '탄핵사태와 언론의 역할'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사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나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조 대표는 "현재의 한국 언론은 특권화됐다는 점"이라면서 "이미 정치권력화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도 책임의식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상황에 따라 규제받은 적은 있어도 언론을 탄압한 적은 없다"면서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정을 펼 때에도 그가 남로당에 연루돼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감형됐다는 기사가 호외로 나오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우리 나라와 가장 안보환경이 비슷한 이스라엘은 군부대에 언론 검열단이 있어서 신무기 배치, 군 사고, 작전에 대한 것은 일체 보도하지 못하게 한다"면서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언론 탄압국으로 보는 견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우리는 건국 한 다음에도 언론 의식이 강해, 이승만 대통령이 보장했다"면서 "심지어 6.25 전쟁통에도 군인이 학살했다느니 하는 정부와 군인에 대한 비판이 엄청나게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것이 세 번을 잘리고 네 번을 복직하는 등 유신시대에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느꼈던 솔직한 고백"이라면서 "이제는 권력기관이 돼 반론을 제기해도 보도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조갑제 대표에 따르면, 이같은 언론 환경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겪었던 한국 언론의 독특한 경험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과 동아로 대표되는 두 언론이 당시 엘리트를 모아서 일본에 반대하고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 기사를 꾸준히 생산했는데, 이 '저항 기관'의 역할이 한국 언론의 전통처럼 후대에 계승되면서 변질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순실 사태에 이르러서는 K스포츠 재단의 정동춘 이사장이 '마사지 업소 주인'이라고 보도되고 이에 대한 정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동춘 이사장은 당초 언론의 최초 보도에서는 '최순실의 마사지센터장'으로 소개됐지만,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해 석사와 박사학위는 물론 객원교수를 지냈고 스포츠 단체의 단체장으로 일한 적이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조선일보〉가 우병우 장모의 땅을 넥슨이 사주었다는 제목의 단정적 기사 역시 보도 후 우병우에 대한 입증을 위해 조선일보가 면밀하게 취재했음에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촛불시위 소등에 미 대사관이 동참했다는 기사 ▲촛불시위 참석자 수를 부풀리는 기사 ▲차은택이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밀회했다는 기사 ▲ 최순실을 모시는 '팔선녀'가 있다는 기사 ▲ 사드 배치와 역사 교과서를 최순실이 했다는 기사 등을 오보 사례로 꼬집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주로 그간 언론 보도에 대한 성토와 함께 언론 구조 변화의 방법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외신에 우호적인 사람을 통해 한국의 실상을 알리자는 주장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이같은 질문을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권을 10년이나 잡는 동안 이념전쟁에 무심하다가 이제 와 불리한 지경에 처하니 불만만 토로한다는 지적이다.

    현장에 있던 조갑제 대표 역시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이념 무장이 안 돼 내가 옳다는 확신이 없는 사람들의 행동이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잘한 일을 가지고도 밖에서 잘못했다 하면 죄 지은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여권은 탄핵 정국에서 손을 놓은 듯 무력했다.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자체 조사나 국회 내 토론 한 번이 없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속절없이 야당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와 기자들이 보도를 잘못했다고 성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은 늘 국정의 주요 파트너이자 애증의 관계인데 자유한국당이 언론과 소통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자가 국민이라면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당이고, 유통하는 사람이 기자인데, 왜 안 팔아주냐고 윽박질러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도 저도 아니고 피해 다니기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면서 "자유한국당에도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행사에는 행사를 주최한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강석진·김석기·김승희·김정재·박대출·박찬우·성일종·윤영석·이만희·이완영·이우현·전희경 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김태원 전 의원이 함께했고, 그 밖에 원외위원장 50여 명도 자리를 지켰다.

    한편, 윤 의원의 태극기 집회 관련 토론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9일에는 헌정 기념관에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개최했고, 지난 1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핵심쟁점'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