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감수하며 태극기 집회 참석으로 보수의 아이콘으로 "특검 연장 절대 안돼"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에 악수를 하기 위해 팔을 내미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왼쪽)에 악수를 하기 위해 팔을 내미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진태!, 김진태!, 김진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등장하자마자 거두리(로데오) 사거리 장내는 흥분한 듯 들썩였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부쩍 커버린 그의 위상이 춘천 집회에서 재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19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주최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 서울 못지않은 집회 열기에 김 의원은 감정에 북받친 듯 격앙된 어조로 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꼭 서울 시청 광장 앞을 보는 것 같다"면서 "제가 첫 번째 선거를 할 때 풍물시장에 5만 명이 모였었는데, 여기에 2배가 더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자리에 모인 청중은 함성소리로 답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 출마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 유세를 받았다. 당시 춘천에는 박근혜 위원장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풍물시장'을 중심으로 5만여 명의 사람이 운집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석자를 김 의원이 말한 대로 두 배가 넘는 숫자인 13만 명으로 집계했다.

  • 춘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한 모습. 오른쪽 인도를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거두리 사거리의 차도까지 완전히 장악한 모습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춘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한 모습. 오른쪽 인도를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거두리 사거리의 차도까지 완전히 장악한 모습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무엇이 13만 춘천으로 이끌었나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김진태 의원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태 의원이 춘천 태극기 집회의 흥행 비결인 셈이다. 김 의원의 행보에 감동받은 시민들이 이번엔 김진태 의원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태극기 집회는 신의 한수,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정광용 대변인 등이 한자리에 참석해 합동 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보통 토요일 서울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사인데다, 정치색도 조금씩 달라서 서울서도 합동 집회를 하지 않았다. 좁은 거두리 사거리에서 열린 이번 태극기 집회에 이들이 총출동 한 것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연사뿐 아니라 집회 참석자들 또한 지난 18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태극기 집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년 세대들은 집회 후 카페 등에 자리를 잡은 뒤 주말 내내 계속되는 집회에 피로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춘천행을 감행했다.

    김진태 의원의 어떤 면에 사람들은 기꺼이 주말을 반납하고 춘천의 길거리까지 몰려왔을까.

    지난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집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특검을 막는 과정에서 작년 11년, 의원총회에서 "나는 난파 직전인 새누리호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죽겠다"는 어록을 남겼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는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고, 바른정당이 창당할 때에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나는 어차피 한 번 죽지만 배신자는 여러 번에 걸쳐 죽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치인생 연장을 위해 좌고우면하기보다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의미의 발언이었지만, 이 말은 좌파와 언론의 표적이 됐다. 매스컴은 당시 촛불집회 참가자를 100만 이상이라며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김 의원의 발언은 눈엣 가시였다. 언론은 '네티즌 반응'이라며 그의 소신과 일관성에 악플을 쏟아냈고, 좌파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아냥댔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겐 이같은 김진태 의원의 행보가 더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김진태 의원은 다른 정치인과는 순서가 달랐다. 이리저리 계산해본 뒤 표를 얻기 위해서 움직이는 행보가 아닌, 먼저 자신의 소신을 간결하게 표명한 뒤 이를 태극기 집회 참석이라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직접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지역구에서는 그에게 오물을 투척하겠다는 사람들까지 나타났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성품에 보수 세력은 열광했다.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보수 시민운동가들은 장외에서 뛰다 보니 제도권 안에 관철시켜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김진태 의원에 수많은 부탁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부탁이 춘천 표에 도움이 된다거나 주류 언론이 띄워줄 얘기가 아닌, 대부분 공산당·종북세력을 때려잡자는 이야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결국 총선 때 야당의 기획 낙선 운동에 걸렸다"면서 "그나마 초선 때는 이노근 의원이 분담했는데 이제는 혼자 남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금 만약 우리가 김진태 의원을 국가 지도자급으로 키워내지 못하면 앞으로 정치권에 나갈 20대, 30대 청년들이 어떻게 되느냐"면서 "반드시 김 의원을 대선주자급으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 또한 힘을 보탰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 지킨 김진태 의원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면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어떤 분도 이 집회의 주인공이 정말 예외적인 경우로 집회가 열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탄핵되신 대통령을 제외하고 어떤 분도 이 집회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며 "그 점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현장에 있는 김 의원을 향한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김진태 의원을 응원하는 플랜카드. 그는 태극기 집회를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진태 의원을 응원하는 플랜카드. 그는 태극기 집회를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작 배경 훤한 지역주민들은 예상 못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날 맞불 집회가 있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기자에 "이날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양쪽에서 열린다. 집회 간 거리가 좁아 충돌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여태 그간의 집회는 많이 와봤자 몇 백 명"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집회도 많은 인원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인구 28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 맞불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지역주민에 이미 익숙한 내용이었다. 기자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양 측 집회에 대한 내용을 소상히 늘어놨다. 촛불집회에 연예인 김제동 씨가 참석한다는 소식, 촛불집회와 김진태 의원의 집 간 거리가 아주 가깝다더라라는 소문, 태극기 집회엔 교회 예배를 마친 김진태 의원이 참석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사실 이는 김 의원이 지난 2월 16일, SNS를 통해 이미 공개한 바 있는 내용이다. 지역주민들은 양 집회의 흥행 구도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흥미 있게 받아들였지만, 김 의원의 게시글 하나가 전달할 파급력의 크기에 대해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셈이다.

    김 의원이 지역을 넘어 전국구에 인지도와 파급력이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초심 그대로인 김진태의 메시지… "판이 바뀌었다"

    그는 "정말 이렇게 많이 와 주실 줄은 몰랐다"면서 "다시 한 번 애국 시민들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나아가 "여러분을 보면 눈물이 난다. 어떻게 그 먼 곳에서 와주셨느냐"면서 "저를 보더라도 절대 울지 말아달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를 향해 던진 말이었지만 김 의원의 목소리는 얇게 떨리고 있었다.

    김진태 의원은 감정이 북받친 듯 그간의 언론과 좌파들에 의해 생긴 고충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도 털어놨다.

    그는 "제가 (법사위에서) 목을 내놓고 반대하니 다들 어떻게든 끌어내리려 한다"면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마저 법사위 간사직에서 저를 끌어내리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년 국회의원 선거 지난 지가 언제인데, 저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까지 받아야 한다"면서 "저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음을 가까스로 부여잡은 그가 이날 집회에서 던진 메시지는 앞으로도 계속 좌파들이 공세와 비난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당장 내일부터 국회가 열리는데 야당은 특검 기간을 연장하는 특검법을 내서 밀어붙이려 한다"면서 "특검에 그렇게 당하고 그걸 또 연장해달라니, 우리가 바보 천치인가"하고 반문했다.

    이어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은 없을 것"이라며 "당당하게 황교안에 촉구한다. 지금 당장 법무부에 고영태를 수사하도록 지시해달라"고 요청했다.

  • 김진태 의원을 응원하는 플랜카드. 그는 태극기 집회를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진태 의원을 응원하는 플랜카드. 그는 태극기 집회를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아울러 "여러분이 제 이름을 부르면 저는 더 위험해지지만 대통령 탄핵 결정이 기각될 때까지는 제 이름을 불러달라"면서 "저를 위한 게 아니다. 여러분이 저를 지켜주지 않으면 대통령을 지킬 사람이 없다"는 말로 지지를 호소했다.

    급격히 커진 그의 재선 의원 답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이순신처럼 '내가 죽으면 어때'라고 생각하며 해야 할 것을 해내고, 한편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자에게 정치적 카리스마와 권위가 생기는 것"이라며 "아마 태극기 집회가 커지면서 단상 위에서 김진태 의원의 권위는 열 배, 백 배 커졌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역시 공화당에서 퇴물 배우가 나선다고 하니까 무시했지만, 재선하는 등 성공한 대통령 반열에 올랐다"면서 "김진태 의원 역시 이번 태극기 집회를 거치며 정치적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한편, 그는 향후 정국에 대해 "이미 분위기는 바뀌었다. 판이 뒤집어졌다"면서 "헌법 재판관들이 귀가 있고 눈이 있기 때문에 이 장엄한 태극기 물결을 보고도 오판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